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냐고 묻는 밤
마감이 겹친 목요일이었다. 하윤은 번역 문장을 세 번 고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원고를 보낸 뒤 불을 끄지 못한 채 소파에 앉았다. 어깨가 돌처럼 굳어 있었고, 귀에서 얇은 이명이 남았다. 이럴 때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몸을 맡겼다. 맡기면 머리가 멈출 거라고 믿었다. 머리는 멈추지 않았고, 몸만 먼저 항복했다.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시원의 문자가 왔다.
오늘 체크인해도 괜찮을까요. 아니어도 됩니다.
하윤은 화면을 오래 보았다. 괜찮냐고 묻는 문장은 흔하다. 흔해서 위험한 문장도 있다. 상대의 괜찮다를 받아 내기 위한 질문. 하윤은 그 차이를 이제는 귀로 가릴 수 있었다. 시원의 문장에는 아니어도 됩니다, 가 붙어 있었다. 붙어 있는 거절의 문이 질문을 질문으로 남겼다.
괜찮아요, 라고 치려다 지웠다. 괜찮다는 말은 너무 많이 써서 닳아 있었다.
지금 어깨가 아파요. 일은 끝났어요. 말은 길게 하기 싫어요.
시원의 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삼 분쯤 지나서 왔다. 바로 오지 않는 답이, 상대를 급하게 붙잡지 않는다는 뜻처럼 읽혔다.
알겠습니다. 길게 안 하셔도 됩니다. 물 한 컵이랑, 어깨에 따뜻한 수건. 그다음에 가능하면 일찍 눕기. 제가 전화해도 되는 밤은 아닙니다. 원하시면 문자만 두겠습니다.
하윤은 실제로 물을 마셨다. 수건을 적셔 전자레인지에 넣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자 어깨에 올렸다. 누군가가 시킨 느낌이 들어서 잠시 기분이 상했다가, 곧 그 감정이 익숙한 반발임을 알아챘다. 시원은 시키지 않았다. 순서를 제안했을 뿐이다. 제안은 거절할 수 있다. 하윤은 거절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한 시간 뒤 시원이 다시 물었다.
어깨, 조금 나아졌나요. 아니어도 됩니다. 답은 짧은 말이어도 됩니다.
하윤은 물컵 사진을 찍어 보냈다. 빈 컵이었다. 시원은 잘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잘했다는 말은 점수가 된다. 대신 이런 답이 왔다.
보았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악몽 있으면 내일 낮에 말해 주셔도 됩니다. 밤에 답 안 하셔도 저는 기다립니다.
하윤은 소파에서 침대로 옮겼다. 어깨의 열이 목덜미로 올라갔다. 목이 뜨거워지자 예전의 손이 스쳤다. 스치는 기억에 심장이 달렸고, 그녀는 수건을 집어 던지듯 내려놓았다. 방 안은 고요했다. 고요한데도 숨이 짧아졌다. 목은 닿지 말 곳이었다. 약속된 곳이 아니었는데도 몸은 약속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달아났다.
손이 떨리는 채로 문자를 보냈다.
수건이 목까지 올라갔어요. 깜짝 놀랐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괜찮은 척은 아니에요. 놀란 다음에 괜찮은 거예요.
답이 거의 즉시 왔다.
목은 대지 않겠습니다. 수건도, 손도, 말에서도. 오늘은 어깨만. 필요하면 저와의 문자도 여기서 끊으셔도 됩니다.
하윤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목은 대지 않겠습니다. 변명이 없었고, 왜 놀랐는지 캐묻지도 않았다. 그녀는 수건을 다시 적셔 어깨에만 올렸다. 목덜미는 비워 두었다. 비워 둔 자리가 차갑게 식는 동안, 심장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음 날 늦은 오전에 하윤이 먼저 보냈다.
악몽은 없었어요. 목 이야기도 어제에서 끝났어요.
시원의 답이 점심때쯤 왔다.
소식 감사합니다. 오늘은 밥 드셨나요. 양이 아니라, 먹었는지만요.
하윤은 화면을 보다가 짧게 웃었다. 웃는 소리가 원룸에 잠깐 남았다. 괜찮다를 받아 가려는 질문이 아니었다. 먹은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확인은 채점이 아니었다.
김밥 반 줄이요. 웃었어요. 지금.
시원은 왜 웃었는지 묻지 않았다.
반 줄도 식사입니다. 오늘은 더 묻지 않겠습니다.
하윤은 휴대폰을 엎어 두고 창밖을 보았다. 괜찮냐고 묻는 밤은, 괜찮다를 받아 내는 밤이 아니었다. 아프다고 말해도 문이 닫히지 않는 밤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한 번 돌렸다. 아직 아팠다. 아파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