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의 시계

교육이 끝난 지 세 달째, 서하가 민재를 낮의 아틀리에로 불렀다. 파티가 아닌 화요일. 철공소 골목에 용접 불꽃이 튀고 있었다. 삼 층은 조용했다. 슬링이 커버를 쓴 채였고, 매트는 걷혀 있었다. 낮의 방은 기구의 뼈만 보여 주었다.

서하가 테이블에 커피를 두 잔 놓았다. 종이컵. 시계는 여전히 왼쪽 손목에 있었다. 파티 때와 같은 시계. 낮에도 풀지 않는 물건.

"개인 면담 아니에요. 멘토링이라고 부르기도 거창하고. 그냥, 신입 모니터가 시즌 중간에 길을 잃지 않게 한 번 앉는 자리예요. 하늘이 이 년 전에 이 자리에 앉았고, 지연은 지난 시즌에 앉았어요."

민재는 컵을 만졌다. 따뜻했다. 오른쪽에 두어진 컵. 버릇이 여기까지 따라왔다.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방향을 아직 모릅니다."

"그 문장이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 있어요. 길을 잃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보통 자기 욕망을 규칙으로 착각 중이에요. 모르는 쪽이 안전합니다."

서하가 시계를 풀었다. 푸는 것을 민재가 처음 보았다. 손목에 시계 자국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자국을 테이블 위에 시계와 나란히 두듯, 서하가 말했다.

"이 시계는 당번 시계예요. 칠 분. 십오 분. 노크. 시프트. 나는 이 바늘로 내 흥분을 잘라요. 자르지 못하면 모니터를 안 섭니다. 민재 씨는 아직 자를 줄 알아요. 그래서 내가 붙든 거예요."

"자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보고 있으면 몸이 먼저 대답합니다. 민호의 무릎, 수아의 줄, 하린의 울음. 그 대답을 집에서 처리하고 옵니다."

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에 수치를 묻히지 않았다.

"처리하고 오는 거, 정답이에요. 처리 안 하고 당번 서서 장면을 자기 환상으로 덮으면 그때부터 사고예요. 민재 씨는 환상을 집에 두고 와요. 그게 재능입니다. 재능을 겸손으로 포장하지 마요. 포장하면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 손을 못 써요."

민재가 커피를 마셨다. 쓰다. 설탕이 없었다. 서하의 커피는 원래 그런 것 같았다.

"서하 씨는 왜 모니터를 하세요. 참가도 하시면서."

질문이 주제넘을 수 있었다. 서하는 주제넘음을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나는 스물아홉에 이 방에 무릎부터 들어왔어요. 삼십대 중반에 줄을 잡기 시작했고. 지금은 양쪽을 오가지만 당번 서는 밤에는 어느 쪽도 아니에요. 커뮤니티가 나를 받아 준 방식이 담요였거든요. 담요를 받은 사람은 언젠가 담요를 접어야 해요. 그게 반납이 아니라 순환이에요."

순환. 민재는 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렸다. 빌려 쓰고 반납 안 하는 방, 이라고 서하가 유월에 말했다. 순환은 그 반대였다.

"민재 씨는 스위치 기미가 있어요. 하준이 말한 공백을 이해하려고 하잖아요. 이해하려는 사람은 보통 한쪽만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서두르지 마요. 시즌 안에 꼭 무릎을 꿇을 필요 없습니다. 시즌은 시험이 아니에요. 달력이에요."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흰 팔찌로 남을 때, 손이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나오고 싶어 합니다."

서하가 시계를 다시 찼다. 찰칵. 바늘이 제자리로.

"나오면 그때 나한테 말해요. 말 없이 장면에 손을 넣지 마요. 넣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는 사람이 이 방에서 오래 놀아요. 은재가 그래요. 지훈이 그래요. 나도 그래요. 말 먼저, 손 나중. 태양이 아니라 문래의 규칙이지만, 같은 뼈예요."

민재는 태양이라는 닉을 알지 못했다. 서하가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뼈만 남기고 살을 생략하는 말투.

테이블 위에 검은 팔찌 하나가 더 있었다. 예비용. 서하가 그것을 민재 쪽으로 밀었다.

"두 번째. 하나는 가방, 하나는 집에. 당번을 잊고 오는 신입이 있어서요. 민재 씨는 안 잊을 것 같지만, 잊지 않는 사람을 시스템이 보호해야 해요.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만으로 방이 안 돌아갑니다."

민재가 팔찌를 가방에 넣었다. 넣는 동작이 선서처럼 느껴져 일부러 아무렇게나 구겼다. 구겨도 벨크로는 단단했다.

문이 열리고 정우가 헤드셋을 든 채로 들어왔다. 월중 나이트 음향 점검. 서하가 낮의 면담을 접는 신호로 컵을 비웠다.

"다음 파티 때 민재 씨 1시프트 붙여 볼게요. 내가 같이. 초반 두 시간은 사고가 잘 안 나고, 그래서 방심이 나요. 방심하는 눈을 내가 옆에 두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골목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서하가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시계를 보지 않고.

"멘토라는 말, 민재 씨가 부담이면 안 써도 돼요. 나는 그냥 먼저 온 당번이에요. 먼저 온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 손목을 보는 거. 그거면 충분합니다."

민재는 문래역까지 걸어가며 자기 손목을 보았다. 시계가 없었다. 시계 대신 언젠가 감길 검은 줄의 자리가 있었다. 서하의 흰 자국처럼, 자기만의 자국이 생길 밤이 올지도 몰랐다.

그 밤을 서두르지 않기로 다시 정했다. 정하는 일이 욕망의 부정은 아니었다. 욕망을 달력에 올려 두는 일이었다. 달력은 시험이 아니었다.

화요일의 용접 불꽃이 등 뒤에서 꺼졌다. 민재의 가방 속에서 예비 팔찌가 노트북에 부딪혀 작게 소리를 냈다. 작은 소리. 시즌이 그를 붙들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