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라는 이름
파티 네 시간 전, 그들은 침실에서 규칙을 몸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미르는 네 점이 침대 기둥에 묶인 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발목의 끈은 너무 조이지 않았고, 손목의 끈은 수현이 두 손가락을 넣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분명한 구속이었다. 도망갈 수 있는데 도망가지 않는 것.
수현은 옷을 입은 채로 미르의 몸 위에 앉아 오일 바른 손가락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미르의 허리가 들렸다.
"오늘 밤 내가 다른 사람을 만져도, 이 구멍은 내가 먼저 열어 둔 거야. 알지."
"알아요. 하— 오너."
두 번째 손가락이 들어왔다. 수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전립선을 스치듯 누르고, 빠지고, 다시 들어왔다. 미르의 페니스가 배 위에 붙어 끝이 젖었다. 수현은 그것을 손으로 쥐지 않았다. 일부러.
"말하지 마, 미르. 설명하지 말고. 느낌만."
미르는 이를 악물었다. 수현의 손가락이 세 개로 늘자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낮고 긴, 목줄이 없어도 목에 걸리는 소리. 수현이 그 소리를 듣고 웃었다.
"말 말고 이 소리. 이 소리가 네 진짜야."
손가락이 빠지고, 콘돔을 낀 수현의 것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한 번에 끝까지. 미르의 눈이 뒤집혔다. 묶인 손목이 기둥을 잡아당겼다. 수현은 깊이만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가득 찬 감각이 미르의 내장을 열까지 밀어 올렸다.
"아. 오너, 움직여 주세요."
"규칙."
미르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몸이 먼저 말고, 입이 먼저.
"오너는 파티에서 다른 펫을 박을 수 있다. 펫은 그걸 보고 있어도 된다. 보고 싶지 않으면 다른 방으로 가도 된다. 세이프워드. 애프터케어. 질투는—"
수현이 허리를 한 번 깊게 밀어 넣었다. 미르의 문장이 끊겼다.
"질투는."
"말한다. 오너에게. 같은 날. 늦어도 다음 날 아침."
"좋은 펫."
그제야 수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다가 빨라지고, 빨라지다가 깊어졌다. 미르의 무릎이 벌어지고, 발바닥이 허공을 찼다. 수현의 손이 미르의 목을 짚었다. 목줄은 아직 거실에 있었지만, 손바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압박은 숨이 완전히 막히기 직전에서 멈췄다. 미르는 그 경계선을 사랑했다. 경계선이 있다는 것, 수현이 그 선을 기억한다는 것.
사정은 허락 없이 오지 않았다. 수현이 "지금"이라고 말한 뒤에야 미르의 배가 희게 젖었다. 수현은 몇 번 더 찌른 뒤 미르의 안에서 굳었다. 콘돔 안의 열이 벽을 통해 전해졌다.
끈이 풀렸다. 수현이 미르를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 샤워 헤드의 물이 따뜻했다. 수현의 손이 미르의 항문 주위를 비누로 문질렀다. 돌보는 손. 방금 전의 손과 같은 손.
"변명하지 말고 들어."
수현이 미르의 귀에 입을 붙였다.
"미르. 오늘 네가 말한 규칙, 내가 다 기억해. 너는 내 펫이고, 나는 네 오너고, 그 사이에 다른 몸이 들어와도 이 순서는 안 바뀌어."
미르는 타일에 이마를 기댔다. 물이 눈썹을 타고 흘렀다.
"순서가 있으면 질투가 안 생길 것 같아요."
수현의 손이 멈칫했다. 미르는 그 멈칫을 물의 온도 탓으로 돌렸다.
"생기면 그때 보자. 지금은 몸부터 말려."
수건이 미르의 어깨를 감쌌다. 수현이 머리를 말리며 물었다.
"하린이 너한테 어떻게 보여."
"잘 훈련된 펫. 오너가 만지기 쉬운 몸. 싫지는 않아요."
"좋아?"
"좋아요까지는. 그냥, 우리 규칙 안에 있는 사람이에요."
수현이 미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 감각 기억해 둬. 규칙 안에 있는 사람. 규칙 밖에 있는 감정은 나중에 이야기하면 돼."
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옷장에서 파티용 가죽 하네스를 꺼냈다. 가슴을 가로지르는 띠, 등 뒤로 모이는 링. 수현이 버클을 조이며 손가락을 한 칸 넣었다. 순환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습관. 미르는 그 습관을 신뢰라고 불렀다.
거울 앞에 선 두 사람. 수현은 검은 셔츠에 소매를 걷어 올렸고, 미르는 하네스와 짧은 바지, 목에 빈 고리. 목줄은 수현의 재킷 안주머니에 접혀 들어갔다.
"차가 일곱 시."
"네."
현관에서 수현이 미르의 목을 한 번 더 쓰다듬었다. 가죽이 아직 없는 맨살. 맥박이 손바닥에 뛰었다.
"미르."
"네, 오너."
"오늘 밤 네가 내 펫인 건, 누가 내 손을 빌리든 안 바뀐다."
미르는 그 문장을 가슴의 띠 아래로 집어넣었다. 문은 닫혔고, 엘리베이터 숫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르는 수현의 소매를 살짝 쥐었다. 쥐는 힘의 크기는 합의서에 적혀 있지 않았다. 적어도 그때는, 적어도 그 힘이면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