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함의 불빛
태양에게.
쪽지함의 작은 불이 켜질 때마다 나는 회사 메일이 온 줄 알고 심장이 먼저 내려앉았어요. 내려앉은 다음에야 「아, 그 사람」 하고 알았습니다. 그 순서가 이상하게 좋았어요. 몸이 머리보다 먼저 당신을 알아보는 느낌이랄까요.
첫 쪽지에 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야기부터, 라는 말이 오래 남아요. 무엇을 이야기하면 되나요.」
당신의 답이 오기까지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세 시간이 반나절처럼 길었어요. 나는 일을 하면서도 화면 구석의 알림을 기다렸고, 기다림이 뱃속에 고였습니다.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에 괜찮은 것. 그 세 가지면 충분해.」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한참을 썼다가 지웠습니다. 원하는 것. 그 칸이 가장 어려웠어요. 원하지 않는 것은 비교적 선명했습니다. 고통으로만 증명되는 것들, 수치심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들, 술 취한 손, 합의 없는 갑작스러움.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적었어요. 적고 나니 숨이 트였습니다.
원하는 것은 흐렸습니다. 무릎. 목소리. 기다려 주는 시간. 목덜미를 잡는 손. 그러나 그 손의 세기를 나는 아직 몰랐어요. 그래서 이렇게 썼습니다.
「원하는 것은 아직 단어가 덜 붙었습니다. 다만, 글이 먼저인 사람이 좋아요. 손이 나중이라는 당신의 문장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알겠어. 그럼 오늘은 글만.」이라고 답했어요.
그 밤부터 우리는 매일 쪽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길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세 줄, 어떤 날은 열 줄. 당신은 물었습니다. 오늘 밥은 먹었는지, 퇴근은 했는지, 무릎이 아니라 목부터 괜찮은지. 나는 그 질문들이 명령처럼 들리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나를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유진. 숨 쉬는 거부터.」
그런 문장이 왔어요.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실제로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겨울 공기가 목구멍을 스쳤어요. 나는 그 공기를 삼키며 답했습니다.
「숨 쉬었습니다. 이상하게 지시받은 기분이 아니에요.」
「지시는 나중에. 지금은 확인이야.」
확인. 그 단어가 내 허벅지 안쪽을 조용히 더듬고 지나갔습니다. 아직 손도 닿지 않았는데, 확인이라는 말이 이미 몸이었어요.
일주일째 되던 밤, 당신이 물었습니다.
「사진. 얼굴 아니어도 돼. 손이면 돼. 주기 싫으면 안 줘도 되고.」
나는 내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봤습니다. 짧은 손톱, 불거지지 않은 힘줄, 볼펜 잉크가 조금 묻은 검지. 나는 그 손을 찍었어요. 조명은 노랗고, 초점은 살짝 흐렸습니다. 보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지만, 당신은 「예쁜 손이야. 펜을 자주 잡는구나.」라고만 했습니다.
예쁜 손. 그 말이 부끄러웠어요. 나는 「태양의 손은요.」라고 물었습니다.
잠시 후 사진이 왔습니다. 넓은 손. 관절이 뚜렷하고, 손목에 낡은 시계가 채워져 있었어요. 바다가 보이는 창가. 해운대인지, 다른 곳인지 나는 몰랐습니다. 다만 그 손이 글을 쓰는 손이라는 게 보였어요. 손가락 옆구리에 작은 펜 자국이 있었거든요. 나와 같은 종류의 자국.
「이 손으로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유진한테.」
그 문장을 읽고 나는 다리를 모았습니다. 허벅지가 서로 닿는 감각이 선명했어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이, 앞으로 뭔가 할 거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동시에,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처럼도 들렸어요.
「지금은 쪽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나는 그렇게 썼어요.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 아래에는, 충분하면서도 충분하지 않은 갈증이 있었습니다. 갈증을 숨기지 않는 것도 이야기의 일부라고, 당신은 나중에 말해주었지만. 그날은 아직 그 말을 듣지 못한 때였어요.
자정 넘어서 당신은 「내일도 글 쓸게.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마.」라고 했습니다.
나는 「읽을게요.」라고 답하고, 불을 껐습니다.
어둠 속에서 쪽지함의 불빛이 아직 망막에 남아 있었어요. 작은 사각형. 그 안에 태양이라는 두 글자. 나는 그 불을 손으로 가리듯 눈을 감았습니다.
아직 목소리도 몰랐고, 얼굴도 몰랐고, 당신이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이미 매일 밤 당신의 문장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이 습관이 되는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태양. 쪽지함의 불빛은 하찮아 보였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사람을 가장 깊게 데려간다는 걸, 나는 그 주에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