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안 되는 것들

한 달이 되기 전의 금요일이었다. 각본 문서는 열두 쪽을 넘기지 않았다. 넘기지 않게 쓴 것은 도경의 고집이었다. 길면 읽히지 않고, 읽히지 않으면 조항이 아니다.

오늘은 금지의 장.

현아가 미리 적어 온 메모를 펼쳤다. 편집자가 빨간 줄을 치듯, 자기 몸에 빨간 줄을 친 목록이었다. 글씨가 단정했다. 단정한 글씨로 적힌 금지들이 더 차가웠다.

"큰 것부터." 그녀가 말했다.

도경이 타이핑할 준비를 하고 앉았다. 오늘은 그가 서기였다. 서기는 해석하지 않는다. 받아 적고, 되묻고, OK를 기다린다.

"칼. 가위도 위협용으로 들이밀지 않기. 로프 커터는 장면 밖에 두고, 네가 항상 어디에 있는지 내가 알게."

"커터는 내 뒷주머니와 침대 왼쪽 서랍. 펜션이면 같은 위치의 가구를 사전에 정해서 사진을 찍어 문서에 첨부."

OK.

"진짜 자물쇠로 바깥에서 잠그지 않기. 방문을 닫는 연기는 돼. 열쇠는 네 목걸이에. 내가 손을 뻗으면 닿는 길이."

도경이 자기 목을 만졌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장면이 시작되면 얇은 줄이 생길 것이다.

"알겠어. 목걸이 길이는 답사 때 재보자."

"얼굴을 전부 가리지 않기. 눈가리개는 돼. 코와 입을 동시에 막는 건 안 돼. 질식은 연기로도 안 해."

도경의 타이핑이 잠깐 멈췄다. 멈춘 것은 이견이 아니었다. 작년에 한 번, 키스를 깊게 한 채로 현아의 코를 손으로 막았던 적이 있었다. 삼 초. 현아가 옐로우를 말했다. 그 삼 초를 그는 아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연기로도 안 해." 그가 반복하며 적었다. "확인."

현아가 다음 줄을 읽었다.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 문장." 그녀가 종이를 뒤집었다가 다시 펼쳤다. "버려둘게. 혼자 남겨둘게. 안 데리러 올게. 이 말들. 대사로도 쓰지 마."

도경이 그녀를 봤다. 현아는 식탁 무늬를 보고 있었다. 무늬를 보는 눈이 조금 멀리 가 있었다.

"이사." 그가 작게 말했다.

"응."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일 때문에 먼저 가고, 엄마가 남고, 나는 빈 방에서 박스 냄새를 맡던 적이 있어. 버려진 건 아니었어. 그런데 몸이 그 단어를—" 혀가 꼬였다. 현아가 숨을 들이쉬고 다시 말했다. "몸이 그 단어를 사실로 저장했어. 사실로 저장된 단어를 네가 연기로 꺼내면, 나는 연기로 못 받을 수 있어."

도경이 그 문단을 그대로 적었다. 요약하지 않았다. 요약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 조항은 최상단 고정할게. 대사 금지 목록. 버려둔다, 남겨둔다, 데리러 오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 네가 없어도 된다."

현아가 마지막 문장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없어도 된다 — 그것도 넣어. 생각 못 한 거."

OK.

목록은 계속되었다. 소변과 대변. 피. 불. 사진과 영상. 제삼자의 개입 암시. 현아의 직장명, 본가 주소, 동생 이름. 현실의 고유명사를 장면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기.

"고유명사." 도경이 중얼거렸다. "그건 내가 놓칠 뻔했어. 사냥꾼이 편집자 현아를 알면 안 돼. 사냥꾼은 이름 없는 여자를 데려가는 거니까."

"이름 없는 여자." 현아가 그 말을 한 번 굴렸다. "그 문장은 괜찮아. 그 문장은 오히려 경계가 생겨. 나는 현아가 아닌 척할 수 있고, 너는 도경이 아닌 척할 수 있고."

도경이 물을 마셨다. 마신 뒤에 자기가 적어야 할 금지를 꺼냈다.

"내가 싫어하는 것." 그가 말했다. "네가 진짜로 울먹이기 시작하는데 내가 못 알아채는 상황. 그걸 금지할 수는 없어. 금지가 아니라 위험이니까. 위험 칸에 넣을게. 완화 — 중간 브레이크 의무. 한 시간마다. 브레이크 동안 나는 사냥꾼 목소리를 끄고, 네 이름을 부르고, 색깔을 물어봐."

"한 시간은 짧을 수도 있어." 현아가 말했다. "몰입이 깨지잖아."

"깨져야 해." 도경이 안경 너머로 그녀를 봤다. "이 플레이는 몰입이 목적이 아니야. 몰입하는 척을 안전하게 하는 게 목적이야. 한 시간마다 깨는 장치를 빼면 나는 이 각본에 서명 안 해."

현아가 그의 얼굴을 오래 봤다. 오래 보는 동안 흥분의 일부가 식고, 식은 자리에 다른 열이 찼다. 열의 이름은 신뢰에 가까웠다.

"한 시간." 그녀가 말했다. "타이머는 네가 차. 내가 차면 사냥감이 시계를 보는 그림이 돼서 이상해."

OK.

금지의 장이 닫힐 무렵, 현아가 메모의 맨 아래를 접었다.

"하나 더. 이건 금지라기보다 부탁이야."

"말해."

"네가 나를 데려가는 동안, 손이 차가우면 안 돼. 손이 차면 나는 너를 못 알아."

도경이 자기 손바닥을 보았다. 평소에도 손이 찬 편이었다. 겨울이면 더.

"시작 전에 물을 묻히거나, 주머니에 손난로를 넣거나." 그가 적었다. "사냥꾼의 손은 따뜻할 것. 조항으로 넣을게."

현아가 그 줄 옆에 OK를 적었다. 글씨가 조금 번졌다. 번진 것은 눈물이 아니었다. 손의 기름기였다. 기름기가 번진 OK가 이상하게 인간적으로 보였다.

금요일의 세션은 또 미뤄졌다. 미루는 대신 도경이 현아의 차가운 손을 자기 겨드랑이에 넣었다. 겨드랑이의 열이 천천히 손가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 역할이 없는 열이, 다음 장의 전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