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방

혼자는 처음에는 안전했다.

하윤의 원룸은 작았고, 작은 방은 변수가 적었다. 문은 하나였고, 창문은 하나였고, 열쇠는 그녀만 가지고 있었다. 밤에 현관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체인을 걸고, 그 위에 의자까지 끌어다 놓는 버릇이 생겼다.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했다. 과한 안전은 부족한 안전보다 견디기 쉬웠다.

삼 주가 지나자 혼자가 다른 맛이 되기 시작했다.

저녁이 길어졌다. 주말이 비었다. 번역 마감이 없는 일요일 오후, 하윤은 세탁기를 두 번 돌리고도 할 일이 없었다. 커뮤니티 단톡방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꺼져 있는 알림이 오히려 존재감을 가졌다.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모이고, 웃고, 서로의 주말을 나누고 있을 것이었다. 하윤은 그 장면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 장면에서 지워진 방식이 너무 조용해서 불안했다.

서연이 찾아온 것은 토요일 낮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나자 하윤의 몸이 먼저 굳었다. 그녀는 문틈으로 확인하고, 체인을 건 채로 문을 조금 열었다.

"나야."

서연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김밥과 귤, 그리고 하윤이 예전에 좋아하던 보리차.

체인을 풀며 하윤은 말했다.

"미리 말하지 그랬어."

"말하면 안 열어줄 것 같아서."

두 사람은 작은 탁자에 마주 앉았다. 서연은 약속대로 그 사람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하윤의 얼굴을 보았다. 잠을 설친 눈, 말려 가는 입술, 너무 깨끗하게 정리된 방. 정리된 방은 종종 사람이 자신을 붙들어 매고 있다는 뜻이다.

"모임에 안 나온 지 오래야."

"안 나갈 거야."

"하윤아. 거기 그 사람만 있는 거 아니야. 너 알잖아. 민지, 태호, 나. 그리고 새로 오는 사람들도 있어. 그 사람 이후의 공간도 있거든."

하윤은 김밥의 김을 손으로 밀어 냈다.

"공간이 문제가 아니야. 내가 그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문제야. 나는 잘 듣는 서브였고, 잘 참는 서브였고, 그게 자랑처럼 돌았잖아. 그 자랑이 지금은 창피해. 창피한 얼굴로 그 자리에 앉기 싫어."

서연의 젓가락이 멈췄다.

"잘 참는 게 자랑이면 안 되는 거였어. 그건 커뮤니티가 잘못 본 거고, 우리가 충분히 안 물은 거야. 네가 창피할 일이 아니야."

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창피가 논리로 설득되는 감정이었다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서연은 귤 껍질을 벗기며 천천히 말했다.

"네가 혼자 있는 거, 이해해. 회복에는 혼자만의 방이 필요하거든. 근데 그 방이 세계를 대신하면, 그때부터는 숨는 거야. 숨는 거랑 치유하는 거는 겉모습이 닮았어. 그래서 위험해."

"지금은 숨고 싶어."

"알아. 그래서 내가 온 거야. 숨어도 되는 사람 하나는 문 밖에 있어야 하거든."

하윤은 그 문장을 삼켰다. 삼키니 목이 따듯했다.

둘이 먹은 김밥이 끝나고, 서연은 설거지를 하겠다고 했다. 하윤은 거절하지 않았다. 누군가 자기 싱크대에서 물을 틀고 있는 소리가 낯설고, 동시에 조금 살았다. 혼자의 규칙이 잠시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떠나기 전 서연이 신발 끈을 묶으며 말했다.

"다음 달 첫째 주 모임, 장소 옮겨. 신촌 쪽 카페. 그 사람 안 와. 운영진이 이미 조치를 했어. 너는 그걸 알 권리 있어서 내가 말하는 거야."

하윤의 손가락이 문고리 위에서 멈췄다.

"조치를."

"안전어를 어긴 사람은 모임에 못 들어와. 그게 원래 규칙이야. 네가 말하기 전까지 우리가 몰랐던 게 미안해. 그래도 지금은 알아. 알게 된 규칙은 적용했어."

문이 닫힌 뒤 하윤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규칙이 적용되었다는 말은, 그녀가 겪은 일이 혼자만의 악몽이 아니라 공동의 기준으로 다루어졌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이 위로인 동시에 아팠다. 더 일찍 말했더라면, 이라는 문장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하윤은 그 문장을 입 안에서 굴리다가 삼켰다. 더 일찍, 은 이미 지나간 시간의 폭력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지금뿐이었다.

그날 밤 하윤은 의자를 현관에서 조금 옆으로 옮겼다. 체인은 그대로 걸어 두었다. 전부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의자의 위치가 바뀐 만큼, 혼자라는 방에도 아주 작은 틈이 생겼다.

틈으로 무엇이 들어올지는 아직 몰랐다. 하윤은 그 모름을, 예전처럼 재앙으로만 읽지는 않기로 했다. 아직은 연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