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내어주는 이야기

식사는 강변 근처의 한적한 식당이 아니라, 사람이 적당히 있는 곳에서 했다. 하윤이 고른 자리였다. 너무 조용하면 자신의 숨소리가 커지고, 너무 붐비면 어깨가 올라갔다. 시원은 메뉴를 먼저 고르지 않았다. 하윤이 고른 다음에 같은 것을 골랐다. 같은 것을 고르는 일이 동조가 아니라 부담을 줄이는 선택처럼 보였다.

밥을 먹는 동안 깊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번역 마감, 강의 일정, 강물의 색깔. 하윤은 그 평범함이 고마웠다. 평범함 다음에 반드시 질문이 따라오던 버릇이 아직 몸에 남아 있어서, 젓가락을 놓을 때마다 다음 문장을 예감했다. 시원은 예감된 문장을 꺼내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 강변을 걸었다. 바람이 차가웠고, 자전거 전조등이 간헐적으로 스쳤다. 하윤은 시원의 왼쪽에 섰다. 출구가 보이는 쪽, 사람이 덜 붙는 쪽. 시원은 그 위치를 교정하지 않았다.

한참을 걷고 나서 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해도 되는 이야기가 있어요. 길게는 못 해요. 이름도 안 할 거고요."

"듣겠습니다. 중간에 멈추셔도 됩니다."

하윤은 난간을 한 번 짚었다. 손바닥에 차가운 금속이 남았다.

"안전어를 말했어요. 말했는데 멈추지 않았어요.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다음이 너무 다정해서, 그게 사고인지 사랑인지 구분이 안 됐어요. 달콤한 것과 위험한 것이 같은 방에 있었어요. 그래서 나오는 데 오래 걸렸어요. 늦게 나온 게 아니라, 늦게 구별한 거예요."

시원은 걸음을 맞추기만 했다. 왜냐고는 묻지 않았다. 그때 왜 안 나왔냐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심문이다. 하윤은 심문을 너무 많이 스스로에게 해 왔다.

"구별이 늦었다고 해서, 말한 것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시원이 그렇게만 말했다. 구원 연설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미 알고 있는 문장을, 다른 입이 한 번 더 말해 주는 일에 가까웠다. 하윤은 그 한 줄이 이상하게 버텨 주었다.

강물이 다리 아래로 흘렀다. 하윤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제가 기억해 두었으면 하는 게 있으신가요. 질문해도 될까요."

시원이 물었다. 기억해 주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무엇을 기억할지 상대에게 고르게 하는 질문이었다.

하윤은 잠시 침묵했다. 침묵하는 동안 시원은 재촉하지 않았다.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갔고, 가로등이 그들의 그림자를 짧게 늘였다.

"그만, 이라고 하면 그거예요. 이유가 없어도 그거예요. 그리고 제가 조용해지면, 그건 좋다는 뜻이 아니에요. 조용함은 허락이 아니에요. 예전에 그걸 허락으로 번역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만이면 그만. 이유 필요 없음. 조용함은 허락이 아님.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적어 두어도 될까요. 저 혼자 보는 메모에만."

"적어요. 다만 그 메모를 나중에 증거로 들이밀지는 마세요."

"들이밀 일이 생기면, 그건 이미 틀린 겁니다."

하윤의 눈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울음은 짧았다. 한 번 들이쉰 숨이 나오면서 물기가 맺혔고, 그녀는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시원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어깨를 감싸지 않았다. 안아도 되냐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울음이 접촉의 허가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으로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윤은 안아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것이 거절은 아니었다. 지금은 혼자 서 있는 편이 숨이 났다.

"고마워요. 만지지는 마세요. 지금은."

"알겠습니다. 만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윤의 숨이 고르게 돌아올 때까지, 시원은 다른 위로를 보태지 않았다. 보태지 않는 위로가 가장 정확한 거리였다.

정류장에서 갈라졌다. 같은 방향의 버스가 있었으나 하윤은 다음 차를 타겠다고 했다. 시원은 함께 기다리겠냐고 묻지 않았다. 먼저 타는 버스를 탔다. 창가에 앉아 손을 한 번 들었다가, 하윤이 고개만 끄덕이는 것을 보고 손을 내렸다.

하윤은 혼자 남은 정류장에서 강 쪽을 보았다. 이야기를 내어 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비어 있어도 빼앗긴 느낌은 아니었다. 버스가 왔을 때 그녀는 뒷자리에 앉아, 창에 이마를 대지 않은 채로 집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