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쓰는 말

태양에게.

밤이 되면 문장이 솔직해집니다. 낮의 나는 회사의 유진이고, 밤의 나는 당신의 유진이었어요. 그 경계가 점점 얇아지는 게 두려우면서도, 얇아진 만큼 숨이 잘 쉬어졌습니다.

두 번째 달, 당신은 내게 일기처럼 쓰라고 했어요.

「보고 형식으로. 오늘 무엇을 참았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참은 걸 칭찬하지 않을게. 원했던 걸 벌하지도 않고. 그냥 읽을게.」

그래서 나는 밤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편지처럼. 이 연재의 문체가 이미 그때 만들어졌는지도 몰라요.

첫째 날. 참은 것 — 회의 중에 당신의 쪽지를 확인하고 싶은 손. 원했던 것 — 퇴근길에 무릎을 꿇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도, 바닥이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그 생각이 발끝을 저릿하게 했어요.

당신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제일 정직해.」라고 답했습니다.

셋째 날. 원했던 것 — 목. 당신의 손이 목덜미를 덮는 상상. 세게가 아니라, 덮는. 참은 것 — 그 상상을 낮에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 낮에는 참아야 했거든요. 밤은 당신의 시간이었어요.

「목은 나중에. 지금은 손목. 자기 전에 왼손목을 오른손으로 잡아. 내가 잡는다고 생각하고. 세기는 맥박이 느껴질 정도. 아프게 하지 마.」

나는 그대로 했습니다. 맥박이 손바닥에 튀었어요. 내 맥박인데, 당신의 손인 척하는 동안 맥박이 빨라졌습니다. 빨라진 걸 숨기지 않고 적었어요.

「잘했어. 내일은 그 손을 조금 더 오래. 삼십 초. 세고, 보고해.」

삼십 초가 이렇게 길 줄 몰랐습니다. 열다섯을 세다 숨이 짧아졌어요. 스물에서 허벅지가 스스로 오므라들었습니다. 삼십에 손을 놓으니 손목에 희미한 열감만 남았어요. 자국은 없었습니다. 자국이 없는 것이 더 오래 남았어요. 남은 것은 자국이 아니라 버릇이었으니까.

그 무렵 당신은 자신의 밤도 조금 열어주었습니다.

「오늘 해운대에 바람이 세. 창문을 닫았는데도 모래 냄새가 나. 유진 글을 읽다가, 손이 먼저 움직이려 해서 멈췄어. 아직 이르거든. 나도 참는 중이야.」

당신이 참는다는 말이 나를 젖게 했습니다. 당신이 참는 모습. 그 자제가 명령보다 더 강하게 내 몸 안으로 들어왔어요. 나는 솔직하게 썼습니다.

「지금 젖었습니다. 문장만으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답이 곧장 왔습니다.

「손 넣어.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깊이 말고, 입구만. 내가 세 셀 동안. 하나. 둘. 셋. 그다음 빼. 빼면 만지지 마. 남아 있는 채로 자.」

나는 이불 속에서 그대로 했습니다. 손가락이 들어가는 순간 허리가 작게 접혔어요. 하나. 둘. 셋. 당신의 숫자가 귓속이 아니라 화면에서 왔는데도, 귓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빼고 나니 속이 빈 것처럼 수축했어요. 남아 있는 채로 자는 일이 형벌이 아니라 선물이었습니다. 선물이 더 잔인했어요. 잔인해서 좋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길 사람들 사이에서 그 빈 감각을 지니고 출근했습니다. 팬티가 조금 축축했어요. 그 축축함을 지우는 대신, 나는 쪽지를 보냈습니다.

「남아 있는 채로 일어났습니다. 태양.」

「잘 남았네. 오늘은 낮 동안 그 감각만 기억해. 만지지 마.」

만지지 마. 두 번째 달의 주문처럼 그 문장이 내 하루를 관통했습니다. 회의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편의점 앞에서. 만지지 말라는 말이 만지는 일보다 더 선명하게 허벅지를 적셨어요.

밤에 쓰는 말은 점점 더 구체가 되었습니다. 가슴. 젖꼭지. 혀. 입. 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단어를 피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피하면 몸이 거짓말을 해.」라고 했거든요.

「나는 유진이 예쁘게 말하길 바라지 않아. 정확하게 말하길 바라. 젖으면 젖었다고. 따끔하면 따끔하다고. 울 것 같으면 울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정확하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쓰는 말이 낮의 나를 조금씩 바꿨어요. 거짓말이 줄어들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친구 앞에서도. 정확해진 입이 당신을 더 원하게 만들었습니다.

태양. 당신의 밤은 부산의 바람과 모래 냄새를 가지고 있었고, 나의 밤은 서울의 건조한 보일러 소리와 노트북 팬 소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 두 밤이 쪽지함 안에서 한 이불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 이불을 아직 만질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미 그 아래에서 숨 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