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탭
일요일 아침, 정민은 수아 방에서 나왔다. 혜수는 이미 커피를 내려놓고 창가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잘 잤어"를 교환했다. 교환 이후의 침묵은 어색했지만, 어색함을 깨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정민은 토스트를 구웠고, 혜수는 그것을 먹었다. 먹었다는 사실이 오늘은 작은 합의처럼 느껴졌다.
정민이 마트에 간다고 나갔다. 나가기 전에 현관에서 잠깐 멈췄다. 혜수는 "우유 두 개"라고만 했다. 그는 "응" 하고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혜수는 휴대폰을 들었다. 시크릿 탭을 여는 데 손끝이 한 번 미끄러졌다. 검색창에 커서가 깜박였다. 그녀는 무엇을 쳐야 하는지부터 몰랐다.
먼저 '남편 소유'를 쳤다. 법률 상담 글이 나왔다. 닫았다. '남자 무릎 꿇다'를 쳤다. 예능 클립과 청혼 영상이 나왔다. 닫았다. 한참을 보다가 '도미넌트 서브미시브'를 쳤다. 영어가 섞인 단어들이 화면을 채웠다. 혜수는 그 단어들을 하나씩 눌렀다.
디에스. 오너. 펫. 칼라. 세이프워드.
글들이 길었다. 어떤 글은 차갑고, 어떤 글은 과했고, 어떤 글은 의외로 담담했다. 담담한 글에 눈이 멈췄다. 마흔 넘은 여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후기였다. 남편이 먼저 말했고, 자신은 반 년 동안 공부했으며, 지금은 목걸이를 채워주는 쪽이라고. 목걸이는 밖에서 보면 그냥 은목걸이라고. 중요한 건 물건이 아니라 누가 그것을 채워주는가라고.
혜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와 같은 속도로 읽었다. 빨리 읽으면 놓치는 것이 있다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정민이 우유를 사 들고 돌아왔을 때 혜수는 탭을 닫아놓은 뒤였다. 닫아놓았지만 단어들은 닫히지 않았다. 오너. 펫. 그 두 단어가 부엌 타일 위에서 자꾸 겹쳤다.
월요일, 도서관. 혜수는 대출 데스크에서 열한 시의 학생들을 상대했다.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 반납함의 묵직한 소리. 점심시간에 직원 휴게실이 아니라 종합자료실 구석 컴퓨터로 갔다. 검색 기록을 남기지 않는 브라우저를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오너 펫 관계'와 '여성 도미넌트 중년'을 쳤다. 화면을 기울여 옆 자리 사람이 보지 못하게 했다. 중년이라는 단어가 붙자 글의 온도가 달라졌다. 덜 요란하고, 더 구체적이었다. 무릎이 아픈 이야기,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이야기, 그래도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한 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우리는 목줄을 사지 않았다. 목줄은 우리 나이와 우리 집에 맞지 않았다. 대신 백화점에서 은목걸이를 샀다. 그걸 채워주는 손이 내 손이면 됐다."
혜수는 그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 적다가, 지웠다. 지운 자리에 빈 화면이 남았다. 빈 화면이 더 또렷했다.
화요일 밤, 정민은 평소처럼 설거지를 했다. 혜수는 거실에서 그의 등을 보았다. 고무장갑을 낀 어깨. 그 어깨가 무릎을 꿇는 장면을 상상하는 일은 아직 어색했다. 어색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 밀어내는 대신 그녀는 물었다.
"지난번에 한 말. 구체적으로 뭐가 하고 싶은 거야."
정민이 물을 잠갔다. 고무장갑을 벗지 않은 채로 돌아섰다. 노란 고무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당신이 나를 부르는 이름. 당신 것이라고 말해 주는 것. 목에 무언가를 채워주는 것. 무릎 꿇리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 그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몸. 당신이 하고 싶을 때, 내가 거절하지 않는 쪽. 거절할 수는 있어야 하고. 그건 중요해. 다만 기본값이 거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혜수는 무릎 위에 얹은 손을 보았다.
"아프게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아니. 때리는 건 생각 안 해 봤어. 당신이 원하면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바라는 건 그게 아니야."
"개처럼 기라는 것도?"
정민이 잠깐 웃었다. 웃음이 부끄러움 쪽으로 기울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말만 들으면 민망하고. 그런데 바닥에 있는 건… 생각난 적 있어. 당신 발 쪽에."
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은 허락이 아니었다. 들었다는 표시였다.
"나는 아직 공부 중이야. 공부라는 단어도 이상하지만. 며칠만 더 줘."
"며칠이든."
그는 다시 물을 틀었다.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평소와 같았다. 평소와 같은 소리가 오늘은 다르게 들렸다.
수요일, 혜수는 퇴근길에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다. 관계와 권력에 대한 얇은 실용서. 표지가 너무 붉어서 도서관 대출은 하지 못했다. 집에서 수아 방 책상 서랍에 넣었다. 정민은 그 서랍을 열지 않는 사람이었다. 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그 서랍을 쓴다는 게, 혜수에게는 작은 배신이면서 작은 보호였다.
목요일 새벽, 혜수는 잠들지 못한 채로 옆을 보았다. 정민이 다시 이 침대로 돌아온 지 사흘째였다. 그는 등을 보이고 누워 있었고, 목덜미가 잠옷깃 밖으로 나와 있었다. 혜수는 손을 들어 그 목덜미 위에 올려놓았다. 올리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만지는 데 더 필요했다.
정민이 깨어 있는 호흡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돌아눕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말하게 기다리듯.
혜수는 속삭였다.
"아직 결정은 아니야. 다만 이 자리는, 만져도 되는 자리 같아."
정민의 목구멍이 움직였다. 그는 "응"이라고만 했다. 그 한 글자가 베개 속으로 들어갔다.
혜수는 손바닥으로 그의 목덜미 온도를 재듯 가만히 있다가, 손을 거두었다. 거둔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췄다. 무언가를 채울 자리가 손바닥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물건은 없었다. 자리만 있었다.
그녀는 그 빈 자리를 손가락으로 접어 쥐고, 눈을 감았다. 감은 눈 뒤로 시크릿 탭의 글자들이 지나갔다. 지나가는 속도가 월요일보다 느렸다. 느려진 만큼, 단어들이 번역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