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8점이었어
강남 논현의 이면 도로, 간판 없는 건물 사 층. 초인종 대신 비밀번호가 있었다. 문이 열리자 신발이 두 켤레만 놓인 현관과, 향이 거의 없는 공기가 먼저 닿았다. 리안은 검은 셔츠에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은 채로 서 있었다. 화장은 얇았고, 시선은 은호의 얼굴을 한 바퀴 훑은 뒤 가방으로 내려갔다.
"수첩은 안에 있나요."
은호가 멈칫했다.
"프로필에 안 적었습니다."
"적지 않아도 보입니다. 통증 종류를 분류하는 사람은 보통 기록합니다."
플레이룸은 넓지 않았다. 세인트앤드루스 크로스, 벤치, 벽면 후크, 접이식 테이블 위에 정렬된 도구들. 플로거, 케인, 실리콘 패들, 집게, 로프. 살균 티슈와 라텍스 장갑이 같은 줄에 놓여 있었다. 창문은 이중으로 막혀 있었고, 강남 밤의 소음은 이곳에서 끊겼다.
합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다. 리안은 노트를 펼치지 않았다. 은호의 눈을 보고 물었다. 세이프워드는 빨강, 노랑, 초록. 하드 리밋은 목 조르기, 얼굴 타격, 영구 흉터, 공개 가능한 부위의 자국, 직무와 가족을 건드리는 모욕. 소프트 리밋은 바늘, 가벼운 출혈, 언어적 굴욕. 사후 케어는 물과 담요, 말은 최소한. 성기 접촉은 허용, 삽입은 콘돔, 사정 허가는 리안이 결정.
"오늘 목표는."
"첫 세션입니다. 세기를 측정하고 싶습니다."
리안이 고개를 기울였다.
"측정."
그 단어가 은호의 입에서 나온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묻지 않고 일어났다.
"옷 벗으세요. 무릎 꿇고, 손 뒤로."
은호는 지시대로 움직였다. 공기가 피부에 닿자 젖꼭지가 먼저 반응했다. 리안은 그의 손목을 등 뒤로 모아 가죽 커프로 잠갔다. 버클을 조이는 손의 압력이 일정했다. 과하지 않았고, 느슨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의 턱을 손가락 두 개로 들어 올려 눈을 확인했다.
"색깔."
"초록."
첫 일격은 손바닥이었다. 오른쪽 엉덩이. 소리가 통증보다 먼저 방을 채웠다. 두 번째, 세 번째. 리안은 좌우를 갈라 열을 쌓았다. 은호의 숨이 짧아질 무렵 패들이 나왔다. 실리콘의 넓고 둔한 충격이 허벅지 뒷면을 밀었다. 그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습관이었다. 일곱, 여덟, 아홉.
리안이 멈췄다.
"세지 마세요. 오늘은 내가 셉니다."
은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세는 행위가 빼앗기자 통증이 더 선명해졌다. 패들이 같은 자리를 거듭 두드렸다. 피부 아래가 맥박처럼 부풀어 올랐다. 리안은 그의 다리 사이를 손등으로 쓸었다. 이미 발기해 있었다. 그녀는 귀두를 엄지로 눌러 윤액을 확인하고, 아무 말 없이 클립을 집어 양쪽 젖꼭지에 물렸다.
금속이 살을 물 때 은호의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리안은 클립 사이를 가는 체인으로 이었다. 체인을 살짝 당길 때마다 젖꼭지가 당겨졌고, 그 통증이 엉덩이의 열과 겹쳤다. 그녀는 그의 귓가에 낮게 말했다.
"참는 얼굴이 아니라 느끼는 얼굴을 하세요."
은호는 그 말을 명령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얼굴을 푸는 일은 쉽지 않았다. 리안은 체인을 입에 물게 한 뒤 케인으로 전환했다. 얇은 등나무가 허벅지 안쪽을 갈랐다. 날카롭고, 선이 남는 통증. 은호가 신음을 삼키자 그녀는 같은 자리에 한 대를 더 얹었다. 그의 페니스가 배 쪽으로 당겨져 맥동했다. 리안은 그것을 손으로 쥐고 천천히 훑되, 리듬을 통증의 간격과 어긋나게 가져갔다. 애무가 아니라 계산이었다. 곧 사정할 것 같으면 손을 놓고, 케인으로 엉덩이 갈라진 선을 다시 그었다.
"노랑."
은호가 말했다. 리안은 즉시 케인을 내렸다. 클립은 아직 물려 있었다.
"어디."
"허벅지 안쪽. 같은 자리."
그녀는 그 자리를 손바닥으로 덮어 열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클립을 하나씩 풀었다. 피가 돌아오는 통증이 물리는 순간보다 컸다. 은호가 이를 갈았다. 리안은 그의 페니스를 다시 쥐고, 이번에는 허락하듯 빠르게 움직였다. 사정은 짧게, 거의 경련처럼 나왔다. 정액이 리안의 손목과 은호의 복부에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티슈로 닦으며 커프를 풀었다.
담요가 어깨를 덮었다. 물컵이 건네졌다. 리안은 한 발짝 떨어져 앉았다. 은호가 원하던 거리였다.
십오 분 뒤, 옷을 입은 은호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습관이 몸보다 빨랐다. 날짜. 손, 패들, 클립, 케인. 그는 펜을 멈췄다가 적었다. 8.
리안이 그의 어깨 너머를 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몇 점."
"...팔."
"왜 8점이었어."
은호는 펜을 떨어뜨릴 뻔했다. 질문은 평범했다. 그러나 삼 년 동안 아무도 그 문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몇 점인지는 물어도, 왜인지는 묻지 않았다. 왜는 점수 뒤에 숨겨 둔 구역이었다.
"세기 때문입니다. 케인이 안쪽을 쳤을 때."
"그건 어디가 아팠는지에 대한 대답이지, 왜 8인지에 대한 대답이 아니에요."
리안은 그의 수첩을 빼앗지 않았다. 손을 무릎 위에 모아 놓고, 같은 질문을 더 낮게 반복했다.
"7이 아니고 9가 아닌 이유. 그걸 알고 싶습니다."
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 안에서 숫자가 흩어졌다. 8은 더 이상 완결된 칸이 아니었다. 그는 수첩을 닫으며 처음으로, 점수를 적고 난 뒤에도 세션이 끝나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문밖에서 강남의 차가 지나갔다. 리안은 그를 배웅하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음에도 숫자로 적으세요. 다만 적기 전에, 내가 한 번 더 물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