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받은 다음 주, 예린은 도현을 시험하고 싶어졌다.
이유는 선명하지 않았다. 선명한 것은 불안이었다. 잘했다는 말을 삼킨 자신이 너무 쉽게 무너진 것 같았다. 무너짐이 진짜 지배인지, 도현이 부드러워서 잠시 열린 것인지. 부드러움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의 방법이 도발이었다.
그녀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문을 두드렸다. 화장이 진했다. 짧은 치마. 도현이 문을 열었을 때 예린은 현관에서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세게 해주세요. 그 말 말고, 다른 거. 제가 잘 안 듣게."
도현의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 문을 열어 들이고, 예린의 코트를 받아 걸었다. 동작이 평소와 같았다. 같음이 예린을 초조하게 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예린은 시키지 않은 일에 손을 댔다. 도현의 벨트 버클을 잡았다. 손가락이 가죽에 걸렸다. 도현의 손이 그 손목을 잡아, 버클에서 떼었다. 힘은 크지 않았다. 정확했다.
"안 돼요."
"왜요. 저 하고 싶은데요. 오늘 기분 다른데요."
"기분이 다른 건 보여요. 그래서 더 안 돼요."
예린은 손목을 비틀어 빼려 했다. 빠지지 않았다. 도현의 눈이 내려와 예린의 입을 보았다. 진한 립. 예린은 그 시선에 혀로 입술을 닦았다. 일부러.
"저 이런 애예요. 착한 척한 거. 전 사람 앞에서는 무릎 꿇고 욕먹으면서 더 젖었어요. 도현 씨는 그걸 몰라서 칭찬만 하는 거예요. 한번 해보세요. 창녀라고. 제가 얼마나 잘 여나."
말이 나오고 나서 예린의 귀가 울렸다. 자신이 꺼낸 옛 단어가 거실 공기에 남아 있었다. 도현의 손이 손목에서 풀렸다. 풀림이 거절처럼 느껴졌다. 예린은 그 거절을 더 세게 밀고 나갔다. 소파에 무릎을 얹고 허리를 꺾어, 치마 밑을 그대로 보였다. 속옷을 입지 않았다. 일부러.
"보세요. 이미 이래요. 말 안 해도. 세게 하면 더 이래질 텐데. 왜 안 해요. 못 해요?"
침묵이 길었다. 예린의 심장이 치마 안에서 뛰었다. 도현이 다가왔다. 예린은 맞을 것처럼, 잡힐 것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도현의 손은 예린의 엉덩이를 치지 않았다. 치마 밑단을 내려 덮었다. 덮는 손길이 단정했다.
"일어나요."
예린이 일어서지 않았다. 도현이 한 번 더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더 느렸다.
"일어나요, 예린 씨. 오늘은 그 자세 안 받아요."
예린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얼굴이 뜨거웠다. 화가 나서인지, 창피해서인지. 도현은 한 걸음 거리를 두고 섰다.
"시험하는 거 알아요. 내가 어디까지 부드러운지. 모욕하면 내가 무너지나, 세게 하면 내가 진짜 돔인가. 그 질문 보여요."
"그럼 답해요."
"답은 이거예요. 나는 예린 씨가 도발해도 그 단어를 안 씁니다. 못 해서가 아니에요. 안 하기로 한 규칙을 예린 씨가 흔들어도, 규칙은 내 거예요. 예린 씨 것이 아니에요."
예린의 입술이 떨렸다. 도현이 소파를 가리켰다. 앉는 자리. 무릎 꿇는 자리가 아니었다. 예린은 앉았다. 치마가 짧아 허벅지가 붙었다. 도현은 맞은편에 앉지 않고, 예린의 옆에 앉아 손을 예린의 무릎 위에 얹었다. 열만.
"세게 해달라는 말, 들었어요. 세게는 소리 크기가 아니에요. 나는 오늘 더 천천히 할 거예요. 그게 오늘 예린 씨한테 필요한 세기예요."
"웃기지 마요."
"웃기는 일 아니에요. 손을 쓸게요. 말은 평소대로. 레드면 말해요."
예린은 고개를 돌렸다. 도현의 손이 무릎에서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속옷이 없는 살. 손가락이 이미 젖은 틈을 찾았다. 예린은 이를 악물었다. 도발이 실패한 자리에서도 몸은 열려 있었다. 그 열림이 배신이었다.
손가락이 들어왔다. 느렸다. 너무 느렸다. 예린이 허리를 밀어 속도를 올리려 하자 도현의 다른 손이 배를 눌러 고정했다. 고정이 단단했다. 세기의 다른 얼굴.
"조급해하는 거, 보여. 그래도 내 속도야. 잘 버티고 있어."
"그 말 하지 마요."
"할 거예요. 예린 씨가 듣기 싫어서 도발한 그 말을, 오늘은 더 정확하게 할 거예요."
손가락이 앞벽을 눌렀다. 음핵은 엄지로. 예린의 숨이 새어나왔다. 도현이 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속삭임이 아니었다. 또렷한 낮은 말.
"창녀라는 말 안 해요. 예린 씨는 내 앞에서 잘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렇게 화내면서도 내 손가락을 삼키고. 그거 잘하고 있어. 잘했어."
예린이 도현의 손목을 세게 쥐었다. 밀어내려는 힘과 붙잡으려는 힘이 동시에 갔다. 도현은 밀리지 않았다. 같은 리듬. 같은 깊이.
"전 사람 앞에서 더 젖었다고 했죠. 그 젖음도 예린 씨 거예요. 지금 이 젖음도. 나는 그걸 깎은 이름으로 안 불러요. 예쁜 열이라고 불러요. 잘 여는 거라고 불러요. 잘했어, 예린아."
예린이 왔다. 오는 것이 화처럼 느껴졌다. 도발의 실패처럼. 그녀는 도현의 어깨에 이마를 박고 이빨로 니트를 물었다. 도현은 물린 채로 손을 빼지 않았다. 경련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예린의 목소리가 니트 사이에서 나왔다. 갈라진 목소리.
"왜 안 넘어가요. 내가 이렇게 하는데."
"넘어가면 예린 씨 것이 아니에요. 내 것이 되는 순간, 예린 씨가 여기 온 이유가 사라져요. 나는 그 이유를 안 부술 거예요."
예린은 오래 그 문장을 삼키지 못했다. 도현의 손가락이 빠지고, 치마가 내려오고, 허벅지에 남은 물기만 차가워졌다. 그녀는 화장이 진한 얼굴로 허공을 보았다. 도발이 허공에서 식었다.
"집에 갈게요."
"가도 돼요. 오늘은 여기까지가 맞아요."
예린이 일어서며 물었다. 등 뒤로.
"저 미워요?"
도현이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요. 오늘도 잘 왔어요. 도발한 것도, 그 질문을 몸 밖으로 낸 것도. 다음을 원하면 와요. 원하지 않아도 돼요."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데 예린의 손이 떨렸다. 진한 립이 입가에서 조금 번져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닦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가며, 복도의 차가운 공기가 치마 밑으로 들어왔다. 속옷이 없어서 더 선명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예린은 벽을 보고 말했다.
"넘어가 봐야 알 텐데."
문은 열리지 않은 채 내려갔다. 예린은 그 내려감이 도현의 속도와 닮아서, 주먹을 쥐었다. 쥔 주먹 안에서 맥박이 빨랐다. 다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에는, 몸이 이미 다음의 문장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