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택시 안은 조용했다. 수현이 미르의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손가락 사이를 끼웠다. 미르는 끼워진 손을 꼭 쥐었다. 꼭 쥐는 것이 정상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세게 쥐었다.
"하린이 잘 받았지."
수현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평가는 플레이의 일부였다. 미르는 평소라면 "네, 소리가 예뻤어요"라고 답했을 것이다. 오늘은 침을 삼키고 말했다.
"네. 오너가 잘 하셨어요."
수현이 옆얼굴을 보았다. 미르는 미소를 만들었다. 미소의 크기를 평소와 같게 맞추느라 볼 근육이 아팠다.
집 현관에서 목줄이 풀렸다. 수현이 미르의 하네스 버클을 하나씩 열었다. 가슴의 띠가 떨어지자 미르는 갑자기 헐벗은 기분이 들었다. 파티에서보다 집에서 더. 수현이 미르의 젖꼭지를 가볍게 꼬집었다. 평소의 인사.
"샤워하고, 침대로. 애프터케어는 너 차례야. 내가 하린 케어했으니까."
규칙대로였다. 미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은 뒤 거울을 보았다. 눈은 멀쩡했다. 목의 자국은 목줄 자국뿐이었다. 멀쩡한 얼굴이 더 이상했다. 미르는 찬물로 얼굴을 적시고, 페니스를 비누로 닦았다. 아직 반쯤 서 있었다. 흥분이 아니라, 몸이 장면을 덜 소화한 것이었다.
침실에서 수현은 이미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앉아 있었다. 미르가 수현의 등 뒤에 붙어 어깨를 주물렀다. 날개뼈 아래, 목덜미, 귀 뒤. 수현이 낮은 소리로 만족을 흘렸다. 미르는 그 소리가 하린의 신음 위로 겹치는 것을 느꼈다. 겹침을 떼어 내려 손가락에 힘을 더했다.
"세다. 조금만."
"죄송해요."
수현이 미르의 손목을 잡아 입술에 댔다.
"사과할 일 아니야. 오늘 많이 봤지. 몸은 어때."
"그린이요."
그 단어가 오늘 밤 세 번째였다. 수현이 미르를 침대로 끌어 눕히고, 다리를 벌리고, 혀를 미르의 구멍에 붙였다. 애프터케어이자 보상. 미르는 천장을 보았다. 혀가 따뜻하고 능숙했다. 수현의 혀는 언제나 미르가 어디서 여는지 알았다. 오늘은 그 앎이 오히려 잔인했다. 알아도, 미르의 안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수현이 얼굴을 들고 미르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깊이, 천천히. 미르의 허리가 들렸다. 감각은 있었다. 감각이 없는 게 아니었다. 감각의 한가운데에 하린의 등, 수현의 호흡, 콘돔 포장 소리가 앉아 있었다. 미르는 수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음을 만들었다. 신음은 진짜에 가깝게 조율되었다.
수현이 손가락을 넣고 미르를 빠르게 빨았다. 미르는 사정했다. 짧게, 적게. 수현이 삼키고 올라와 미르의 입술에 자신의 맛을 묻혔다.
"미르. 오늘 좀 조용하다."
"피곤해서요. 파티가 길었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전부도 아니었다. 수현은 미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수현의 팔이 미르의 허리를 감았다. 목줄보다 따뜻한 구속.
미르는 수현의 숨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기다린 다음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천장에 가로등 빛이 얇게 들어와 있었다. 그 빛 안에서 미르는 하린의 벌어진 무릎을 다시 보았다. 수현의 손이 하린의 엉덩이를 벌리던 각도. 그 각도가 미르의 각도와 얼마나 다른지. 얼마나 같은지.
질투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렸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규칙에는 같은 날 말하라고 되어 있었다. 같은 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르는 수현의 팔 안에서 속삭이듯 생각했다. 이건 질투가 아니다. 과한 해석이다. 오너가 잘 플레이한 것을 본 긴장이다. 좋은 펫은 오너의 손을 다른 몸 위에서도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나는 좋은 펫이다.
좋은 펫은 그린이라고 말했다.
미르는 수현의 손등을 어둠 속에서 만졌다. 그 손에 남아 있는 것이 오일인지, 하린의 체온인지, 미르 자신의 침인지는 구별되지 않았다. 구별되지 않는 것이 갑자기 목까지 차올랐다. 미르는 삼켰다. 삼키는 버릇은 입에서 시작되어 가슴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옆에서 수현이 잠결에 미르의 목을 쓰다듬었다. 빈 고리 자리. 수현은 잠든 채로도 그 자리를 알았다. 미르는 그 손길에 눈을 감았다. 감은 척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은 척은, 눈을 감는 일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