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는 문장

태양에게.

만나자는 문장은 당신이 먼저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썼어요. 용기가 나서가 아니라, 용기가 나기 전에 입이 먼저 열렸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더운 밤이었습니다. 선풍기 머리가 좌우로 돌 때마다 커튼이 다리에 붙었다 떨어졌어요. 우리는 평소처럼 쪽지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오늘 원고를 마쳤다고 했고, 나는 야근을 했다고 했습니다. 하찮은 문장들. 그 하찮음이 갑자기 아쉬워졌어요.

그래서 썼습니다.

「이번 주말, 부산에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열차로.」

보내고 나서 나는 화장실에 가서 물을 끼얹었습니다. 볼이 너무 뜨거웠어요. 돌아와 보니 답이 아직이었습니다. 삼 분. 오 분. 십 분. 십 분이 일 년 같았습니다.

「마지막 열차. 왜 마지막이야.」

「도망갈 다음 열차가 없으면, 내가 덜 도망갈 것 같아서요.」

그 답이 너무 솔직해서 나는 다시 얼굴을 감쌌어요. 당신은 웃는 표시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렇게 썼어요.

「유진답다. 좋아. 그럼 마지막 열차로 와. 나는 부산역에서 기다릴게. 첫날 아무것도 안 한다는 약속은 그대로야. 호텔은 네가 잡아. 나는 방 번호만 알아도 돼. 네 방에 안 들어갈게. 카페든, 바닷가든, 이야기할 곳만 있으면 돼.」

나는 그 문장들을 한 줄씩 다시 읽었습니다. 배려가 지나쳐 서운할 정도였어요.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방에 안 들어오신다는 말이 안전하면서도 섭섭합니다.」

「섭섭해도 돼. 섭섭한 채로 나를 만나. 첫날의 빈칸을 내가 채우면, 너는 글 속의 그를 확인하러 온 게 돼. 나는 확인되고 싶지 않아. 만나지고 싶어.」

만나지고 싶어. 그 표현이 이상하고 정확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밤부터 실무를 보기 시작했어요. 날짜. 열차. 플랫폼. 비상 연락망. 세이프워드를 실제 만남에서도 쓰기로 했습니다. 빨강, 노랑, 초록. 그리고 새로 하나. 「글」이라고 말하면,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설 같아서 실제가 필요할 때.

「글, 이라니. 너답다.」

당신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당신이 웃는 표정을 상상했습니다. 눈이 접히는지, 이빨이 보이는지. 그 상상이 달콤하고 위험했어요.

표를 예매하는 손이 떨렸습니다. 서울역 이십삼 시 십사 분 발, 부산 새벽 두 시 십오 분 착. 마지막 열차. KTX가 아니라 무궁화호였어요. 느린 열차. 나는 일부러 느린 쪽을 골랐습니다. 빠른 열차는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무궁화로 갈게요. 시간이 필요해서요.」

「알겠어. 그 시간에 맞춰 역에 있을게. 흰 셔츠. 낡은 시계. 손에는 물 한 병. 너는?」

「노란 머리끈. 검은 가방. 손에는 아마 땀이요.」

「땀 괜찮아. 내 것도 날 거야.」

우리는 얼굴을 교환했습니다. 사진 한 장. 당신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찍은 사진이었어요. 서른두 살의 얼굴. 내가 상상한 것보다 부드러웠습니다. 눈썹이 진하고, 입매가 단정하고, 눈이 생각보다 컸어요. 돔의 얼굴이라기보다, 글을 오래 쓰는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내 사진을 고르느라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 꾸민 것은 싫고, 너무 민 것은 비겁했어요. 결국 퇴근길에 편의점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습니다. 머리가 조금 흩어져 있었어요.

「예쁘다. 실제가 더 궁금하네.」

예쁘다. 그 말이 쪽지 안에서 너무 가벼워 보였는데, 읽고 나면 무거웠습니다.

만남을 정한 다음 날부터 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모니터 속에서 문장이 미끄러졌습니다. 친구는 「표정이 이상해」라고 했습니다. 나는 「여행을 가」라고만 했어요. 여행. 그 단어가 너무 작았습니다. 반년의 글이 몸이 되러 가는 길이었거든요.

당신은 매일 짧게 확인했습니다.

「밥.」
「먹었습니다.」
「잠.」
「아직요. 조마조마해서요.」
「조마조마한 채로 눈 감아. 내가 여기 있어.」

여기. 부산의 여기와 서울의 여기가 다른데, 그 단어는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 것 같았어요.

만나기 이틀 전, 당신은 긴 쪽지를 보냈습니다.

「유진. 나는 글에서 너에게 명령했어. 실제에서는 처음엔 안 할 거야. 그게 거절이 아니라는 걸 알아줘. 나는 네 무릎을 원해. 네 목도, 네 입도, 네가 젖는 소리도 원해. 다만 그것들이 글의 연장이 아니라 너의 것이 되길 원해. 첫날, 너는 나만 보면 돼. 나는 너만 볼게.」

나는 그 글을 프린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눴습니다. 대신 가슴에 넣듯 저장했어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태양. 만나자는 이 문장이, 반년 중 가장 큰 명령 같아요.」

「그럼 이건 명령이야. 와.」

와.

그 한 글자가 내 표를 진짜로 만들었습니다.

태양. 만나자는 문장은 사랑 고백보다 짧았어요. 짧아서 더 깊게 박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