몸의 지도
여섯 번째 금요일, 현아가 속옷만 입고 거실 매트 위에 섰다. 도경이 태블릿을 들고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은 문장이 아니라 몸을 쓸 차례였다. 각본의 장 제목은 「접촉 가능 부위 / 강도 / 지속」이었다.
"의학 차트처럼 하지 마." 현아가 말했다. "나는 환자 아니야."
"차트처럼 안 할게." 도경이 스타일러스를 들었다. "지도처럼 할게. 너는 지형이고 나는 범례를 적는 사람이야."
현아가 코로 짧게 웃었다. 웃고 나서 팔을 들어 올렸다. 올리는 동작이 이미 세션의 입구처럼 보였다. 입구를 아직 열지 않기로 한 날이었다. 조사만. 조사와 플레이를 섞지 않는 것이 이 석 달의 규율이었다.
도경이 가까이 와 무릎을 꿇었다. 현아의 왼쪽 쇄골 아래 점을 먼저 보았다. 아는 점. 아는 점을 오늘은 좌표로 읽었다.
"입. 키스, 물기, 삽입. 물기는 자국이 옷깃 밖으로 안 나가는 선. 직장 출근 월요일 기준."
"OK. 목. 손바닥으로 누르기. 삼 초 이내. 손가락은 안 됨. 앞에서 이미 적었지."
도경의 손바닥이 현아의 목에 닿았다. 누르지 않았다. 면적만 확인했다. 따뜻한 면적. 현아의 맥박이 손바닥에 찍혔다. 찍히는 맥박을 세다가 손을 떼었다.
"가슴. 세게 쥐기 가능. 유두 집기는 가능. 집기 뒤에 입. 클램프는?"
현아가 생각을 했다. 평소 세션에서는 클램프를 십 분까지 썼다.
"납치 장면에서는 오 분. 오 분 넘기면 나는 통증에 취해서 색깔을 늦게 말할 수 있어. 늦게 말하면 안 되니까 짧게."
도경이 적었다. 적는 동안 현아의 유두가 추위에 섰다. 그는 그것을 보지 않는 척하지 않았다. 보고, 적고, 만지지 않았다. 만지지 않는 눈이 더 집중되어 보였다.
허리, 엉덩이, 허벅지 바깥. 손바닥과 벨트. 벨트는 가죽, 버클은 치지 않기. 채찍은 이번 장면에 넣지 않기로 했다. 채찍은 평소의 언어였다. 납치의 언어는 손과 몸무게와 바닥에 가깝다.
"무릎 안쪽." 도경이 허벅지 안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가다가 공중에서 멈췄다. "작년 레드."
"건드리지 마. 스치지도 마. 무릎을 벌릴 때 바닥이 닿는 건 괜찮아. 타격은 안 돼. 로프가 그 자리를 지나가도 안 돼."
그는 그 문장을 굵게 표시했다.
배. 손바닥으로 누르기. 주먹은 안 됨. 삽입 전에 손가락 확인. 윤활은 필수, 침만으로 시작하지 않기. 항문은 이번 장면 제외. 제외의 이유는 현아가 말했다. 첫 납치에 입구를 두 개 쓰지 않겠다. 도경이 동의했다.
"손목." 현아가 두 손을 내밀었다. "뒤로 묶기 가능. 이십 분마다 혈색 확인. 저린 게 아니라 색이 변하면 즉시 풀기. 발목은 짧게. 이동할 때 발목이 묶여 있으면 넘어져. 넘어진 다음에 무릎 안쪽이 바닥에 찍힐 수 있어."
도경이 현아의 손목을 뒤집었다. 푸른 혈관이 얇게 보였다. 그는 엄지로 맥점을 가볍게 눌렀다가 놓았다.
"이동 중 손목만. 도착 후 발목은 침대 프레임에 한 쪽만. 반대쪽은 자유롭게. 화장실을 위해."
"OK."
마지막이 시간이었다. 묶인 채 방치. 현아가 이 항목에서 오래 서 있었다.
"오 분." 그녀가 말했다. "네가 내 시야 밖으로 나가는 건 오 분. 오 분이 넘으면 나는 버려진 줄 알 수 있어. 금지 목록이랑 연결되는 항목이야."
"오 분. 타이머. 내가 방에서 나가면 문 밖에 앉아서 기다리기. 실제로 다른 공간으로 사라지지 않기."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인 뒤에 매트에 앉았다. 속옷 차림의 지도가 접혔다. 접힌 지도 위로 도경이 담요를 가져왔다. 조사 종료. 담요는 절차였다.
"하나 남았어." 현아가 담요 안에서 말했다. "섹스. 삽입의 방식."
도경이 태블릿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네가 말해."
"처음에는 저항하는 몸. 내가 다리를 닫고, 네가 열고, 들어가. 들어가서 바로 끝까지 가지 마. 끝까지 한 번에 가면 나는 숨을 잃을 수 있어. 숨 잃고 옐로우를 말하면 사냥감의 대사처럼 들릴 거야. 그래서 들어가되, 허리를 멈추고, 내가 숨을 찾는 삼 초를 줘. 삼 초는 연기가 아니야. 진짜 삼 초야."
도경이 그 삼 초를 적었다. 숫자 3. 괄호 안에 — 연기 아님.
"사정." 현아가 이어서 말했다. "안에. 평소처럼. 다만 사정 후에 바로 사냥꾼 대사를 이어 붙이지 마. 십 초. 십 초 동안은 그냥 몸. 그다음에 역할로 돌아가도 돼."
"십 초." 도경이 반복했다. "그 십 초는 나도 필요해. 내가 사람인지 확인하는 시간."
현아가 담요 속에서 그의 무릎에 이마를 댔다. 댄 이마가 무거웠다. 무거운 이마를 도경이 손으로 받아 머리카락을 넘겼다.
"지도가 생겼어." 그가 말했다.
"지도는 틀린다." 현아가 눈을 감고 대답했다. "당일에 지형이 바뀌면 브레이크에서 고쳐. 고치는 권한이 각본보다 위에 있어."
도경이 그 문장도 적었다. 각본의 맨 위, 문법 조항 바로 아래. 당일의 몸이 문서보다 윗자리라는 문장. 적고 나서야 그는 자기 어깨가 내려간 것을 알았다. 내려간 어깨로 현아의 등을 문질렀다. 문지르는 손은 범례를 적던 손이 아니었다. 범례를 덮은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