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꺼낸 말

일요일 아침의 식탁은 원래 말이 적었다. 토스트가 식기 전에 커피가 식고, 커피가 식기 전에 현아가 버터 칼을 내려놓았다. 칼이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평소보다 컸다. 도경이 그 소리를 들었다. 듣는 일과 묻는 일 사이에서 그는 삼 초를 더 기다렸다.

"할 말 있어."

현아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문장은 짧았다. 팔 년 동안 그 세 음절이 식탁에 올라온 적은 열 번도 되지 않았다. 올라올 때마다 이사는, 이직은, 수술 일정은 같은 무게를 가졌다. 도경이 컵을 내려놓았다.

"응."

그는 답을 미리 만들지 않았다. 현아는 그 습관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서 더 말하기가 어려웠다. 어려운 말을 쉬운 얼굴 앞에 놓는 일이었으니까.

손목에 아직 희미한 자국이 있었다. 어젯밤의 것이었다. 토요일 세션은 평범했다. 로프, 눈가리개, 계산된 통증. 현아가 그린을 세 번 말했고 옐로우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끝난 뒤에 도경이 물을 떠 왔고, 담요를 덮었고, 목 뒤를 천천히 문질렀다. 그 모든 절차가 끝난 다음 날 아침에야 현아는 진짜 할 말을 꺼냈다. 세션 중에 꺼내면 세션의 일부가 된다. 이건 일부가 되면 안 되는 말이었다.

"나, 오래 생각한 게 있어."

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은 허락이 아니라 수신 확인이었다.

"납치."

현아가 그 단어를 먼저 놓고, 그다음에 설명을 이어 붙였다. 붙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순서가 거꾸로 나왔다. 단어가 먼저 떨어지고 문장이 따라왔다.

"상황극. 합의된 비합의. CNC라고 하잖아. 네가 나를 데려가는 거. 내가 거부하는 척하는 거. 사냥이랑 사냥감."

도경의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얼굴이 현아에게는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 화가 나면 대처할 수 있다. 웃음이 나오면 같이 웃을 수 있다. 이 얼굴은 생각을 안으로만 넣는 얼굴이었다.

"얼마나 오래."

"삼 년." 현아가 말했다. 삼 년은 줄인 숫자였다. 실제로는 더 오래였다. 스무 살의 어느 밤에 처음 그 장면을 떠올렸고, 도경을 만난 뒤에는 그 장면의 얼굴이 그의 것으로 바뀌었다. 바뀐 채로 육 년을 더 품었다. 삼 년이라고 한 것은, 전부 말하면 그가 너무 오래 혼자 들고 있었다고 자책할 것 같아서였다.

"왜 지금."

"지금이 되어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현아가 손가락으로 컵 손잡이를 돌렸다. "우리가 레드를 실제로 써 봤잖아. 작년에. 그때 네가 바로 멈췄어. 그 기억이 있어서 이 말을 꺼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

작년이었다. 도경이 채찍의 각도를 잘못 계산했고, 현아의 허벅지 안쪽이 열린 것처럼 아팠다. 그녀가 레드라고 했다. 로프가 풀리기 전에 그의 손이 이미 멈춰 있었다. 그 다음 한 달은 세션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는 한 달이 회복이었다.

"나는 실제로 납치당하고 싶은 게 아니야." 현아가 이어서 말했다. "그 구분은 나도 해. 하고 싶어서 말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 네가 싫으면 이 대화는 여기서 접어도 돼. 접는 것도 답이야."

도경이 창밖을 봤다. 공덕의 일요일 아침은 세탁소 셔터가 올라가는 소리로 시작했다. 그 소리가 열두 층까지 올라왔다. 그는 그 소리를 세다가 현아를 다시 봤다.

"아니." 그가 말했다. 말을 고쳤다. "싫어하는 건 아니야. 다만."

현아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버터가 완전히 녹아 빵 위로 스며들었다.

"네가 그걸 원할 수 있다는 걸, 내가 몰랐어."

"몰라서 미안한 건 아니야." 현아가 말했다. "안 말해서 그런 거니까. 지금부터 알면 돼."

도경이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이미 미지근했다.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는 동안 그의 눈이 현아의 손목 자국에 머물렀다. 어젯밤 그가 묶었던 자리. 묶는 일과 데려가는 일은 같은 손이 하는 일이지만, 같은 일은 아니었다.

"자세히 듣고 싶어." 그가 말했다. "지금 당장 예스나 노를 말하진 않을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 말 자체에 대한 예의가."

현아의 어깨가 내려갔다. 내려가는 어깨를 그녀 자신도 느꼈다. 거절이 아니었고, 승낙도 아니었다. 그 중간이 지금은 가장 정확한 자리였다.

"오늘은 이 말만 테이블에 둘게." 도경이 덧붙였다. "만지지 마. 저녁에 다시 보자. 그전에 나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알겠어."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인 뒤에 토스트를 한 입 베었다. 맛이 없었다. 없는 맛을 씹는 동안 가슴 한가운데가 비고, 빈자리가 곧 안도였다. 꺼냈다. 상대가 들었다. 아직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아무 약속도 하지 않은 아침이, 팔 년 중 가장 정직한 아침처럼 느껴졌다.

도경이 식기를 싱크대에 넣으며 말했다.

"현아."

"응."

"말해줘서 고마워. 말하기 어려웠을 거잖아."

현아가 웃지 않았다. 웃으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웃지 않았다.

"어려웠어."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했어. 네가 가장 잘 듣는 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