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부터
도현의 손은 예린의 손목에서 시작했다.
거실 바닥에 앉은 채, 옷을 입은 채. 그는 예린의 오른손목을 두 손으로 감싸고 엄지로 맥박을 짚었다.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예린도 느꼈다. 그 작은 곳이 성기가 된 것처럼 뛰었다.
"여기, 좋아."
작은 칭찬. 몸이 아니라 맥박. 예린은 웃을 뻔했다. 웃음이 안 나오고 숨만 가빠졌다.
손목에서 팔꿈치 안쪽. 도현의 입술이 그 연한 피부에 닿았다. 키스라기보다 확인. 예린의 팔이 수축했다. 도현은 그 수축을 따라가지 않고, 입술을 뗀 뒤 말했다.
"떨리는 거, 예뻐."
팔꿈치에서 어깨. 어깨에서 목덜미. 목덜미에 입이 닿았을 때 예린의 무릎이 벌어졌다. 아직 만지지도 않은 아래가 스스로 자리를 만들었다. 도현은 그 벌어짐을 말로 주워 담지 않았다. 목덜미에 이빨을 대지 않고, 숨만 흘렸다.
예린이 견디지 못하고 도현의 손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배, 그 아래. 도현의 손목이 돌처럼 멈췄다.
"안 돼요. 오늘은 작은 것부터. 예린 씨가 아래를 원해도, 내가 정한 순서를 지켜요."
예린의 손이 허공에서 풀렸다. 거절이 모욕이 아니었다. 순서였다. 순서가 더 단단했다. 그녀는 다시 손목을 내밀었다. 줄 것이 그것밖에 없는 아이처럼.
도현이 내민 손목에 입을 맞추었다. 맥박 위에. 그 입이 젖자 예린의 아래도 젖었다. 연결이 너무 분명해서 그녀는 눈을 감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도현의 손이 티셔츠 밑단으로 들어갔다. 배가 아니라 옆구리. 갈비의 연한 곳. 손가락이 그 뼈의 사이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세는 동안 예린의 숨이 뼈 사이로 새었다.
"이 갈비, 예쁘다. 숨 쉴 때마다 내 손가락을 밀어내. 그거 좋다."
작은 것. 갈비. 예린은 한 번도 갈비를 칭찬받은 적이 없었다. 성기와 입은 깎이거나 쓰이거나 했다. 갈비는 존재하지 않는 부위였다. 존재하게 되자 그곳이 열렸다. 성기가 아닌 곳이 열리는 감각. 예린의 눈이 뜨거워졌다.
손이 등 뒤로 가 브라 후크를 풀었다. 컵이 느슨해지자 가슴이 천 안에서 움직였다. 도현은 앞을 더듬어 유두를 찾지 않았다. 손바닥을 견갑골 사이에 얹고, 예린의 등을 자신의 무릎 쪽으로 당겼다. 예린의 얼굴이 그의 목에 닿았다.
"이 등. 좋아. 기대는 방식도 좋아."
예린은 기대고 싶지 않았다. 기대면 약해 보였다. 그런데 견갑골을 눌리는 손 때문에 몸이 접혔고, 접힌 자리에서 숨이 편해졌다. 편해지는 것이 배신 같았다.
오래 그 자세로 있었다. 시계 초침이 부엌에서 들렸다. 도현의 다른 손이 마침내 티셔츠 안에서 배를 쓸고, 브라 컵 아래로 들어가 유방을 무게로만 감쌌다. 유두를 비틀지 않았다. 손바닥의 한가운데에 유두가 놓이게 했다.
"여기, 이미 서 있어. 작은 것인데 열심히네. 예뻐."
예린이 신음했다. 작은 것에 대한 칭찬이 유두를 더 세게 만들었다. 그녀는 허리를 비틀어 손바닥에 비비고 싶었다. 도현이 허리를 다른 손으로 고정했다.
"비비지 마. 받게. 작은 걸 받는 연습이야."
