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없이 묻는 질문

밥은 삼 주 뒤에야 이루어졌다. 하윤이 날짜를 세 번 미뤘고, 시원은 세 번 모두 "그때 뵙죠."라고만 답했다. 아쉬움을 목소리에 담지 않는 사람이었다. 담지 않는 것이 기술처럼 보이다가, 자꾸 보니 성격처럼 보였다.

장소는 합정 골목의 작은 식당이었다. 칸막이가 있는 자리. 하윤이 고른 자리였다. 시원은 하윤이 고른 자리를 질문 없이 받아들였다. 창가냐 안쪽이냐를 가지고 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윤은 그런 싸움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리를 고르는 권리조차 양보의 증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메뉴를 고르는 동안 시원이 물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괜찮으세요. 일, 책, 모임. 아니면 아무 말 없이 먹는 것도 됩니다."

하윤은 숟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모임 이야기는 아직. 일은 괜찮아요. 책은 더 괜찮고요."

그래서 그들은 책에 대해 말했다. 시원은 최근에 에세이를 읽고 있었고, 하윤은 번역 중인 소설의 문장 리듬을 말했다. 대화가 깊어져도 테이블 위의 공기 온도는 일정했다. 일정하다는 것이 이렇게 안심이 되는지 하윤은 몰랐다. 예전의 식사는 언제나 다음 장면의 전조였다. 밥이 끝나면 차가 있고, 차가 끝나면 집이 있고, 집이 있으면 규칙이 기다렸다.

식당을 나와 공원을 걸을 때, 시원이 물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세션에 관한 질문은 아닙니다."

하윤의 걸음이 반 박자 느려졌다.

"뭔데요."

"지금 가장 지키기 싶은 선이 뭐예요."

질문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선이 뭐냐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선이 뭐냐. 하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들었다.

"무릎이요. 무릎 꿇는 거. 그리고 목. 목에 손이 가는 거. 그다음에 제가 말한 걸 못 들은 척하는 거. 그건 선이 아니라 끝이에요."

시원은 메모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무릎, 목, 말한 것을 무시하는 것."

"왜 물어요. 세션 안 한다니까요."

"안 하니까요. 안 하는 동안에도 선은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걸을 때도, 문자를 보낼 때도. 선을 세션 전용으로 모아 두면, 일상이 무방비가 됩니다."

하윤은 발이 시린 줄도 모르고 걸었다. 그 문장이 너무 정확해서 눈이 잠시 아렸다.

"저한테 뭘 바라요."

시원은 공원 가로등 아래서 걸음을 멈추었다. 멈추는 위치도 하윤이 먼저 멈출 수 있게, 한 발 바깥쪽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요. 정확히는, 당신이 이 대화를 계속할지 말지 고를 수 있는 상태를 바랍니다. 그 이상이면 제 욕심이고, 욕심은 저 혼자 처리합니다."

하윤은 웃을 뻔했다. 웃음이 울음과 가까워 참았다.

"이상한 돔이네요."

"돔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우면, 시원이라고만 부르셔도 됩니다. 역할은 합의한 자리에만 있습니다. 합의하지 않은 골목까지 따라오지 않습니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하윤은 창에 이마를 대었다. 세션 없이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들은 몸을 열라고 하지 않았다. 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지도를 같이 그리자고 했다. 하윤은 지도를 그리는 일에 지쳐 있었고, 동시에 지도 없이 걷는 일에는 더 지쳐 있었다.

원룸에 돌아와 그녀는 일기장을 열었다. 지키는 것부터 한다. 원하는 것은 나중이다. 그 문장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하윤은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선은 세션 밖에 있어도 선이다. 그걸 물어 준 사람이 있다.

펜을 내려놓자 방이 조용했다. 조용함이 이번에는 조금 덜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