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안다
그 주 수요일, 평소라면 미르가 스페이스에 들어가던 플레이가 입구에서 멈췄다.
수현은 미르를 십자가에 세워 손목을 묶고, 니플 클램프를 물리고, 가죽 스트랩으로 허벅지를 벌려 고정했다. 미르의 페니스는 서 있었으나 끝이 건조했다. 수현의 가죽 글러브가 그것을 쓸자 미르의 허리가 뒤로 움츠러들었다. 움츠러듦은 평소의 신음과 달랐다.
수현이 글러브를 빼고 맨손으로 미르의 턱을 들었다.
"지금 어디."
"여기요. 그린."
"몸이 그린이 아니야. 다시."
미르는 이를 악물었다. 클램프가 젖꼭지를 찌르고 있었고, 그 찌름이 평소라면 아랫배까지 내려가 불을 붙였다. 오늘은 불이 목에서 멈췄다. 목줄과 클램프와 수현의 시선이 모두 목에 모여, 그 아래가 비었다.
수현이 클램프를 풀었다. 피가 돌아오며 미르가 신음했다. 그 신음만 진실이었다. 수현이 손목 끈도 풀고, 미르를 바닥으로 내려 안았다. 안는 자세는 플레이의 실패처럼 느껴져 미르가 저항했다.
"계속해 주세요. 제가 따라갈게요."
"따라가는 게 복종이 아닐 때가 있어. 지금은 그거야."
미르의 눈이 빨개졌다. 화가 수현에게로 가지 못하고 자기 쪽으로 접혔다.
"제가 고장 난 거예요? 하린 씨는 잘 받는데."
이름이 튀어나온 뒤 미르는 입을 막았다. 수현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바뀌었다. 놀람, 이해, 그리고 어떤 깊은 고요.
"고장 아니야. 하린의 몸이 네 몸보다 우수하다는 문장도 아니야. 그 문장을 누가 가르쳤지."
미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수현이 미르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수현의 심장이 손바닥에서 뛰었다.
"나도 그날 이후로 네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거 느꼈어. 네가 그린이라고 해서 내가 안 물어본 건, 오너로서의 실수야. 사과할게."
사과가 미르의 방어를 무너뜨렸다. 미르는 수현의 셔츠를 쥐고 말했다. 소리는 작았다.
"몸이 오너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오너가 다른 몸을 원할 때, 제 몸이 제 자리를 못 찾겠어요. 자리가 없어지는 기분이요. 없어지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폴리아모리니까. 합의했으니까. 제가 자리를 잃으면 규칙을 어기는 거니까."
수현이 미르의 머리를 목 밑에 넣었다. 미르의 숨이 수현의 쇄골에 적셨다.
"자리를 잃는 기분이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니야. 그 기분을 혼자 들고 있는 게 위험할 뿐이야."
그들은 그날 삽입하지 않았다. 수현이 미르의 등부터 허벅지까지 오일로 문지르고, 미르의 페니스를 천천히 손으로 어루만졌다. 목적은 사정이 아니었다. 피가 다시 피부 끝까지 가게 하는 일이었다. 미르는 수현의 손 안에서 천천히 단단해졌다가, 사정 직전에서 수현이 멈추자 작은 소리를 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네가 나를 오너로 부르는 동안, 나는 네 몸을 내 속도로 읽을 거야. 네가 그린을 남발하면 내가 그 단어를 잠시 회수할 수도 있어."
"그린을 못 쓰면요."
"옐로랑 레드랑 침묵 중에서 고르면 돼. 침묵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색이야."
밤이 깊어 불이 꺼진 뒤, 미르는 수현의 손바닥을 자기 아랫배에 얹고 속삭였다.
"오너. 저 질투하는 것 같아요. 아직 확신이 없어서, 내일 다시 말할 수도 있어요. 오늘은 이 문장만."
수현의 손이 아랫배를 천천히 원으로 쓸었다. 목줄은 침대 머리맡에 걸려 있었다. 가죽이 어둠 속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그 문장 받았어. 내일 같은 문장이든 다른 문장이든, 다시 줘. 나는 여기 있을게."
미르는 눈을 감았다. 몸이 먼저 알았던 것을 입이 겨우 따라잡았다. 따라잡은 자리가 아직 서툴렀다. 서툼 위로 수현의 손바닥 열이 내려앉아, 비어 있던 아랫배를 잠시 채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