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수요일 저녁 일곱 시. 나연은 한남동 현관에서 코트를 벗는다. 벗고 멈춘다. 다음 순서가 몸에 있다. 블라우스, 스커트, 스타킹, 속옷. 개수를 세려는 손이 스스로 멈춘다. 오늘은 그 순서가 아니다. 목줄은 침실 문 옆 훅에 있다. 훅에 있으라고 그가 문자를 보냈다.

강우가 식탁에서 일어선다. 차 두 잔. 금요일과 같은 자리. 눈이 같은 높이다. 같은 높이가 여전히 불편하다. 불편한 채로 나연은 앉는다. 앉는 것이 오늘의 첫 정직이다.

"월요일 잘 보냈어."

묻지가 아니다. 확인이다. 나연은 끄덕인다.

"이름에 반 박자 늦었어. 민우가 알아챘어."

"그래서 문자를 보낸 거야, 아니면 늦어서 더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나연이 컵을 한 번 돌린다. 돌리는 손이 변호사의 손이다. 조항을 가리키기 전에 종이 모서리를 만지는 손.

"둘 다. 남은 내가 보내야 증거가 되니까. 금요일의 나는 증거가 못 돼.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그래." 강우가 짧게 숨을 내쉰다. "오늘은 그 증거 가지고 말하자. 원하는 것. 두려운 것. 숨기지 마. 숨기면 이 테이블이 금요일 현관이 돼."

나연은 그 조건을 받는다. 받는 것이 동의가 아니라 절차다. 절차가 있어야 이 대화가 명령이 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그녀가 먼저 입을 연다. "전부 드리는 거. 훅에서 내려온 목줄이 월요일에도 목에 있는 거. 이 집이 너무 크다는 말을 네가 이 년째 혼자 한 거, 그 크기를 내가 채우는 거."

강우는 막지 않는다. 막는 대신 본다. 도면을 보는 눈. 선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눈.

"두려운 건." 나연이 이어서 말한다. "남는 게 없을까 봐. 전부 드리면 네가 소유할 사람이 사라질까 봐. 회의실에서 문장을 끝내는 사람이 훅에 걸린 채로 못 내릴까 봐. 민우가 잠수라고 부르는 그 사람이, 잠수가 아니라 침몰이 될까 봐."

말이 끝나자 식탁이 조용하다. 조용한 동안 나연의 눈이 뜨거워진다. 뜨거워지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숨기지 않기로 한 테이블이다.

강우가 컵을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소리가 작다.

"나는 너를 소유하고 싶어. 그건 금요일에 말했다. 오늘 더하는 건 그 다음이야. 네가 사라지는 건 싫어. 빈 목을 소유하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빈 집은 이미 있어. 그 집을 너로 채우고 싶은 거지, 너를 비워서 집에 맞추고 싶은 게 아니야."

나연의 턱이 한 번 움직인다. 삼키는 동작.

"네가 두려운 건."

"매일의 하중. 주말은 마흔여덟 시간이야. 계산이 돼. 칠 일은 계산이 달라. 메다가 내가 무너지면 네가 다쳐. 소유가 책임이라는 문장을 나는 알고 있어. 아는 것과 메는 것은 달라. 그 다름이 아직 내 안에 있어. 그래서 지금 전부를 받지 않아."

"그럼 뭐를 받아."

"같이 쓰는 것. 조항. 네가 문장을 다루는 사람이잖아. 내가 선을 긋는 사람이고. 이 일을 무릎으로 시작하지 마. 테이블에서 시작해. 시범 구십 일. 구십 일 안에 어느 쪽이든 멈출 수 있어. 멈추는 방법이 빨강이야. 빨강이면 즉시 정지. 주말 체제로 돌아갈 수 있어. 오 년은 버리지 않아."

나연은 그 숫자를 듣는다. 구십. 숙고 기간이 아니라 시범 운용. 변호사의 머리가 자동으로 붙인다. 해지권. 원상회복. 시범의 종료가 관계의 종료가 아니라는 문장. 붙이는 머리가 살아 있어서 그녀는 잠시 안심한다.

"쓰면서 울어도 돼." 강우가 덧붙인다. "우는 게 동의가 아니야. 쓰는 것도 아직 서명이 아니야. 서명 전에 문장을 여러 번 고칠 거야. 고치는 손이 네 손이야. 내 손이 네 문장을 무시하지 않아."

나연의 눈이 흐려진다. 흐려진 채로 그녀는 웃지 않는다. 웃을 자리가 아니다. 눈물이 한 줄 내려온다. 내려오는 것을 닦지 않는다. 테이블 위의 눈물이다. 무릎 위의 눈물이 아니다.

"구십 일. 같이 쓴다. 서명 전이다." 그녀가 반복한다. 반복이 확인이다. "집 안에서의 전면. 밖은."

"밖은 따로 써. 오늘은 그 뼈대만. 원하는 것과 두려운 것을 테이블에 올려 둔 거. 올려 둔 걸 내가 받았다. 너는 내 두려움을 받았고."

나연은 끄덕인다. 끄덕임이 목줄보다 무겁다. 무거운 끄덕임을 그가 받는다. 받는 방식이 손을 뻗는 것이 아니다. 같은 높이에서 머무는 것이다.

"토요일에 와. 낮. 노트 펼쳐 둘게. 금요일 여덟 시는 그대로야. 현관, 무릎, 목줄. 오 년의 금요일을 구십 일 때문에 건너뛰지 마. 건너뛰면 시범이 아니라 도망이야."

