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손을 멈춘 이유
그날 리안은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은호는 크로스에 묶인 채로 그 적음을 등 뒤로 느꼈다. 케인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허벅지, 엉덩이, 허벅지. 박자가 일정했다. 너무 일정해서, 은호는 그녀가 자신을 보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 그가 말했다. 세이프워드가 아니었다. 요청이었다.
리안은 한 대를 더 얹었다. 같은 자리. 흰 선이 붉게 부풀었다. 은호의 페니스가 배 위에서 뛰었다. 그는 다시 말했다.
"더. 같은 곳."
침묵. 그리고 케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리안이 그의 손목 버클을 풀었다. 은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자세로 벽에 기대 있었다. 리안은 한 발짝 물러나 장갑을 벗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빨강입니까." 은호가 물었다. 질문이 거꾸로 나가는 기분이었다.
"빨강이 아닙니다. 세션을 종료합니다."
"저는 초록입니다."
"내가 아닙니다."
그 문장은 룸의 온도를 바꿨다. 리안은 담요를 그의 어깨에 걸치고, 물을 건네고, 스스로는 벽에 등을 붙였다. 사후 케어의 형태는 지켰다. 그러나 그녀는 멀리 있었다.
십 분이 지난 뒤, 은호는 옷을 입지 않은 채로 물었다.
"내가 요청해서입니까."
리안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분석하는 얼굴이 무너져 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금이 간 유리처럼, 아직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다.
"당신이 더를 말하는 방식이, 예전에 내가 듣던 방식과 겹쳤습니다. 한계를 밀어 달라는 말. 그 말을 들어준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잘 받았고, 다음 날 나를 피했습니다. 내가 즐긴 표정이 문제였다고 했습니다."
은호는 자신의 허벅지에 남은 선을 내려다보았다. 통증은 8에 가까웠다. 그러나 점수를 말할 자리가 아니었다.
"나는 당신의 통증을 봅니다." 리안이 천천히 이었다. "보는 일이 흥분입니다. 그 흥분을 숨기면 정직하지 않고, 드러내면 괴물이 됩니다. 방금 당신이 더라고 했을 때, 내가 먼저 흥분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서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은호는 수첩이 가방 속에 있는 것을 생각했다. 숫자를 꺼내 이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정리되는 종류의 장면이 아니었다.
"순서가 중요합니까."
"내게는." 리안이 말했다. "당신이 연 뒤에 내가 들어가는 순서. 내가 먼저 배고파지면, 나는 채점자가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은호는 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렸다. 소비자. 삼 년 전의 남자가 은호에게 했던 역할이 그와 닮아 있었다. 더 받을 수 있어? 그 질문은 은호의 입을 빌린 소비였다.
"오늘은 점수를 묻지 마세요." 은호가 말했다.
리안이 그를 보았다.
"내가 할 말입니다."
"오늘은 내가 말합니다. 묻지 마세요. 적지도 않겠습니다."
리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호는 옷을 입었다. 문을 나서기 전에 그는 한 번만 더 말했다.
"당신은 방금 멈췄습니다. 소비자는 멈추지 않습니다."
강남 거리가 불 켜진 채로 그들을 받아 안았다. 은호는 택시를 타지 않고 걸었다. 허벅지의 선이 바지를 밀어냈다. 집에 도착해서도 수첩은 열리지 않았다. 빈 날짜가 페이지 위에 하얗게 남았다.
그는 펜을 집어 날짜만 적었다. 도구: 케인. 점수: 없음.
없음은 처음이었다. 없음은 7보다 위험했다. 없음은 칸이 열려 있다는 뜻이었고, 열린 칸으로 리안의 떨리는 손가락이 들어왔다. 은호는 그 이미지를 지우려 했으나 지워지지 않았다.
문자가 왔다. 새벽 두 시.
"다음 주 협상부터 다시 합시다. 세션은 보류. 내가 나를 채점해야겠습니다."
은호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수첩의 빈 점수 칸을 손가락으로 가리며 누웠다. 통증은 선명했다. 선명한 통증을 숫자로 바꾸지 않는 일이, 그 자체로 하나의 세션처럼 길게 이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리안이 자신보다 더 정확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인정은 안도도 분노도 아니었다. 단지 채점표의 바깥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였다. 그 정보가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