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픽스

수요일 새벽 세 시 십칠 분, 나래의 베개 밑에서 폰이 울렸다.

진우가 먼저 눈을 떴다. 서버 알람인 줄 알고 자기 폰을 집었다. 검은 화면. 울리는 쪽은 나래였다. 그녀가 팔로 베개를 내리치며 중얼거렸다.

"슬랙 꺼 달라고 했지."

"슬랙 아니야."

나래가 한 눈을 뜨고 화면을 봤다.

[오더] 오늘의 과제: 지금 즉시. 자위하고 영상 남겨. 주인 기상 전.

오늘의 과제가 새벽 세 시에 떴다. 진우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자기가 넣은 스케줄은 아침 아홉 시, 내용은 '자위 금지, 하루'였다. 금지와 즉시가 정반대였다. 영상 남겨, 는 스펙에 없는 문장이었다.

"이거 너 아니지."

나래가 잠결로 물었다.

"나 자위 금진 줄 알았는데."

"금진이 아니라 금지. 그리고 나도 이 문장 처음 봐."

나래가 폰을 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푸시 타임스탬프 03:17. 진우가 자기 어드민 화면을 열었다. 원문 그대로였다. 자위 금지, 하루. 스케줄 cron은 09:00 KST. 그런데 클라에는 03:17, 반대 문장.

"타임존."

진우가 중얼거렸다.

"UTC로 저장하고 로컬로 안 바꿨어. 아홉 시가 세 시로 밀린 게 아니라, 아홉 빼기 아홉 해서 자정 근처로 간 다음 오프셋이 한 번 더 꼬인 거야. 아마."

"아마가 지금 내 클리토리스 앞에서 변명하네."

나래가 이불을 걷었다. 팬티 없이 자고 있었다. 진우의 허벅지에 맨살이 닿았다. 그녀는 아직 눈이 반만 떠 있었다. 그래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영상은?"

"스펙에 없어. 클라가 문장을 조립하다 잔여 문자열을 붙인 것 같아. 테스트 픽스처."

나래가 그를 봤다.

"테스트 픽스처가 내 자위를 촬영하라고 해."

"롤백 할래."

나래가 삼 초를 생각했다. 새벽의 뇌는 정직했다.

"영상은 싫어. 자위는 좋아. 네가 보고 있으면 더 좋고."

"커밋."

진우가 스탠드 등을 아주 약하게 켰다. 나래가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잠결의 움직임이라 정확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보지를 스치고, 미끄러운 줄을 찾아 원을 그렸다. 진우는 옆에 누워 그 손을 봤다. 나래의 가운뎃손가락이 들어가는 깊이, 엄지가 클리토리스를 빗나가는 빈도. 그녀가 조금 빨라지자 숨이 목에서 새었다.

"넣지 마. 바깥만."

진우가 말했다. 나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금지 퀘스트의 잔재야, 그게."

"잔재를 존중해 줘. 서버는 아직 금지니깐."

나래가 욕을 작게 하고, 손가락을 뺐다. 클리토리스만. 침을 묻혀 문질렀다. 허리가 떠올랐다. 진우가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굴렸다. 나래가 더 빨라졌다. 이불이 무릎 아래로 밀렸다. 습한 소리가 새벽 방에 분명했다.

"가."

나래가 그의 손목을 잡고 갔다. 짧게, 잠결의 오르가즘답게 얕고 넓게. 허벅지가 떨렸다. 진우가 그 손을 멈춰 주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영상은 안 찍었어."

"잘했어. 그 문장은 버그야."

"버그 덕분에 갔어."

"버그를 칭찬하지 마. 내가 고칠 명분이 없어져."

나래가 코를 그의 목에 묻었다. 벌써 다시 잠들 기세였다.

"고치기 전에 한 번만 더 재현해."

"지금은 안 돼. 세 시야."

"세 시의 핫픽스는 로맨스 없어."

