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의 불빛

파티는 성수동 지하, 철문이 두 개인 공간이었다. 첫 문과 둘째 문 사이에서 휴대전화를 봉투에 넣었다. 수현이 미르의 목줄을 재킷에서 꺼내 고리에 걸었다. 가죽이 목을 당기자 미르의 어깨가 내려갔다. 익숙한 무게. 익숙한 안도.

로비에는 가죽과 라텍스와 맨살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의 신음이 복도를 굴러왔다. 미르는 수현의 왼쪽에 반 걸음 뒤, 목줄이 느슨히 늘어지는 거리를 지켰다. 규칙대로.

하린은 이미 와 있었다. 검은 머리, 무릎, 목에 은색 초커. 초커의 고리는 비어 있었다. 오늘 하린의 오너는 오지 않았다. 하린은 가끔 그렇게 왔다. 빌려 달라는 눈으로가 아니라, 규칙 안에서 놀 자리를 찾는 눈으로.

수현이 하린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었다. 하린이 눈을 내리깔았다. 미르는 그 장면을 세 걸음 뒤에서 보았다. 세지 마. 봐라. 수현이 말했다. 보는 것도 플레이다.

"하린. 오늘 내 손 쓸 수 있어. 미르가 보고 있을 거야. 괜찮아?"

"네, 수현 님. 미르 씨도요."

하린이 미르를 보았다. 적의가 없는 눈. 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안 가슴 어딘가가 짧게 조였다. 미르는 그 조임을 하네스가 좁다고 해석했다.

플레이룸은 붉은 전구와 검은 가죽 벤치. 수현이 미르의 목줄을 벽 고리에 걸었다. 길이는 벤치까지 닿지 않았다. 미르는 서서, 혹은 무릎 꿇고, 볼 수만 있었다. 그 거리도 합의였다. 보고 싶지 않으면 다른 방으로. 미르는 다른 방으로 가지 않았다.

하린이 벤치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수현이 하린의 바지를 내렸다. 하린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창백하고, 이미 살짝 벌어진. 수현의 손바닥이 그 위를 두 번 쳤다. 소리가 방을 채웠다. 하린이 신음했다. 짧고 높은 소리. 미르의 것과는 달랐다.

미르는 그 다름을 세었다. 세지 마. 그러나 세어졌다. 손바닥, 패들, 다시 손. 하린의 피부가 빠르게 붉어졌다. 수현이 허리를 굽혀 하린의 귀에 무언가를 말했다. 미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문장이 목줄을 한 칸 더 짧게 만들었다.

오일. 손가락 두 개. 하린의 허리가 내려갔다. 수현이 하린의 전립선을 찾자 하린의 발이 바닥을 긁었다. 미르는 그 발을 보았다. 발톱이 짧았다. 세지 마. 발톱이 무슨.

수현이 콘돔을 찢었다. 익숙한 소리. 아침, 침실, 미르의 안에서 났던 소리와 같은 포장. 미르의 입이 말랐다. 수현이 하린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벌리고 밀어 넣었다. 하린의 소리가 길어졌다. 수현의 호흡이 바뀌었다. 미르는 그 호흡을 알았다. 깊이 들어갔을 때의 호흡. 자기 안에서만 듣던 호흡.

이론으로는 아름다웠다. 오너가 다른 몸을 쓰는 것, 펫이 그 장면을 목줄의 길이 안에서 견디는 것, 견딤이 헌신인 것. 실제로는 미르의 손이 허공에서 목줄을 쥐고 있었다. 가죽 끝이 벽 고리에 묶여 있어 당기지 못했다. 당길 대상이 수현이 아니라 자기 목이었다.

수현의 허리가 움직였다. 리듬은 미르에게 쓰던 것과 달랐다. 더 빠르고, 더 얕고, 가끔 깊게. 하린을 위한 리듬. 미르는 그 사실을 정직하게 보았다. 보는 것이 플레이라면, 이 정직함도 플레이여야 했다. 그러나 아랫배가 뜨겁지 않았다. 뜨거워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하린이 수현의 손 안에서 사정했다. 벤치 아래로 방울이 떨어졌다. 수현은 몇 번 더 찌른 뒤 하린의 등 위에서 숨을 고르고, 빼내고, 콘돔을 묶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 손짓까지 능숙했다. 능숙함이 미르의 이빨 사이에 모래처럼 끼었다.

수현이 하린의 등을 쓸며 물을 먹였다. 애프터케어. 규칙대로. 미르는 그 다정함을 싫어하지 않으려 했다. 싫어하지 않는 것과 가슴이 조이는 것은 다른 층이었다. 미르는 그 층을 아직 이름 붙이지 않았다.

수현이 미르 쪽으로 걸어왔다. 목줄을 벽에서 풀어 손에 쥐었다. 짧게 당겼다. 미르의 몸이 수현에게로 기울었다.

"봤어."

"봤어요."

"옐로?"

미르는 입술을 적셨다. 옐로라고 말하면 장면이 멈춘다. 장면은 이미 끝나 있었다. 멈출 것이 남아 있지 않은데 옐로를 쓰는 것은 규칙을 더럽히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린이요."

수현의 눈이 미르의 눈을 한동안 읽었다. 미르는 눈을 내리깔았다. 펫의 눈. 착한 펫의 눈.

"그린이면, 입."

수현이 미르를 무릎 꿇렸다. 방금 하린을 박았던 것을, 씻지 않은 채로, 미르의 입안에 넣었다. 가죽과 라텍스와 다른 사람의 체취. 미르는 그것을 삼키듯 빨았다. 수현의 손이 미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펫. 내 것."

미르는 입 가득 오너를 물고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 안쪽에 하린의 벌어진 엉덩이가 남아 있었다. 이론의 끝과 감정의 시작이 그 이미지의 가장자리에서 서로 닿지 못하고 비껴 갔다. 목줄은 수현의 주먹 안에서 짧아져 있었다. 가죽이 아니라, 미르의 숨이 먼저 짧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