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규칙은 한 번에 쓰이지 않았다. 접시가 쌓이듯, 밤이 쌓이며 문장이 되었다.

윤서는 그것을 오피스 바인더에 적지 않았다. 적히는 순간 이 관계는 문서가 되고, 문서는 증거가 된다. 대신 두 사람의 입에 올려, 반복해서 외우게 했다. 미장플라스처럼. 손이 기억할 때까지.

어느 월요일. 휴무. 활자는 닫혀 있었다. 을지로 골목은 인쇄 트럭과 중식 배달 오토바이로 오히려 더 시끄러웠다. 둘은 주방 대신 윤서의 집에 있지 않았다. 집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규칙의 초안이었다. 집이 되면 연인이 된다. 연인이 되면 낮의 패스가 흔들린다.

그래서 휴무에도, 필요할 때면, 그들은 활자로 왔다. 윤서가 키를 열고, 강민이 경보를 해제하고, 둘은 신발을 가지런히 벗었다.

오피스 탁자 위. 노란 포스트잇이 아니라, 빈 접시 한 장. 윤서가 그 접시 위에 소스 스푼으로 점을 찍으며 말했다. 점 하나마다 조항이었다.

"하나. 마지막 작업등이 꺼지기 전에는 낮이다."

"둘. 낮에 서로를 만지지 않는다. 실수로 손이 스쳐도, 그 손을 따라가지 않는다."

"셋. 낮의 「예, 셰프」는 브리가드의 언어다. 밤의 「예, 셰프」는 우리 둘의 언어다. 섞지 않는다."

"넷. 건물 안에 우리 말고 숨이 하나라도 있으면, 밤은 시작되지 않는다."

"다섯. 표. 소매 밖, 칼라 밖, 앞치마 끈에 가려지지 않는 자리. 금지."

"여섯. 안전어는 『브레이크』다. 주방에서 안 쓰는 말. 그 말이 나오면 즉시 멈춘다. 불도 다시 켠다."

"일곱. 다음날 서비스에 영향이 있으면, 그날 밤은 없다. 컨디션은 접시다. 접시를 먼저 둔다."

강민이 듣고 있었다. 무릎은 아직 꿇지 않았다. 규칙 회의는 낮의 연장으로 하기로, 그것도 규칙이었다. 동등한 두 사람의 합의. 불이 켜진 상태에서의 합의. 윤서는 이 지점을 특히 강조했다.

"강민. 내가 헤드셰프라는 이유로 이걸 강요하는 거면, 이건 성립이 안 돼. 낮의 위계를 밤의 위계로 자동 이월하면 안 돼. 밤의 위계는 네가 내려놓는 거야. 내가 빼앗는 게 아니고."

강민의 눈이 윤서를 똑바로 봤다. 낮의 눈.

"알고 있습니다.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원해서입니다."

"왜."

질문이 직구였다. 강민이 잠시 침을 삼켰다.

"낮에 셰프는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그 절대는 접시를 위한 절대입니다. 저는 그 옆에서 완벽해야 합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게 제 자존입니다. 밤에는… 그 자존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내려놓아도 접시가 깨지지 않는 시간을, 셰프가 만들어 주니까."

윤서는 그 답을 오래 굴렸다. 삼 초보다 길었다. 맛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통과가 미뤄진다는 뜻이었다.

"좋아. 그러면 여덟."

스푼이 접시에 여덟 번째 점을 찍었다.

"여덟. 누가 묻거든, 우리는 수셰프와 헤드셰프다. 그 외의 관계는 없다. 지혜도, 재훈도, 민지도. 특히 코미는."

"예."

"아홉. 내가 낮에 너를 몰아붙이면, 그건 서비스다. 밤에 갚을 감정도 아니고, 밤에 들고 올 감정도 아니다. 재훈을 내가 깨면, 네가 밤에 그 화를 대신 받으면 안 돼."

강민의 턱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이미 그럴 뻔한 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윤서는 그 미세함을 읽었다.

"열. 어느 쪽이든, 규칙을 깨고 싶어지면 불 켜 놓고 말한다. 꺼진 불 아래서 규칙을 고치지 않는다."

열 개의 점. 접시 위의 미장플라스. 윤서가 그 접시를 싱크에 가져가 씻었다. 점이 지워졌다. 규칙은 접시 위에 남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입 안에만 남았다.

불을 끄기 전에 윤서가 물었다.

"오늘 밤은."

강민이 자신의 손목을 돌렸다. 월요일. 화요일 디너는 커버 스물둘. 컨디션은 괜찮았다.

"가능합니다."

"낮의 말로 대답했어. 지금은 아직 불이 켜져 있으니까. 좋아."

윤서가 스위치를 내렸다.

어둠이 내려오자 강민의 무릅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규칙의 열이, 이제야 몸으로 옮겨 붙었다.

"예, 셰프."

밤의 것이었다. 열 개의 점이 그의 혀 위에서 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