진우는 그녀를 재우고 작업실로 갔다. 미니 PC 팬이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로그를 펼쳤다. cron이 UTC 기준이었다. 로컬 변환 함수가 클라에만 있고, 푸시 서버는 변환 없이 던지고 있었다. 그는 변환을 서버로 올리고, 푸시 카피를 서버 원문만 쓰도록 잘랐다. 테스트 픽스처 문자열 '영상 남겨'가 클라 기본값에 남아 있는 것도 찾았다. 나래의 커밋 잔재인지, 자기가 초기에 넣은 더미인지 분간이 안 됐다.

커밋 메시지: `fix: timezone and strip leftover copy.`

핫픽스. 배포. 새벽 네 시.

침대로 돌아가 나래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가 잠결에 말했다.

"빌드 깨지지 않게 해."

"안 깨져."

깨졌다.

아침 아홉 시 정각, 푸시가 두 번 왔다. 핫픽스가 구 스케줄러를 안 죽이고 신 스케줄러만 추가한 것이었다. 구 것은 여전히 UTC로, 신 것은 KST로. 나래의 폰이 식탁에서 두 번 울렸다.

[오더] 자위 금지, 하루.

[오더] 자위하고 영상 남겨. 주인 기상 전.

나래가 토스트를 씹으며 두 문장을 나란히 읽었다. 진우는 커피를 쏟을 뻔했다.

"재현 성공이네. 축하해."

"구 잡 안 죽었어. 내가."

"두 개가 동시에 있으면 어떤 게 룰이야."

진우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정책 칸이 비어 있었다. 어제 그가 비워 둔 그 칸.

나래가 토스트를 내려놓았다.

"둘 다 지킬게."

"둘 다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해."

"자위는 네가 해. 나는 금지. 영상은 생략. 나는 주인 기상 전이 이미 지났으니 해당 없음. 예외 처리. 우아하지 않아?"

진우는 그녀를 봤다. 아침의 나래는 브랫이면서 변호사였다.

"내가 자위를 왜 해."

"서버 책임. 빌드 깬 사람이 롤백 담당이잖아. 회사에서도 그 룰이거든."

진우가 웃음을 참다 졌다. 나래가 식탁 아래로 의자를 끌어 그의 무릎 앞에 앉았다. 잠옷 바지의 끈을 풀었다. 진우의 자지가 아침이라 아직 덜 깼는데, 나래의 입이 먼저 깨웠다. 따뜻하고 느린 빨기. 커피 향이 그녀의 머리에서 올라왔다.

"영상은 진짜 안 돼."

진우가 말했다. 나래가 입을 떼지 않은 채로 엄지를 들어 올렸다. 동의. 그녀는 아래만 보았다. 진우가 식탁 모서리를 잡았다. 나래가 깊이 삼켰다 빼며 속도를 올렸다. 침이 잠옷 무릎에 떨어졌다. 진우가 낮게 신음하고, 나래의 혀 위에 쏟았다. 나래가 삼키고 입을 닦았다. 토스트 잼 바른 쪽과 같은 손이었다.

"금지 쪽은 지켰어. 나는 안 만졌거든."

"너는 내 자지를 만졌잖아."

"내 자위가 아니니까 해당 없음. 이슈 닫아."

진우는 출근 지하철에서 구 스케줄러를 죽였다. 핫픽스의 핫픽스. 나래가 옆 칸도 아닌 같은 칸, 한 칸 떨어진 손잡이를 잡고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회사 커플의 거리. 그녀의 폰이 한 번 짧게 진동했다. 진우의 워치에도 같은 알림이 떴다.

[오더] 주간 보스: 오늘 밤, 삽입. 에지는 세 번. 끝나기 전에 가면 실패.

나래가 손잡이 너머로 그를 봤다. 입만 아주 조금 열었다. 말 없이, 실패하겠다는 표정.

진우는 그 표정을 받고, 이번 명령만큼은 자기가 친 문장 그대로인지 세 번 확인했다. 그대로였다. 클라가 손을 안 댄 희귀한 아침.

그는 그 희귀를 믿기로 했다. 믿는 동안만큼은, 핫픽스가 끝난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