받게. 그 동사가 예린의 질을 쥐었다.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유두만 손 안에서 뛰었다. 도현은 그 뜀을 한동안 받다가, 손가락으로 유두를 집지 않고 손톱 뒤로 살짝 긁었다. 예린의 허리가 고정된 채로 떨렸다.
아래는 아직이었다. 예린의 속옷이 축축한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허벅지를 붙이면 더 분명해졌다. 그녀는 붙이지 못하고 벌린 채 있었다. 벌림도 작은 순종의 하나였다.
도현이 티셔츠를 걷어 올려 오른쪽 유두에 입을 맞추었다. 혀는 쓰지 않았다. 입술의 안쪽 살만. 따뜻하고 습한 압력. 예린의 손이 도현의 머리를 잡았다. 밀지 못하고 붙잡았다. 도현이 입을 떼며 말했다.
"붙잡는 손, 좋아. 머리 밀어내지 않은 거, 예쁘다."
작은 것들. 손. 유두. 맥박. 예린은 그 목록이 쌓이면 결국 아래로 가겠거니 기다렸다. 도현은 아래로 가지 않았다. 다른 쪽 유두에도 같은 입을 반복하고, 다시 목덜미로 올라가 머리카락을 걷어 귓바퀴를 물지 않고 스쳤다.
예린이 울 것처럼 숨을 들이쉬었다.
"왜 아래는요."
"아래는 큰 거예요. 오늘은 작은 것만 칭찬할 수 있게. 예린 씨가 작은 칭찬을 삼킬 수 있어야, 큰 것도 삼켜요."
"전 이미 왔잖아요. 저번에. 그 말로."
"그건 큰 게 덮친 거예요. 오늘은 예린 씨가 고개 끄덕일 수 있는 크기로."
도현이 예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얹었다. 예린의 손바닥이 그의 뺨에 닿았다. 수염이 없는 매끈한 피부. 체온.
"이 손도 예뻐. 나를 밀 수 있는 손인데, 안 미는 거. 좋아."
예린은 그 손을 거두지 못했다. 거두면 칭찬이 끝날 것 같았다.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이 또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도현의 뺨을 쓰다듬지 못하고, 그저 얹어 두었다.
시간이 더 갔다. 도현은 예린의 무릎 위, 스타킹이 시작되는 가장자리만 손가락으로 따라 그었다. 그 가장자리가 작은 경계였다. 경계를 넘지 않았다. 예린의 음핵이 스스로 옷을 비볐다. 마찰이 모자랐다. 모자라서 더 아렸다.
결국 예린은 작게 말했다.
"이 정도면… 받은 것 같아요. 작은 거."
도현이 무릎 가장자리에서 손을 떼며 보았다. 예린의 눈이 젖어 있는지 확인하는 시선. 확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잘 받았어."
잘. 그 음절이 나왔지만 잘했어의 완전한 문장은 아니었다. 예린의 몸이 그 음절에 반응해 한번 크게 수축했다. 절정은 아니었다. 절정 직전의 깊은 조임. 도현은 그 조임을 보지 않고도 아는 사람처럼, 예린의 손목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은 걸 삼킨 거, 예쁘다."
예린은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에 조금 더 앉아 있었다. 다리가 저렸다. 저린 다리가 멀게 느껴졌다. 가까운 것은 손목의 입 자국. 보이지 않는 자국. 그녀는 그 자국을 다른 손으로 덮고, 덮은 채로 도현을 보았다.
"다음엔 조금 더 큰 거요."
부탁인지 통고인지 모를 문장. 도현은 미소 없이 대답했다.
"조금만요. 내가 크기를 정해요."
예린은 그 문장에 고개 끄덕였다. 작은 순종. 작은 것부터 쌓이는 중이었다. 현관을 나설 때 손목이 아직 뜨거웠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그 손목. 예린은 버튼의 차가움이 입술의 온기를 지우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