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은 밤

보류된 주간에 은호는 다른 상대를 검색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먼저 거슬렸다. 수첩의 빈 칸은 리안 때문에 생긴 구멍이어야 했는데, 구멍 자체가 리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의존은 그가 점수로 관리하지 않는 항목이었다.

카페에서 만났다. 룸이 아니었다. 강남역 지하, 소음이 많은 자리. 리안은 커피를 시키지 않고 물을 마셨다. 은호는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숟가락으로 눌렀다.

"세션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리안이 말했다. "조건이 있습니다. 더라는 단어를 당신이 쓰기 전에, 내가 먼저 묻겠습니다. 충분한지. 그 질문에 숫자를 답하지 마세요. 예, 아니오, 노랑만."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이 너무 빨라서, 리안이 덧붙였다.

"오늘은 룸에 가지 않습니다. 이 자리도 세션의 일부로 치지 마세요. 점수를 매기면 내가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무의미합니다."

은호는 수첩이 가방에 있는 것을 만지지 않았다. 만지고 싶었다. 만지면 이 대화가 칸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리안이 물었다.

"왜 숫자를 쓰기 시작했습니까. 처음."

은호는 얼음을 보았다. 삼 년 전의 화장실, 구토, 거울. 팔 요, 라고 대답하던 입.

"상대가 한계치를 원했습니다. 내 몸이 게이지처럼 쓰였습니다. 게이지는 눈금이 있어야 합니다. 눈금을 내가 만들지 않으면 상대가 만듭니다. 상대의 눈금은 항상 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채점자가 된 거군요."

"채점자가 아니라 보관자입니다. 점수는 나 혼자 봅니다."

리안은 물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나에게 말합니다."

"지금은... 예외입니다."

예외라는 단어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은호는 그것을 주워 담고 싶었다. 예외는 규칙이 깨졌다는 뜻이었다. 규칙이 깨지면 통증은 측정되지 않고 스며든다. 스며드는 것은 통제 밖이다.

리안이 짧게 말했다.

"예외를 두려워하는 얼굴이군요."

"가깝습니다." 은호가 시인했다. "당신이 왜를 물을 때마다 수첩이 얇아집니다. 얇아지면 나는 무엇을 덮어야 할지 모릅니다."

"덮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당신의 방식입니다. 내 방식은 덮는 것입니다."

침묵이 길었다. 지하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리안은 계산대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럼 덮으세요. 다만 나를 수첩 밖에 두지 마세요. 밖은 버려지는 자리입니다. 나는 버려진 채로 때리고 싶지 않습니다."

은호는 그 문장을 여러 번 분해했다. 사디스트가 버려짐을 말하는 방식. 때리는 손이 유기를 두려워하는 구조. 자신의 마조히즘과 대칭이었다. 대칭은 친밀이었다. 친밀은 그가 3점으로 낮춰 도망가던 구역이었다.

"다음 목요일." 은호가 말했다. "룸. 기록은 내가 결정하겠습니다. 안 적을 수도 있습니다."

리안은 반대하지 않았다.

"안 적는 것도 답입니다. 다만 끝난 뒤 십 분은 지킵시다. 그건 숫자가 아닙니다."

헤어지고 은호는 집에 돌아와 수첩을 열었다. 오늘 날짜를 쓰려다 멈추었다. 카페는 세션이 아니었다. 리안이 그렇게 말했다. 그는 날짜 대신, 페이지 가장자리에 연한 점 하나만 찍었다. 점수는 아니었다. 표시였다. 표시의 의미를 정의하지 않은 채로 서랍을 닫았다.

잠들기 전, 그는 자신의 발기를 손으로 처리했다. 리안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떠올랐다. 케인을 든 손이 아니라, 카페에서 물을 내려놓던 손. 사정은 짧게 왔고, 허무가 더 길었다. 은호는 그 허무에 점수를 주지 않았다. 주지 않는 일이 저항인지 항복인지, 그는 분석하다가 잠이 끊겼다. 새벽의 천장이 수첩의 빈 칸과 같은 흰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