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방을 만든다
오월의 파티는 사월보다 사람이 많았다. 정우가 입구에서 명부를 넘기며 말했다. 시즌이 자리를 잡으면 몸이 따라온다. 몸이 따라오면 소리가 는다.
민재는 이번에도 하늘과 두 번째 시프트였다. 검은 팔찌를 채우기 전, 흰 팔찌로 임팩트 존 가장자리에 섰다. 오늘은 소리를 배우기로 했다. 지난달이 줄의 밤이었다면, 오늘은 타격의 밤이 될 것이라고 서하가 미리 말해 두었다.
태민과 하린. 플로거와 케인. 하린은 천식 흡입기를 애프터케어 서랍에 넣어 둔 상태였다. 민재는 그 사실을 브리핑에서 다시 들었다. 의료는 소문이 아니라 당번의 메모였다.
하린이 벤치 위에 엎드렸다. 치마를 허리까지 걷고, 팬티를 허벅지 중간에 걸어 두었다. 벗지 않은 채 벗은 자리. 엉덩이가 조명 아래서 하얗다. 태민이 그 하얀 살 위에 손을 올려 온도를 읽었다. 손바닥의 예고. 예고가 동의의 마지막 층이었다.
"오늘 상한선, 지난번이랑 같아. 허벅지 안쪽은 노랑부터. 숨 가쁘면 바로 빨강. 내가 세지 않을게. 네가 말해."
"세지 마. 세면 내가 참아버려. 참는 거 오늘은 싫어."
태민이 플로거를 어깨에서 내려 공중에서 한 번 돌렸다. 가죽 심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아직 몸에 닿기 전의 소리. 하린의 등 근육이 그 소리에 먼저 반응했다.
첫 대가 넓게 퍼졌다. 엉덩이 한복판. 소리가 방 전체를 한 번 쓸고 지나갔다. 로프 존의 대화가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아틀리에 칠은 소리를 삼키는 바닥을 갖고 있었지만, 플로거는 바닥보다 윗줄을 썼다.
두 대, 세 대. 리듬이 생겼다. 하린의 신음이 리듬의 반대편에서 올라왔다. 신음이 높아질 때마다 태민이 세기를 아주 조금 낮추었다. 낮추는 것이 후퇴가 아니었다. 숨 고르기였다.
민재는 하늘과 함께 검은 팔찌로 교대한 뒤에도 그 존을 더 자주 지나쳤다. 지나치는 일이 구경이 되지 않게, 매번 하린의 어깨와 목을 보았다. 어깨가 귀 쪽으로 말리면 참는 몸. 목이 길어지면 받는 몸. 하린의 목은 길었다.
열 대쯤에서 태민이 플로거를 바꾸고 케인을 집었다. 얇은 등나무. 소리가 짧아졌다. 짧아진 소리가 더 날카로웠다. 하린의 엉덩이에 선이 하나 생겼다. 분홍에서 빨강으로. 그녀가 벤치 가죽을 손가락으로 움켜쥐었다.
"컬러."
"초록. 허벅지는 아직."
태민이 허벅지 바깥을 한 대 쳤다. 하린의 한쪽 무릎이 벤치에서 들렸다.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태민이 그 무릎을 손바닥으로 눌러 고정하지 않았다. 고정하지 않는 탑. 하린이 스스로 내려놓는 무릎.
민재가 두 걸음 거리에서 물었다. 묻는 타이밍은 타격과 타격 사이였다.
"하린 씨, 숨은 괜찮으세요."
하린이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볼이 붉고, 눈이 젖어 있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괜찮아요. 초록. 모니터 씨 목소리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 세 글자가 민재의 갈비뼈 사이에 들어왔다. 모니터가 장면의 손님이 아니라 방의 가구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이었다. 가구는 욕이 아니었다. 있어야 숨이 나오는 물건이었다.
태민이 케인을 여섯 대 더 내리고, 플로거로 돌아가 붉어진 자리를 넓게 감쌌다. 감싸는 타격. 선 위에 면. 하린이 울기 시작했다. 울음이 빨강이 아니었다. 태민이 그것을 알고 있었고, 민재는 태민의 얼굴을 보고 그것을 배웠다. 탑의 눈이 울음을 겁내지 않으면, 모니터도 겁내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어깨를 보았다. 어깨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마지막 대 이후 태민이 케인을 바닥에 놓았다. 놓는 소리가 타격보다 크게 들렸다. 하린의 엉덩이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태민이 얼음팩을 꺼내지 않고, 손바닥만 그 열 위에 올렸다. 열을 가두는 손. 로프 존에서 지훈이 쓰던 손과 같은 족보였다.
"여기. 나 여기 있어. 물."
하린이 고개를 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는 애프터케어에서 전해질 음료를 가져와 태민의 손이 닿는 벤치 모서리에 두었다. 직접 입에 대지 않았다. 탑의 손을 거치게. 하늘이 지난달에 가르쳐 준 순서였다.
하린이 천천히 일어났다. 팬티를 올려도 엉덩이의 열이 천을 밀어 올리는 것 같았다. 붉음이 치마 밑으로 숨었다. 숨어도 방은 그 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플로거의 바람, 케인의 짧은 침, 울음의 호흡.
시프트를 돌며 민재는 다른 존의 소리도 분류하기 시작했다. 로프는 마찰과 짧은 숨. 슬링은 금속 고리와 낮게 깔린 신음. 클로즈드 커튼은 고른 정적. 임팩트는 방을 만드는 소리. 소리가 방을 만들고, 방이 사람을 담았다.
열 시 반, 팔찌를 풀고 나서도 귓가에 케인이 남아 있었다. 지하철 칸의 레일 이음새가 그 짧은 소리와 겹쳤다. 민재는 겹침을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내면 배운 것이 흩어질 것 같았다.
집 책상 위에 그는 작은 메모를 남겼다. 숨 가쁘면 빨강. 세지 마. 참는 거 오늘은 싫어. 하린의 문장이었다. 타격의 기술보다 그 문장이 더 오래 남을 것이라고,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소리가 방을 만든다. 그러나 방을 지키는 것은 그 소리의 사이, 타격과 타격 사이의 질문이었다. 민재는 그 사이에 서서,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가 방에 쓸모 있다는 감각을 얻었다.
고마워요. 모니터 씨.
그 말을 욕망으로 소비하지 않으려 했다. 소비하면 가구가 아니라 손님이 된다. 손님은 방을 못 지킨다. 그는 아직 지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