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일곱 시 사십 분. 티켓이 겹쳤다.
홀 3, 네 명. 홀 5, 두 명. 카운터 4, 세 명. 알레르기—홀 5 한 명, 갑각류. 페어링은 홀 3만.
윤서는 티켓을 한 장씩 패스 상단에 붙였다. 순서는 그녀가 정했다. 홀이 원하는 순서가 아니라, 주방이 버틸 수 있는 순서.
"홀 쓰리 먼저. 메인 전에 피시 두 장 빼. 하늘, 참숭어 넷, 농어 둘. 홀 파이브는 갑각류 아웃. 가드망제 대체 코스 준비됐지."
"됐습니다."
수아의 손이 이미 돌문어 주스 젤리를 플레이트에 올리고 있었다.
강민은 패스 왼쪽에서 접시를 받았다. 윤서가 소스 스푼을 긋기 전에, 가장자리의 지문과 유막을 수건으로 지웠다. 그 동작은 삼 년째 같았다. 누가 시킨 적이 없었다. 어느 날부터 그 자리가 그의 것이 되어 있었다.
"소스, 한우 주스 지금 농도가 빠집니다."
재훈의 목소리에 강민이 돌아섰다.
"불 내리고 버터 마운트. 염 다시 보지 마. 윤서 셰프가 오픈 전에 맞춰 둔 거야."
재훈의 턱이 살짝 굳었다. 그래도 손은 움직였다. 강민은 그 굳은 턱을 기록해 두었다. 기록만 했다. 지금은 서비스였다.
여덟 시. 주방이 가장 좁아지는 시간이었다. 살라만더가 계속 열리고, 인덕션 여섯 구가 전부 켜지고, 티켓기가 쉰 쉬지 않고 뱉었다. 윤서의 이마에 땀이 고였다. 그녀는 닦지 않았다. 패스 위의 접시가 더 급했다.
"테이블 세븐, 네 번째 워킹인."
강민이 콜했다. 홀 매니저 지혜가 접시를 받아 나갔다. 카운터 쪽 손님이 오픈키친 너머로 불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쇼가 아니었다. 감시였다. 을지로에서 이 돈을 내는 사람들은, 불을 구경하러 오지 않았다. 불이 정확한지를 보러 왔다.
"준호. 그 허브, 지금 시들었습니다. 버립니다. 새걸로."
윤서의 목소리였다. 크지 않았다. 그러나 주방이 잠깐 조용해졌다. 코미의 귀가 빨개졌다. 강민이 준호의 트레이를 가로채 허브를 통째로 버렸다. 새 허브를 집어 윤서 앞에 놓았다. 변명하지 않았다. 변명은 패스를 더럽힌다.
"예, 셰프."
준호가 아니라 강민이 말했다. 대신 받는 복명이었다. 윤서는 허브를 집었다. 풋마늘 오일 한 방울. 콘소메 수면이 원을 그렸다. 통과.
아홉 시가 넘자 한우가 나갔다. 안심은 십이 온스, 시어는 빈초탄. 윤서가 직접 뒤집었다. 강민은 그 옆에서 휴식 온도를 쟀다. 오십사 도. 그녀가 원하는 레어와 미디엄 레어의 경계.
"컷."
강민의 칼이 결을 따라 들어갔다. 단면이 균일했다. 윤서가 주스를 접시 바닥에 얇게 깔고, 강민이 고기를 올렸다. 손끝이 스쳤다. 장갑 아래의 열이었다. 둘 다 못 본 척했다.
"홀 나인, 메인 파이어."
서비스는 기계처럼 정확한 아름다움으로 흘렀다. 접시가 나가고, 빈 접시가 돌아오고, 티켓이 한 장씩 접혀 내려갔다. 윤서는 가끔 강민의 등을 봤다. 흰 상의, 땀에 젖은 등줄. 낮의 강민은 언제나 곧게 서 있었다. 허리를 굽히는 일은, 접시를 넣을 때뿐이었다.
열 시 이십 분. 마지막 메인. 디저트가 민지의 스테이션에서 잠잠히 완성되고 있었다.
"올 데이, 한우 여섯. 피시 클리어. 디저트 여덟 남았습니다."
강민의 올 데이 콜. 주방이 숨을 골랐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완전히 고르는 숨은, 마지막 불이 꺼진 뒤에야 허용되었다.
윤서가 패스를 닦았다. 원 스트로크. 강민이 다음 수건을 건넸다. 말이 없었다. 낮의 침묵은 효율이었다. 밤의 침묵은 다른 것이었지만, 지금은 낮이었다.
지혜가 주방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셰프. 카운터 원에서 콘소메 칭찬이었습니다. 염도 이야기 나왔어요."
윤서는 "알겠어요"라고만 했다. 강민을 보지 않았다. 반 그램을 올린 손을 칭찬하는 자리는, 패스가 아니었다.
강민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다음 팬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