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버릇
일요일 오전, 수현이 미르의 목에 얼음 주머니를 대 주었다. 어제 옐로 이후 목줄은 밤새 느슨했다. 느슨함이 오히려 미르를 불안하게 했다. 수현은 그 불안을 보고 있었다.
"예전에 너 말했던 사람. 지혁."
미르의 어깨가 올라갔다. 수현은 그 이름을 자주 꺼내지 않았다. 합의서 작성 밤에 한 번, 그 뒤로 거의.
"왜요."
"어제 네가 옐로를 쓰기 전에 보인 눈이, 그 이름을 말할 때 눈이랑 비슷했어."
미르는 얼음 주머니를 받아 스스로 목에 댔다. 차가움이 피부를 깨웠다.
지혁은 미르의 전 연인이었다. 오너가 아니라 연인. 단혼을 약속하고, 단혼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지고, 들키면 "네가 예민한 거야"라고 말했다. 미르는 예민함을 고치려 했다. 고치다 못해 몸이 먼저 닫혔다. 닫힌 채로 일 년을 더 있다가, 어느 날 지혁의 침대에서 다른 사람의 속옷을 보고 나왔다. 나온 뒤에도 미르는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오래 믿었다.
수현을 만났을 때 미르가 먼저 꺼낸 조건이 폴리아모리였다. 역설처럼 들렸으나 미르에게는 방패였다. 처음부터 다른 몸을 허용하면, 배신은 성립하지 않는다. 배신이 없으면 예민함도 죄가 되지 않는다. 수현은 그 방패를 보고도 미르를 펫으로 들였다. 방패를 존중하되, 그 방패가 대화로 바뀌길 바란다고만 했었다.
"지혁은 몰래 했어요. 오너는 규칙 안에서 해요. 같아서는 안 돼요."
"같지는 않아. 네 몸한테는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 몸이 과거를 먼저 꺼내면, 그게 네 잘못은 아니야."
미르는 웃으려다 실패했다. 수현이 미르를 바닥에 앉히고 자신의 무릎 사이에 두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맨목. 수현의 손가락이 빈 고리 자리를 원을 그리며 쓸었다.
"미르. 너는 예민해서 옐로를 쓴 게 아니야. 너는 규칙을 지켰어. 옐로는 규칙이야. 지혁이 너한테 가르친 건 침묵이 미덕이라는 거짓말이고."
미르는 수현의 허벅지에 이마를 붙였다. 소리가 나기 전에 수현의 손이 귀를 덮었다. 울어도 된다는 덮개. 미르는 짧게 울었다. 울음은 성적이지 않았다. 울음 뒤에 성적 공허함이 남았다. 수현은 그 공허함을 성으로 메우지 않았다. 차를 끓였고, 미르의 손가락에 컵을 쥐여 주었다.
오후, 미르는 스스로 목줄을 가져와 수현의 손에 올렸다.
"짧게 해 주세요. 과거가 당기면, 오너가 더 짧게 당기는 게 나아요."
수현이 버클을 채우며 물었다.
"짧게 하는 게 숨기는 거면 안 해. 숨 쉬는 거면 해."
"숨 쉬는 거요."
가죽이 목을 감았다. 미르는 수현의 발치에 앉아 수현의 손가락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빨고, 이빨로 가볍게 물고, 혀로 마디를 셌다. 수현의 숨이 바뀌었다. 미르가 바지를 내리고 아직 부드러운 것을 입안에 넣었다. 천천히 단단해지는 과정을 목구멍으로 받았다. 수현의 손이 미르의 뒤통수에 얹혔으나 밀어 넣지 않았다. 미르가 깊이를 정했다. 정하는 자유가 목줄 안에서 움직였다.
수현이 미르의 입안에서 사정했을 때 미르는 삼키고, 입가를 닦지 않은 채로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저는 오너 것이에요. 지혁 것이었던 적이 오너 것을 더 작게 만들면 안 돼요."
"작게 안 만들어. 다만 그 작아지는 느낌이 오면, 그걸 나한테 줘. 혼자 삼키지 마. 너는 이미 충분히 삼켰어."
미르는 수현의 무릎에 볼을 댄 채 눈을 감았다. 감은 눈 뒤로 지혁의 침대, 하린의 등, 수현의 손이 겹쳤다. 겹침을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내지 않는 것이 오늘의 훈련이었다. 훈련의 이름은 아직 질투가 아니었다. 미르는 그것을 "예전의 버릇이 목을 지나가는 소리"라고만 불렀다. 수현은 그 이름을 받아 두고, 서두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