"알아. 갈게. 여덟 시에."

강우가 짧게 턱을 끄덕인다. 끄덕임이 설계의 확인처럼 보인다. 선이 움직이되, 움직이는 선에도 마디가 있다. 마디를 남기는 사람이 이 남자다.

대화가 끝난다. 끝나는 소리가 없다. 차가 식어 있다. 식은 차를 나연은 그래도 마신다. 마시는 목이 월요일에 만지던 목이다. 만지던 목에 오늘은 가죽이 없다. 없는 채로 그녀는 일어선다.

강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는다. 잡지 않고 댄다. 대는 손이 현관의 손이 아니다.

"소파. 앉아. 무릎 아니야."

나연은 소파에 앉는다. 앉는 자세가 어색하다. 이 집에서 소파의 깊이는 그의 것이었다. 그녀의 자리는 카펫, 발치, 무릎. 오늘의 자리는 옆이다. 옆이 허락된 것이 아니라 지정된 것이다. 지정 속에 높이가 들어 있다.

그가 옆에 앉는다.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싼다. 감싸는 힘이 세지 않다. 세지 않은 힘이 금요일의 정수리보다 넓다. 나연은 그 넓이에 이마를 가져간다. 가져가는 곳이 그의 목이다. 현장 다녀온 냄새는 없다. 오늘은 사무실의 연필 냄새다. 도면 용지의 냄새.

"울어도 된다고 했지." 그가 낮게 말한다. "지금 울어도 돼. 이건 장면이 아니야."

나연은 운다. 소리가 크지 않다. 크지 않게 우는 버릇이 로펌에서 온다. 여기선 그 버릇을 그가 받아 준다. 받아 주는 손이 그녀의 머리 뒤에 있다. 쓰다듬지 않는다.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있는 손이 소유가 아니라 받침이다. 받침이 오늘의 하중이다.

울음이 잦아들면 그가 조금 물러난다. 물러나 그녀의 얼굴을 본다. 통과하지 않고 머문다. 머무는 눈이 가깝다. 가까운 눈이 입을 가져온다.

키스다. 짧다. 이마가 아니다. 입이다. 일요일 여덟 시의 입맞춤은 목줄을 푼 뒤에만 있었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수요일의 입이 짧게 닿고 떨어진다. 닿은 자리가 뜨겁다. 뜨거운 것을 더 열지 않는다. 열지 않는 사람이 그다. 이 테이블의 밤은 말이 끝이다. 말이 끝난 자리에 몸을 올리면 몸이 결정한다. 몸의 결정은 토요일의 것이다.

"가." 강우가 말한다. "합정에서 자. 내일 문장 끝내는 사람이 여기 남아 있으면 안 돼."

나연은 웃는다. 짧은 웃음. 울음 다음에 오는 웃음이다.

"목줄은."

"훅에. 금요일에 내가 내려."

현관에서 코트를 입는다. 입는 손이 자기 손이다. 그가 단추를 채우지 않는다. 채우지 않는 것이 수요일의 선이다. 나연은 그 선을 받아 문을 연다.

센서등이 켜진다. 왼쪽 벽이 먼저 밝아진다. 밝아진 벽을 등지고 그녀는 나간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힌다. 잠금 소리. 그 소리가 오늘은 버클이 아니다. 버클이 아닌 소리가 오히려 목을 만지게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연은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 보지 않는 습관이 금요일의 것이다. 수요일에 그 습관이 따라온다. 따라오는 것을 밀어내지 않는다. 밀어내지 않은 채로 합정을 향해 간다.

지하철에서 창에 비친 목을 본다. 아무것도 없다. 없는 자리를 손이 찾다가 멈춘다. 찾는 손이 오늘은 버릇이 아니라 확인이다. 확인한 목에 구십 일이 아직 없다. 없는 구십 일을 같이 쓰기로 했다. 쓰면서 울어도 된다. 써도 서명이 아니다. 그 두 문장이 레일 소리를 타고 목에 붙는다. 붙는 문장이 금요일의 목줄보다 가늘다. 가는 것이 약함이 아니다. 가늘어서 끊을 수 있다. 끊을 수 있어야 멜 수 있다는 것을, 테이블은 이미 말했다. 말한 테이블 위의 짧은 키스가 아직 입 가장자리에 있다. 가장자리의 열을 나연은 삼키지 않는다. 삼키지 않은 열이 합정까지 간다.

강우는 식탁의 컵 두 개를 씻는다. 씻고 노트를 꺼낸다. 꺼낸 노트를 펼치지 않는다. 펼치면 이미 문장이 된다. 문장은 토요일에, 두 사람의 손이 같이 있을 때 시작한다. 혼자 쓰는 문장은 도면이지 계약이 아니다. 이 일은 도면이 아니다.

그는 노트를 식탁 한가운데에 둔다. 둔 채로 훅을 본다. 검은 가죽, 은 고리. 걸려 있는 목줄이 구십 일을 아직 모르고 있다. 모르는 물건이 정직하다. 정직한 물건을 금요일까지 훅에 남겨 둔다.

소파에 앉는다. 나연이 앉았던 자리가 아직 따뜻하다. 따뜻한 자리를 손으로 한 번 쓸다. 쓸지 않고 그냥 둔다. 그냥 두는 일이 오늘 밤 그가 멜 하중이다. 메는 사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수요일의 테이블은 이미 허락했다. 허락한 테이블 위에서 구십 일이 아직 쓰이지 않은 채로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