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
다음 날 아침, 수현은 토스트를 굽고 미르는 목줄을 식탁 옆 훅에 걸었다. 평일의 의례. 수현이 커피를 밀어 주며 물었다.
"어제. 남긴 말 없지."
미르는 잼을 칼에 묻히며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요. 좋았어요. 하린 씨도 잘 갔어요?"
"메시지 왔어. 고마웠대. 네가 봐 줘서 편했다고."
미르는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 씹는 동안 대답을 고를 수 있었다.
"다행이에요."
수현의 시선이 미르의 얼굴에 머물렀다. 미르는 잼이 손가락에 묻은 것을 혀로 닦았다. 수현이 그 혀를 보더니 짧게 웃고 시계를 보았다. 출근. 일상의 구원이 시간을 쪼갰다.
수현이 나간 뒤 집은 넓었다. 미르는 재택이었다. 노트북을 열기 전에 침실 서랍을 열었다. 합의서가 접혀 있었다. 일 년 삼 개월 전 수현의 글씨, 미르의 글씨, 날짜, 서명. 질투 조항은 네 번째 단락.
『질투, 불안, 소외감이 생기면 같은 날 혹은 다음 날 아침,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의 주제로 올린다. 숨기는 것이 유일한 위반이다.』
미르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세 번째는 접어서 넣었다. 숨기는 것이 위반이라면, 아직 이름이 없는 것을 올리는 것은 과잉일 수 있었다. 과잉이 더 부끄러웠다. 오너가 규칙을 지켰는데 펫이 감정을 과장하는 것. 미르는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화면의 글자가 하린의 등 곡선을 따라 흔들렸다. 미르는 커피를 식히며 그 흔들림을 카페인의 탓으로 두었다.
점심때 수현의 메시지가 왔다.
「저녁에 목줄 짧게 하자. 네가 좀 멀리 있는 느낌이라.」
미르는 화면을 오래 보았다. 멀리 있는 느낌. 수현이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 알고 있다면 말해야 했다. 알고 있는데도 미르가 침묵하면, 침묵이 더 선명해질 것이었다.
「네. 짧게요. 오너.」
보내 놓고 미르는 화장실에 들어가 자위했다. 빠르고 거칠게. 머릿속 장면은 수현이 미르를 박는 것이어야 했는데, 자꾸 하린의 벌어진 엉덩이로 미끄러졌다. 미르는 그 이미지 위에서 이를 갈며 사정했다. 변기 물에 희게 흩어지는 것을 내려 보내고 손을 씻었다. 비누 냄새가 잠깐 얼굴을 가렸다.
저녁, 수현은 정말로 목줄을 짧게 채웠다. 소파에서 수현의 무릎까지, 한 뼘. 미르는 그 한 뼘 안에 얼굴과 가슴과 무릎을 구겨 넣었다. 수현이 일을 하는 동안 미르는 수현의 허벅지에 볼을 붙이고 숨만 쉬었다. 짧은 목줄은 위로였다. 위안이었다. 동시에 시험이었다. 이 거리면 질투가 사라지는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작아져서 목줄 버클 아래로 숨어들었다.
수현이 노트북을 닫고 미르의 턱을 들었다.
"입 벌려."
미르는 벌렸다. 수현이 손가락 두 개를 넣어 혀를 눌렀다. 침이 흘렀다. 수현이 손가락을 빼 미르의 볼에 침을 바르듯 문질렀다.
"이 얼굴이 어제보다 굳어 있어. 아파?"
"안 아파요."
"그럼."
수현이 미르를 소파에 엎드리게 하고 바지를 내렸다. 윤활제를 바르고, 손가락 없이 바로. 미르의 입이 쿠션을 물었다. 수현의 것이 안을 열며 들어왔다. 어제 하린을 열던 각도와, 아침 미르를 열던 각도와, 지금. 미르는 각도를 비교하지 않으려 했고, 비교가 자동으로 일어났다. 수현은 깊이 박으며 미르의 목줄을 한 손으로 감았다. 가죽이 목을 조였다. 숨이 얕아졌다. 미르는 그 얕음 속으로 도망쳤다. 도망이 복종처럼 보이게 했다.
수현의 다른 손이 미르의 페니스를 쥐고 빠르게 흔들었다. 미르는 쿠션에 사정했고, 수현은 미르의 등 위에서 허리를 몇 번 더 친 뒤 안에 들였다. 콘돔 없는 평일. 그것도 합의. 정액이 미르의 안에서 따뜻했다. 따뜻함이 소속처럼 느껴져야 했는데, 오늘은 표시처럼 느껴졌다. 표시는 원래 기쁜 것이었다. 기쁨의 옆에 작은 금이 가 있었다.
수현이 빠지며 미르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미르. 안에 내 거 두고 자. 내일 아침까지."
"네, 오너."
미르는 수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입 안에 질투라는 단어가 다시 굴러다녔다. 삼키면 위반이 아니다, 라고 미르는 우겼다. 말하지 않은 것은 아직 단어가 아니니까. 단어가 되기 전의 무게는, 그러나 이미 목줄보다 짧아져 수현과 미르 사이의 한 뼘을 잠식하고 있었다. 미르는 그 한 뼘을 더 꼭 붙들었다. 붙들수록 가죽이 아니라 침묵이 목을 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