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늦추다
도현이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더 적게 만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음 만남에서 예린은 옷을 입은 채로 소파에 앉았다. 무릎 꿇지 말라는 말이 먼저 왔다. 예린은 그 지시를 거절처럼 들었다. 자신이 부족해서 내려놓는 단계라고.
"부족한 게 아니에요. 예린 씨 몸이 말을 소화하는 속도가 손보다 느려요. 손을 맞추는 겁니다."
도현은 맞은편에 앉았다. 낮은 테이블이 사이에 있었다. 차 두 잔. 예린은 잔을 만지작거렸다. 따뜻했다.
"오늘은 입만 쓸게요. 손 없이. 예린 씨는 듣고, 느껴지는 걸 말하면 돼요. 못 말하겠으면 고개만."
예린은 웃었다. 짧은 웃음. 입만. 손 없이. 그게 플레이인지 상담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구분되지 않는 자리가 더 깊숙했다.
도현이 말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고, 문장만 느렸다.
"예린 씨 목선이 예뻐요. 지금 티 밖으로 나온 그 선. 삼킬 때마다 움직이는 거, 좋아요."
예린의 손이 목을 가렸다. 도현은 그 손을 내리라고 하지 않았다. 가린 손을 보았다.
"가리는 것도 예뻐. 들키기 싫어하는 거, 보여요. 그 보임이 나한테는 좋아요."
예린의 허벅지가 소파 가죽 위에서 붙었다. 다리는 꼬여 있었다. 속옷 안이 천천히 더워졌다. 손은 없는데 귀가 성기가 된 기분. 그녀는 잔을 내려놓았다. 찻물이 흔들렸다.
"느껴지는 거, 말해요."
"...더워요."
"어디가."
예린은 침을 삼켰다. 목선이 움직였다. 도현이 그것을 보았다. 그 시선이 손이었다.
"아래요."
"아래, 어디."
"다리 사이요. 젖어요. 말도 안 되게."
"말도 되게. 잘 말하고 있어."
잘. 그 음절이 들어오자 예린의 어깨가 달아올랐다. 그녀는 소파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달아나려는 자세. 달아날 곳이 소파 안쪽뿐이었다.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테이블 너머에서, 더 낮게 말했다.
"오늘은 그 단어 안 붙일게요. 잘했어, 그거. 예린 씨가 소화할 수 있는 것만. 예쁘다. 좋다. 그 두 개."
예린은 고개로 응답했다. 잘했어가 빠진 자리가 시원하면서 허전했다. 허전함을 들키기 싫어 무릎을 세웠다. 치마가 허벅지를 덮었다.
"예린 씨 입술이 지금 젖어 있어요. 혀로 닦지 마요. 그 상태 그대로 예쁘다."
예린의 혀가 이미 입술을 지나고 있었다. 멈추자 침이 빛으로 남았다. 그녀는 얼굴을 돌렸다. 창밖은 이른 밤이었다. 아래층 누군가의 부엌 불이 켜져 있었다. 평범한 저녁들. 이 거실만 달랐다.
"느껴지는 거."
"귀요. 귀가 간질거려요. 그 말이 귀에서 내려가요."
"어디까지."
예린은 눈을 감았다. 내려가는 길을 따라갔다. 목, 가슴, 배, 그리고—
"그 앞요. 부어오르는 데."
도현의 숨이 조금 깊어졌다. 테이블 너머에서도 들렸다. 그는 자신의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숨기지 않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제가 예린의 안을 더 쥐어짰다.
"예쁘다."
한 단어. 예린의 허리가 소파에서 살짝 떠올랐다. 문지르고 싶었다. 손을 넣고 싶었다. 도현은 손 대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예린이 스스로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참는 것을 보았다.
오래 참았다.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차가 식었다. 예린의 속옷은 완전히 젖어 허벅지에 달라붙었다. 그녀는 기어코 손을 치마 밑으로 넣으려다, 도현의 시선을 느끼고 멈췄다.
"해도 돼요. 오늘은 예린 씨 손으로. 나는 말만."
허락이 떨어지자 예린의 손가락이 속옷 안으로 들어갔다. 음핵이 이미 부풀어 손가락에 걸렸다. 그녀는 원을 그리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속도. 빠른 속도. 빨리 끝내고 이 방에서 나가고 싶어서.
"천천히."
도현의 한 마디에 손가락이 멈칫했다. 예린은 이를 갈았다. 천천히가 칭찬보다 명령에 가까웠다. 명령이면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원을 크게, 느리게 바꿨다. 미끄러운 것이 손가락 마디까지 올라왔다.
"그 속도, 예쁘다. 조급해하는 거 보여. 그래도 늦추는 거, 좋다."
예린의 눈이 감겼다. 손가락이 입구를 찾았다. 두 개를 넣고 손바닥으로 음핵을 눌렀다. 자신의 손인데 도현의 리듬을 흉내 내고 있었다. 그 흉내가 들켜서 얼굴이 붉어졌다.
"내 손 생각하면서 하는 거, 알아요. 그거 좋다."
"보지 마세요—"
"볼게요. 예린 씨가 오는 거, 내가 말로 받을게요."
예린은 더 이상 항의하지 못했다. 허리가 손을 향해 접혔다. 오는 것이 가까웠다. 도현이 타이밍을 맞추듯 말했다.
"예쁘다. 지금. 그 얼굴. 좋다."
잘했어는 없었다. 그런데 예린은 그 두 단어만으로도 왔다. 소파에 주저앉은 채, 손가락 주위를 조이며, 소리를 이빨 뒤에 물었다. 도현은 일어서지 않았다. 박수도, 접근도 없었다. 테이블 너머에서 예린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끝까지 보았다.
예린이 손가락을 빼 치마를 내렸을 때, 손이 떨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찻잔을 들었다. 식은 차. 그녀는 그 쓴맛을 삼켰다.
"오늘은 손 안 댔어요. 예린 씨가 자기 손으로 내 말을 받아 적은 거예요."
도현의 목소리가 조용했다. 예린은 그 문장을 이해했다. 속도의 의미. 그가 늦추는 것은 자비가 아니라, 예린이 칭찬을 자신의 신경으로 통과시키게 만드는 훈련이었다. 손이 없으면 말이 더 직접 닿았다.
"다음엔요."
예린이 물었다. 목쉰 목소리.
"다음엔 손을 돌려줄게요. 오늘은 이 속도가 예린 씨 속도였어요. 기억해요."
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설 때 속옷이 불편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그녀는 도현이 따라오지 않는 거리를 이미 알고 있었다. 문이 닫히기 전, 그래도 한 마디가 건너왔다. 약속한 두 단어 중 하나.
"오늘, 좋다."
예린은 복도에서 그 문장을 삼켰다. 삼키니 배 아래로 내려갔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밤바람이 치마 밑을 스쳤다. 그녀는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 자신을 기다려주는 일이 아니라, 도망칠 속도를 빼앗는 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그 앎이 무섭고, 그 무서움이 이미 다음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