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의 규칙

토요일은 정말로 토요일이었다. 혜수는 이불을 털었고, 정민은 베란다에서 걸레를 빨았다. 점심은 남은 삼치와 햇반이었다. 오후에는 각자 낮잠을 잤다. 깨어나니 네 시였다. 노트를 꺼내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은 토요일이 필요했다.

일요일 밤, 혜수가 먼저 꺼냈다.

"규칙 몇 개만 정하자. 우리 나이에 맞는 걸로. 무리한 건 안 되고."

정민이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당신이 정해. 나는 받을게. 아닌 건 아니라고 할게."

혜수는 소파에 앉은 채로 손가락을 접어 세었다.

"하나. 이 일은 이 집 안에서만. 현관문 밖에서는 부부여. 회사에서도, 수아 앞에서도, 엄마 앞에서도."

"응."

"둘. 내가 피곤한 날은 안 해. 당신이 무릎 아픈 날도 안 해. 숨기는 거 아니고, 그날은 그날대로 사는 거야."

"응."

"셋. 수박. 이미 정했고."

"응."

"넷." 혜수는 네 번째 손가락에서 잠시 멈췄다. "내가 아직 서툴러. 단어를 잊을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고, 갑자기 민망해서 그만두고 싶을 수도 있어. 그때 당신이 실망한 얼굴 하지 마. 실망하면 나는 다시 못 해."

정민이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을 보았다. 보다가 그 손가락을 잡지 않았다. 잡지 않는 것이 오늘은 규칙의 일부 같았다.

"실망 안 해. 못해도 내가 원하는 쪽이야. 하는 쪽이 아니라, 당신이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쪽이."

혜수는 다섯 번째를 접었다.

"다섯. 목걸이는 같이 고를게. 혼자 사서 일방적으로 채우지 않을게. 채우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글에 나와 있더라. 그 순간을 대충 하기 싫어."

"같이 고르자." 정민의 목소리가 잠겼다. "언제."

"다음 주 수요일. 내가 수요일 오후 반차 낼게. 백화점 지하 말고, 위쪽 보석 코너. 너무 비싼 데는 말고. 우리가 만져보고 고를 수 있는 데."

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인 뒤에도 고개가 잠시 그 각도에 머물렀다.

"하나 물어봐도 돼?"

"물어."

"그날 채우는 거야? 고르기만 하는 거야?"

혜수는 자신의 목을 무의식적으로 쓸었다. 쓸린 자리에 그녀의 목걸이는 없었다. 결혼반지만 손가락에 있었다.

"고르고, 집에 와서. 그날 저녁에. 채울 수 있으면 채울게. 못 하면 서랍에 넣어두고 다음을 기다릴게. 둘 다 괜찮아."

"둘 다 괜찮아." 정민이 따라 말했다.

그 주 월화는 평소의 월화였다. 정민은 출근했고, 혜수는 대출 데스크에 앉았고, 저녁에는 된장찌개와 계란말이가 나왔다. 다만 식후에 정민이 설거지하는 동안 혜수가 그의 목덜미를 한 번씩 보았다. 보는 일이 일이 되었다. 정민은 들키는 것을 아는 듯, 고개를 숙여 그릇을 헹구는 각도를 조금 더 낮추었다. 낮춘 각도가 이미 연습인지, 평소인지, 혜수는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화요일 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몸을 섞었다. 특별한 규칙 없이, 십오 년의 순서로. 불을 끄고, 혜수가 아래에 눕고, 정민이 그 위에 올랐다. 들어가기 전에 그가 물었다. "괜찮아?" 혜수는 "응"이라고 했다. 익숙한 각도, 익숙한 깊이. 정민의 숨이 그녀의 어깨에서 끊겼다. 혜수는 그의 허리를 감싸고, 발뒤꿈치로 그의 종아리를 한 번 눌렀다. 오르가즘은 크지 않았다. 작은 것이 왔다가, 작은 것으로 남았다. 정민이 빠져나와 휴지를 찾아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닦아주었다. 닦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조심스러운 것이 오늘은 평소보다 오래 갔다.

어둠 속에서 혜수가 말했다.

"이건 그거랑 별개야. 오늘 같은 날도 있어야 해."

"있어야 해." 정민이 대답했다. "오늘 같으면, 나는 남편이야. 그걸로 충분해."

"충분하면서 부족한 거지."

"……응. 미안."

"미안해할 거 아니야." 혜수는 그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얇아진 머리카락 사이로 두피가 만져졌다. "부족한 걸 말한 거잖아. 말한 사람이 미안하면, 안 말한 사람이 이기잖아."

정민이 그녀의 손 아래로 얼굴을 묻었다. 묻은 얼굴이 따뜻했다. 혜수는 그 무게를 받으며 천장을 보았다. 스프링클러. 그 아래 마흔여섯과 마흔일곱이 한 이불 속에 있었다.

"수요일에." 혜수가 속삭였다. "목걸이 고르면서, 내가 많이 어색할 거야. 어색해도 그 자리에 있을게. 당신은 내 얼굴 너무 보지 마. 보면 더 어색해져."

"안 볼게. 당신 손만 볼게."

"손은 봐도 돼."

정민의 입술이 그녀의 손바닥에 닿았다. 입맞춤이라기보다 이마를 대는 일에 가까웠다. 혜수는 그 입을 거두지 않았다. 거두지 않은 채로 그의 목덜미에 남은 빈자리를 생각했다. 내일 그 자리에 은이 걸릴 것이었다. 은이 걸리면, 이 집은 조금 다른 집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그 다른 집을 무섭다고만 느끼지 않았다. 무섭고, 궁금하고, 오래 산 부부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종류의 설렘 같았다. 설렘이라는 단어가 마흔여섯에 어울리는지 혜수는 몰랐다. 어울리든 말든, 가슴 아래가 얇게 떨렸다. 떨림을 그는 몰랐다. 모르는 채로 그의 숨이 고르게 바뀌었다.

혜수는 눈을 감지 않고 수요일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일이 십오 년 만에 다시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