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불
토요일 디너가 끝났다. 열한 시 사십칠 분.
홀은 이미 비었다. 지혜가 마지막 카드를 닫고, 민지가 디저트 스테이션을 포일으로 덮었다. 플론주 영수가 팬을 닦는 소리가 주방에서 가장 큰 소리가 되었다. 서비스가 끝나면 주방은 언제나 물과 철의 방으로 돌아갔다.
"수고했어요. 내일 일요일이니까, 월요일 미장 리스트는 단톡에 올릴게요."
윤서의 해산은 짧았다. 재훈이 먼저 앞치마를 풀었다. 하늘과 수아가 담배 핑계로 골목으로 나갔다. 준호와 혜린은 아직 느렸다. 강민이 두 사람의 스테이션을 한 번씩 훑고 보내 주었다.
"코미는 칼만 맞춰 두고 가요. 바닥은 내가."
"수셰프님도 힘드실 텐데."
"가요."
문이 하나씩 닫혔다. 을지로의 심야는 인쇄소 셔터가 내려가는 소리와 심야식당 환풍기 소리로 채워졌다. 활자의 계단이 조용해졌다.
남은 사람은 윤서와 강민과, 아직 패스 위에 켜져 있는 작업등 하나였다.
영수가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고 나갔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멀어졌다. 윤서는 오피스에 들어가 내일의 발주서를 닫지 않은 채로 나왔다. 강민은 바닥을 닦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흰 걸레가 스테인리스 다리 밑을 지나갔다.
윤서가 패스 끝의 스위치를 보지 않았다. 아직.
"오늘 재훈, 주스 농도 세 번 말했어요."
강민이 걸레를 짜며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오픈 전에 한 번 더 보겠습니다."
"한재욱이 오면, 저 접시가 핵심이 될 거야. 고기에 굴비 버터가 붙는 그 한 점."
"예."
예. 아직 낮의 예였다. 불이 켜져 있었으니까.
강민이 일어섰다. 무릎에 물이 번져 있었다. 앞치마는 이미 벗은 뒤였다. 상의 아래로 쇄골이 보였다. 서비스의 열이 아직 목덜미에 남아 있었다.
윤서가 그를 봤다. 낮에는 보지 않는 방식으로. 길이를 재듯이. 숨의 깊이를 재듯이.
"문."
강민이 주방 뒷문을 잠갔다.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그는 그 소리를 좋아했다. 그 소리가 나면, 세상은 이 스테인리스 사각형 안으로 줄어들었다.
윤서가 패스 끝으로 걸어갔다. 손가락이 스위치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멈추었다.
"규칙."
강민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알고 있습니다."
"말해요."
"마지막 불이 꺼지기 전에는, 낮입니다. 낮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낮에는 이름 없이 직함만. 낮의 「예, 셰프」는 복명입니다. 밤의 「예, 셰프」는 다른 것입니다. 코미가 건물 안에 있으면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표가 남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 흰 옷 밖으로 보이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
윤서의 손가락이 스위치를 내렸다.
패스가 어두워졌다. 골목의 네온이 창 너머로 얇게 들어왔다. 빨간 것과 흰 것이 섞인 을지로의 밤.
어둠 속에서 윤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같은 사람이었으나, 패스의 법이 다른 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제 밤이야."
강민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걸레를 놓던 그 자리가 아니었다. 허리가 접히고, 시선이 윤서의 구두 끝에 닿았다. 숨이 먼저 더워졌다.
"예, 셰프."
세 음절이 달라졌다. 복명이 아니었다. 바치는 말이었다. 목구멍의 깊은 곳에서 나왔다. 윤서는 그 차이를 밀리미터 단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불을 마지막에 끄는 것이었다.
그녀는 강민의 턱을 손으로 들었다. 엄지가 아랫입술에 닿았다. 낮에 한우를 자르던 입술. 밤의 입술.
"오늘 잘했어. 낮에."
칭찬은 밤의 것이었다. 낮의 통과와는 달랐다. 강민의 눈이 감겼다. 감긴 눈 아래로 열이 내려갔다.
윤서가 엄지를 입 안에 넣었다. 강민이 받아 물었다. 혀가 손가락의 소금을 핥았다. 주방의 소금. 패스의 소금. 하루 종일 접시에 묻혀 있던 것이 이제 사납게 사적인 것이 되었다.
마지막 불이 꺼진 주방에서, 헤드셰프는 여전히 헤드셰프였다. 다만 그 직함이 이제는 다른 것을 명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