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아래
태양에게.
별명 아래에서 사람은 용감해집니다. 나는 그 용기가 가짜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화면 뒤에서는 누구나 무릎을 꿇고, 누구나 채찍을 들고, 누구나 더 센 척을 하니까요. 그런데 당신의 별명은 오히려 당신을 작게 만들었습니다. 과장하지 않는 쪽으로.
두 번째 주, 당신은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어요. 쪽지로만 말했습니다. 「게시판은 떠들썩해. 유진 목소리는 여기로.」
그 문장이 가슴을 부드럽게 조였습니다. 독점 같기도 하고, 보호 같기도 했어요.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쓰고, 다른 이름처럼 두 개의 나를 나누었습니다. 게시판의 유진과, 쪽지함의 유진. 쪽지함의 유진이 더 솔직했어요.
「오늘 회사에서 실수했습니다. 별일 아닌데 하루 종일 작아졌어요.」
그런 하찮은 고백을 당신은 받아주었습니다.
「작아진 채로 여기 있어도 돼. 내가 작다고 해서 주저앉히진 않을게.」
주저앉히지 않을게. 돔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이상하게 더 돔다웠어요. 나는 그 문장을 캡처해 폴더에 넣었습니다. 폴더 이름은 「태양」. 창피해서 암호를 걸었어요.
한 달쯤 지났을 때, 당신이 물었습니다.
「유진은 별명이야, 이름이야.」
「이름에 가까운 별명입니다. 회사에서는 다른 이름을 쓰지만, 여기선 이게 더 나예요.」
「그럼 여기서 유진이라고 부를게.」
부를게. 미래형. 그 한 음절이 목덜미를 스쳤어요.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태양은요.」
「별명. 본명은 나중에. 만나면.」
만나면. 그 두 글자가 쪽지 한가운데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직 약속이 아닌데, 약속의 씨앗처럼 보였어요. 나는 그 씨앗을 애써 밟지 않았습니다. 밟으면 너무 빨리싹이 틀 것 같아서.
대신 나는 다른 걸 물었어요.
「태양은 왜 돔이에요.」
답이 늦었습니다. 늦은 답이 늘 더 진실했어요.
「사람을 다치게 하기 싫어서. 이상하지. 다치게 할 수 있는 자리를 고르는 이유가, 다치게 하기 싫어서라니. 그런데 그게 맞아. 내가 돔이면, 선을 내가 그을 수 있거든. 선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면 불안해.」
나는 그 글을 읽고 울 뻔했습니다. 울지는 않았어요. 다만 눈이 뜨거웠습니다.
「나는 서브인 척하는 게 아니라, 내려놓고 싶어서 서브예요. 내려놓을 사람을 못 만나서, 글에다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한테 내려놔. 조금씩.」
조금씩. 당신은 늘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었어요. 가속페달이 아니라 기어처럼. 나는 그 기어에 몸을 맡기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조금 더 내려갔어요.
「혼자 있을 때, 당신의 문장을 다시 읽고 만진 적이 있습니다.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말해요. 부끄럽지만.」
전송 버튼이 무거웠습니다. 당신의 답이 오기 전에 나는 이미 후회와 안도의 중간에서 떨고 있었어요.
「말해줘서 고마워. 많이 숨기지 마. 원할 때 만져도 돼. 다만 오늘은 내 허락을 받고 해. 지금, 손 올려.」
손 올려. 첫 번째 명령이었습니다. 짧은 문장. 마침표 없는 호흡. 나는 실제로 오른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어요. 심장이 손보다 먼저 뛰었습니다.
「올렸습니다.」
「좋아. 지금은 그만. 숨.」
그만. 그 단호함이 허락보다 더 깊게 들어왔어요. 나는 손을 거두고, 허벅지 안쪽이 아직 뜨겁다는 걸 느꼈습니다.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부러 열어둔 문 같았어요.
「왜 그만이라고 하셨어요.」
「첫 명령이 끝까지 가면, 명령인 줄 모르게 되거든. 오늘은 명령의 맛만. 유진이 그걸 삼킬 수 있는지 보고 싶었어.」
나는 삼킬 수 있었습니다. 삼키고도 배가 고팠어요.
별명 아래에서 우리는 점점 더 이름이 되어갔습니다. 태양과 유진. 화면 속의 두 음절. 그러나 그 음절들이 내 하루의 뼈대가 되고 있었어요. 출근길에 태양을 생각하고, 점심에 쪽지를 확인하고, 퇴근하면 노트북을 먼저 열었습니다.
친구는 「또 그 커뮤니티?」 하고 웃었어요. 나는 웃어 넘겼습니다. 그 커뮤니티가 아니라, 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 문장은 별명 아래에만 두기로 했습니다.
태양. 별명은 가면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었어요. 다만 우리가 서로를 부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