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명령보다 어렵다

예린은 사흘 동안 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보내지 않는 동안에도 몸은 그 아파트의 바닥 결을 기억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으면 무릎이 약해졌고, 회의 중 잘했다는 말이 상사의 입에서 나오면 허벅지 안쪽이 뜨거워졌다. 전혀 다른 맥락의 문장이 같은 회로를 건드렸다. 예린은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손목을 적셨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손가락을 넣으면, 예전처럼 모욕의 문장을 떠올려야 했다. 떠올리면 열렸다. 그런데 끝에 가서 도현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잘했어, 예린아. 그 순간 절정이 가까워지면서도 손이 멈췄다. 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 말에 와서 끝나는 것이 두려웠다.

네 번째 날, 도현에게 문자가 왔다.

"속도는 예린 씨 거예요. 안 와도 됩니다. 오면, 오늘은 더 적게 말할게요."

더 적게. 그 제안이 이상하게 정확했다. 예린은 한참을 보다가 답했다.

"말 조금만 하세요. 손은 해도 돼요."

보내고 나니 자신이 협상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전 관계에서는 협상 테이블이 오래전에 치워져 있었다.

그날 밤 아파트는 저번과 같은 간접등이었다. 예린은 현관에서부터 말이 적어지기를 기다렸다. 도현은 수건을 건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았다. 그는 예린의 코트를 받아 걸고, 턱으로 거실을 가리켰다.

예린은 시키지 않아도 방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자발성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얼굴을 숙였다. 도현이 뒤로 와 머리카락을 한 가닥 꼬았다. 묶지 않고, 꼬기만.

"오늘은 내가 벗길게요. 예린 씨는 가만히."

가만히. 그것은 칭찬이 아니었다. 지시였다. 예린의 몸이 지시를 받자 조금 편해졌다. 익숙한 레일. 도현의 손이 블라우스를 치마 밖으로 꺼내 단추를 위에서부터 열었다. 손가락이 가슴 사이를 스칠 때마다 예린은 숨을 참았다. 칭찬이 올 자리. 오지 않았다.

브라의 후크가 풀렸다. 도현은 컵을 내리지 않은 채, 손바닥을 컵 안으로 넣어 유두를 집지 않고 덮었다. 체온. 예린의 유두가 손금 안에서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치마가 내려가고 속옷이 내려갔다. 스타킹은 남겼다. 저번과 같은 불완전함이 예린을 더 벗긴 기분으로 만들었다. 도현이 뒤에서 몸을 붙여 앉았다. 무릎 꿇은 예린의 등 뒤에, 그의 바짓가랑이가 예린의 엉덩이에 닿았다. 경직된 것이 천 너머로 느껴졌다. 그는 그것을 예린의 틈에 비비지 않았다. 그저 있게 했다.

손이 앞으로 와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손가락이 외음에 닿기 전에 예린의 허리가 뒤로 밀렸다. 도현의 가슴에 등이 붙었다.

"열어."

예린은 무릎을 벌렸다. 이 단어는 견딜 만했다. 열라는 말은 모욕도 칭찬도 아니었다. 일이었다. 일이면 할 수 있었다.

손가락이 음순을 가르고 들어왔다. 두 개. 저번보다 바로 깊었다. 예린의 숨이 새어나왔다. 도현은 귀 뒤에서 그 숨을 듣고 있을 뿐, 잘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일정한 박자로 움직였다. 느리고, 일정한 간격. 손바닥이 음핵에 닿을 듯 말 듯 마찰했다.

예린의 안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젖은 소리가 거실에 작았다. 그녀는 그 소리가 싫어서 허리를 멈추려 했다. 도현의 다른 손이 아랫배를 눌러 허리를 고정했다.

더. 그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예린은 삼켰다. 더라는 말은 구걸이었고, 구걸하면 칭찬이 돌아올 것 같았다.

도현의 손가락이 앞벽을 찾았다. 그곳을 짧게,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바닥은 음핵을 원으로 문질렀다. 예린의 허벅지가 떨렸다. 발끝이 바닥에서 들었다. 스타킹 안의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온다. 오는 것이 보이는데, 도현이 갑자기 손을 멈췄다.

예린이 목을 젖혔다. 소리가 되지 않은 항의가 나왔다. 도현은 손가락을 안에 둔 채, 움직임만 멈췄다. 충만함만 남았다. 예린의 내벽이 손가락을 물었다. 물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말해."

"...뭐를요."

"뭘 원하는지."

예린은 눈을 감았다. 원하는 것은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은 잘했다는 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했다.

"손요. 손 움직이세요."

"손, 뭐."

예린의 이마에 땀이 고였다.

"손가락… 다시요. 부탁해요."

도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보다 더 느리게. 예린은 그 느림에 미쳐가는 것 같았다. 안이 가려웠다. 음핵이 손바닥에 비비고 싶어서 허리가 제멋대로 원을 그렸다. 도현은 그 원을 허용했다. 허리를 막지 않았다. 예린이 스스로 그의 손에 몸을 맡기는 것을, 그는 말로 포장하지 않고 보게 했다.

절정이 다가오자 예린의 숨이 끊어졌다. 도현의 입이 귀 근처에 와 있었다. 칭찬이 올 거리. 예린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 말은 하지 말라는 듯.

오지 않았다.

대신 도현의 손가락이 깊이를 바꾸며 한 점을 반복해서 눌렀고, 예린은 그 점에서 무너졌다. 오는 동안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다 결국 짧은 울음을 흘렸다. 내벽이 손가락을 리듬으로 쥐었다. 도현은 그 리듬이 끝날 때까지 안에 남아 있었다.

빼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예린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도현이 팔로 배를 감싸 받아냈다. 그 팔의 힘이 단단했다. 예린은 그 단단함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묻고 나면 잘했다는 말이 올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다.

도현은 예린의 귓가에 입을 대지 않았다. 등 뒤에 그대로 붙어 앉아, 예린의 젖은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쓸기만. 말 없이.

예린이 먼저 견디지 못했다.

"왜 안 하세요."

"뭐를."

"그 말. 잘했다는 말."

침묵이 길었다. 도현의 손바닥이 허벅지에서 멈췄다.

"예린 씨가 부탁했잖아요. 말 조금만. 오늘은 손을 받는 연습이에요. 말은 다음."

예린은 이상하게 화가 났다. 그 말이 싫어서 오지 말라고 했으면서, 오지 않자 빈자리가 아팠다. 모욕이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잘했다는 말이 남긴 빈자리가 그리웠다. 그 그리움이 더 수치스러웠다.

옷을 주워 입는 손이 거칠었다. 단추를 잘못 꿰었다. 도현이 손목을 잡아 단추를 풀어 다시 꿰었다. 그 동작은 다정했으나, 다정함을 칭찬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예린은 그 번역되지 않은 다정함에 목이 메었다.

현관에서 코트를 입을 때, 도현이 낮게 말했다. 약속대로 짧은 말.

"다음엔, 한 단어만."

예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의 자신은 정돈되어 보였다. 속은 정돈되지 않았다. 집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다리를 꼬르자, 아직 미끄러운 곳이 속옷에 묻었다. 그녀는 창밖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기사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한 단어가 뭐야."

택시가 신호에 멈췄다. 예린은 답을 알지 못한 채, 그 한 단어를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