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읽은 글
태양에게.
그날 밤 나는 당신의 글을 세 번 읽었어요. 한 번은 내용 때문에, 한 번은 문장 때문에, 마지막은 그 문장 사이에 숨어 있던 손의 온도 때문에.
게시판은 늘 시끄러웠습니다. 누가 더 세게, 누가 더 많이, 누가 더 빨리. 그런 글들 사이에서 당신의 글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어요. 제목도 짧았고, 본문도 길지 않았는데, 읽고 나면 목이 먼저 뜨거워졌습니다. 명령이 아니라 제안처럼 쓰여 있었거든요. 「원하면 무릎을 꿇어. 원하지 않으면, 그걸 말해.」
나는 그 문장을 화면 위에서 손가락으로 따라갔어요. 원하면. 원하지 않으면. 그걸 말해. 세 덩어리로 나뉜 숨이 내 갈비뼈 사이를 지나갔습니다.
닉네임은 태양. 부산. 돔. 그 세 글자만 프로필에 적혀 있었어요. 사진은 없었고, 자기소개도 한 줄이었습니다. 「글이 먼저고, 손은 나중이다.」
나는 그 한 줄을 북마크했습니다. 북마크를 누르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어요. 창밖에 서울의 밤이 있었고, 모니터 불빛만 책상을 희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나는 스물여덟이었고, 혼자가 익숙했고, 커뮤니티에서 글을 읽는 일로 밤을 보내는 사람이었어요. 서브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건 아직 서툴렀지만, 그 단어를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글 아래에는 댓글이 많지 않았어요. 「너무 부드럽다」, 「이게 돔이냐」 같은 말이 몇 개. 나는 그 댓글들을 읽고, 이상하게 화가 났습니다. 부드러워서 싫다는 말. 나는 그 부드러움이 더 무서웠거든요. 세게 때리는 손보다, 기다려 주는 손이 더 깊게 들어왔으니까.
댓글을 달까 말까, 커서가 깜빡였습니다. 나는 결국 이렇게 썼어요.
「세 번 읽었습니다. 무릎이라는 단어가 남아요.」
보내고 나서 얼굴을 감쌌습니다. 너무 솔직했달까, 너무 적었달까. 둘 다였어요. 새로고침을 세 번 하고, 알림이 뜨지 않자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덮고도 다시 열었어요. 알림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다시 들어갔을 때, 당신의 답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세 번이면 충분해. 무리하지 마. 천천히.」
천천히. 그 네 글자가 내 하루를 바꿨어요. 나는 회사 화장실에서 그 댓글을 다시 읽고, 손을 씻고, 거울을 봤습니다. 볼이 붉었어요. 바삐 지나가는 오후 사이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사람에게 말해도 되겠다」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그날 밤 당신의 예전 글들을 순서대로 읽었어요. 첫 글은 반년 전이었습니다. 세션 후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규칙에 대한 글. 세이프워드를 먼저 정하라는 글. 첫 만남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글. 그 문장들을 읽는 동안 나는 이상하게 안심했습니다. 욕망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욕망을 다루는 법을 아는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나는 내 글도 하나 올렸습니다. 제목은 「글만으로도 무릎이 꺾이는 사람」. 본문은 짧았어요.
「아직 실제로 무릎을 꿇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장은, 문장만으로도 내려앉게 해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올리는 손이 차가웠습니다. 올리고 나서 바로 지우고 싶었지만, 지우지 않았어요. 당신이 그걸 읽을 거라고, 굳이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나 자신에게 하는 고백 같았습니다.
새벽 두 시에 쪽지가 왔습니다.
「유진. 글 잘 읽었어. 무리해서 꿇지 마. 원하면, 이야기부터.」
유진. 내 닉네임을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이 처음이었어요. 마침표가 없는 문장. 그런데 마침표보다 단호했습니다. 나는 그 쪽지를 저장하고, 화면을 끄고, 이불 속에서 한참을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겨울이 들어왔어요. 서울의 겨울은 건조하고, 목구멍이 칼칼합니다. 나는 그 칼칼함 속에서 당신의 문장을 한 번 더 삼켰어요.
이야기부터.
그 말이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초대장처럼 들렸어요. 나는 그 초대장을 주머니에 넣고 잠들었습니다. 꿈속에서 바다가 보였습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부산의 밤, 해운대의 가로등, 그리고 얼굴 없는 손이 내 손목을 아주 가볍게 잡고 놓아주는 장면.
나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어요.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습니다. 소란도, 세션도, 약속된 만남도 없이. 다만 세 번 읽은 글과, 천천히라는 단어와, 이야기부터라는 쪽지. 그 세 가지가 내 겨울을 조금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태양. 나는 그때 이미, 당신의 다음 글을 기다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