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다

다음 날 아침, 미르는 토스트를 굽지 않았다. 수현이 주방에 나왔을 때 미르는 이미 식탁에 앉아 합의서를 펼쳐 두고 있었다. 종이 모서리가 커피 자국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오너. 어제 그 문장, 오늘도 같아요."

수현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출근 셔츠의 단추를 아직 채우지 않은 상태. 미르는 그 열린 목을 보다가 시선을 종이로 내렸다.

"질투예요. 하린 씨한테요. 하린 씨 자체가 아니라, 오너가 하린 씨를 열 때 내는 호흡이요. 그 호흡이 제 것일 때만 듣던 건데, 공유되니까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규칙상 공유되는 게 맞아요. 맞는 줄 알아요. 그런데 맞다는 거랑 안 아프다는 게 다른 거였어요."

수현은 끼어들지 않았다. 미르의 손가락이 질투 조항 위에 멈춰 있었다.

"같은 날 말하라는 규칙을 어겼어요. 첫날부터. 그린이라고 했어요. 괜찮은 척했어요. 그게 지혁 때랑 같은 버릇인 거, 어제 오너가 맞춰 줘서 알았어요. 숨기는 게 위반이면, 저 위반한 거예요."

"위반의 대가가 뭐라고 적혀 있지."

미르가 읽었다.

"대화. 필요하면 플레이 일시 정지. 처벌 아님."

"그럼 지금은 대화야. 내가 출근 미룰게. 너는 계속해."

미르는 숨을 들이쉬었다. 들이쉰 공기가 말의 재료가 되었다.

"폴리아모리를 제가 원했어요. 오너가 강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원했는데 질투하면, 위선 같아요. 위선인 펫을 오너가 어떻게 믿어요. 그래서 더 못 말했어요. 질투가 계약 파기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오너를 독점하고 싶어지는 순간, 제가 나쁜 사람이 되는 줄 알았어요."

수현이 미르의 손을 종이 위에서 덮었다.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나와도 너는 나쁜 사람 아니야. 그 마음을 나랑 같이 보면 돼. 같이 보는 동안 내가 하린을 영영 안 만진다는 약속은, 지금은 안 할게. 그 약속이 네 질투를 처벌처럼 쓸 수 있으니까. 반대로, 네 질투를 무시하고 그냥 다음 파티로 가자고도 안 할게."

미르의 눈이 수현의 얼굴을 검색했다. 처벌도 없고 무시도 없는 자리. 그 자리가 비어 보여 두려웠다.

"그럼 우리는 뭘 해요."

"오늘은 네가 말한 것을 내가 반복해 줄게. 네가 맞는지 확인해."

수현이 미르의 눈을 보고 천천히 말했다.

"너는 하린을 미워하지 않는다. 너는 내가 다른 몸을 쓰는 규칙에 서명했다. 너는 그 규칙이 지켜지는 장면을 보고 아팠고, 아픔을 질투라고 이름 붙이는 데 며칠이 걸렸다. 너는 그 며칠 동안 그린을 남발했고, 그것은 지혁에게서 배운 침묵의 연장이다. 너는 위선자가 아니라 늦게 말한 사람이다. 늦게 말한 것은 고칠 수 있다."

미르의 턱이 떨렸다. 수현이 의자를 돌려 미르를 무릎 위에 앉혔다. 성인 펫이 오너의 무릎에 앉는 자세.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자세가 그 아침에는 정확한 크기였다.

"문 열었어. 잘했어. 오늘은 플레이 없어. 목줄은 네가 원하면 채워. 원하지 않으면 훅에 두어. 나는 회사에 열두 시까지 간다고 하고, 그 전까지 너랑 이 식탁에 있을게."

미르는 목줄을 가져와 수현의 손에 올렸다. 수현이 채웠다. 길이는 길었다. 부엌 전체를 다닐 수 있는 길이. 미르는 그 길이 안에서 수현의 셔츠 단추를 끝까지 채워 주었다. 손가락이 단추 구멍에서 떨렸다.

"오너. 하린 씨한테는요."

"내가 미르가 대화 중이라고만 할게. 네 감정을 하린 숙제로 넘기지 않아. 하린은 우리 관계의 범인이 아니니까."

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의 넥타이를 매며 이마를 수현의 이마에 붙였다. 목줄이 두 사람 사이에서 느슨한 호를 그렸다.

문이 열린 자리는 바람이 들었다. 바람은 차가웠으나, 닫힌 방의 공기보다는 숨이 됐다. 미르는 그 숨을 처음 자기 것이라고 느꼈다. 질투는 아직 식탁 위의 종이만큼 평평하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목구멍에만 있지 않았다. 테이블 위, 두 사람의 손 사이, 합의서의 네 번째 단락 옆에, 빈칸으로 앉아 다음 문장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