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여덟 시
현관 센서등이 켜지는 각도를 나연은 오 년 동안 몸으로 외웠다. 문을 밀면 왼쪽 벽이 먼저 밝아지고, 신발을 벗는 동안 불이 한 번 깜박이며 자리를 잡는다. 그 깜박임이 끝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코트 단추를 풀고 있다. 생각은 필요 없다. 손은 스스로 한다.
오늘은 삼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다. 로펌에서 나온 지 한 시간 십 분. 합정에서 한남까지 지하철 두 개, 버스 하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 금요일 일곱 시 이후의 나연에게는 볼 일이 없다. 볼 일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이 한 시간의 전부다.
문을 닫는다. 잠금 소리가 등 뒤에서 난다. 코트, 블라우스, 스커트, 스타킹, 속옷. 개수를 세는 버릇은 삼 년 차에 생겼다. 코트 하나, 상의 하나, 하의 하나, 아래위 속옷, 스타킹. 빠뜨린 적이 한 번 있었다. 귀걸이. 그는 그것을 다음 날 아침까지 말하지 않았고, 말하지 않는 동안 그녀는 귀에서 무게를 느꼈다. 그 뒤로 현관에서 귀걸이부터 뺀다.
나연은 옷을 현관 벤치 왼쪽에 갠다. 오른쪽은 그의 것이다. 오 년 동안 오른쪽은 비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오늘은 그의 외투가 걸려 있다. 현장에 다녀온 냄새. 콘크리트와 도면 용지.
알몸이 되면 공기가 먼저 온다. 한남동 아파트의 난방은 늘 정확하다. 너무 덥지 않고 너무 춥지 않다. 그 정확함이 그의 성격이고, 이 집의 성격이고, 금요일의 성격이다.
그녀는 현관 타일 위에 무릎을 꿇는다. 무릎이 닿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타일 한 장의 이음새. 손은 허벅지 위에 포개고, 엄지는 안쪽으로, 고개는 숙인다. 목덜미가 드러난다. 오 년 전 처음 이 자세를 했을 때 그녀는 숨이 가빴다. 지금은 숨이 가라앉는다. 가라앉는 것이 목적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그날마다 다르다. 어떤 금요일은 삼 분, 어떤 금요일은 십오 분. 오늘은 길다. 길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녀는 그것을 재지 않기로 한다. 재는 것은 변호사의 버릇이고, 현관 타일 위의 여자에게는 버릇이 없다.
발소리가 난다. 양말. 그는 금요일에 집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다.
"고개."
나연은 고개를 든다. 올리지 않는다. 든다. 그 차이가 오 년 동안 몸에 새겨져 있다. 올리면 눈이 그의 눈을 찾고, 들면 눈이 그의 목을 본다. 오늘은 그의 목이 보인다. 셔츠 단추가 위에서 두 개 풀려 있다. 현장 다녀온 사람의 목.
강우는 서른아홉이다. 건축사. 독립한 지 칠 년. 손이 크고, 말이 짧고, 사람을 오래 본다. 나연을 볼 때의 그 눈은 도면을 볼 때의 눈과 같다. 선을 확인하는 눈. 어긋난 곳을 찾는 눈이 아니라, 선이 제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눈.
그가 손바닥을 내민다. 손바닥 위에 목줄이 있다. 검은 가죽, 안쪽은 부드러운 스웨이드, 은 고리 하나. 오 년 동안 같은 것이다. 길이가 늘어나지 않았고 색이 바랠 뿐이었다. 바랜 자리가 그녀의 목 둘레다.
나연은 턱을 든다. 그가 가죽을 목에 두른다. 버클이 뒤에서 잠긴다. 그 소리. 작고, 건조하고, 금요일 여덟 시의 전부.
"내 것."
"네, 주인님."
그 네 글자가 목줄보다 먼저 몸을 정리한다. 어깨가 내려가고, 혀가 짧아지고, 로펌에서 들고 온 문장들이 한꺼번에 바닥에 놓인다. 나연은 그것을 놓을 때마다 안도한다. 안도하는 자신을 안도하는 동안, 아주 짧게, 겁이 스친다. 너무 잘 놓아지는 것. 너무 빨리 내려가는 것. 그 겁은 이내 목줄 안으로 들어간다. 목줄 안의 겁은 겁이 아니라 무게다.
강우의 손바닥이 그녀의 정수리에 얹힌다. 무겁지 않다. 있으나 없다. 있는 쪽이 중요하다.
"오늘 어땠어."
이 질문은 오 년 차의 질문이다. 일 년 차에는 묻지 않았다. 삼 년 차부터 묻기 시작했다. 오늘의 나연이 어떤 나연을 현관에 내려놓았는지 확인하는 질문.
"길었습니다. 계약 검토가 세 건 있었고, 마지막 건은 내일 오전까지입니다. 내일은—"
"내일은 여기 없어."
"…네."
"세 건은 두고 왔어?"
나연은 잠깐 머뭇거린다. 두고 왔는지, 머리 한구석에 접어 두었는지. 정직은 이 집의 첫 번째 규칙이다.
"접어 두었습니다. 완전히 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래." 그의 엄지가 관자놀이 옆을 한 번 쓸었다. "접은 건 내가 가져갈게. 너는 무릎만 있어."
"네, 주인님."
그가 손바닥을 거둔다. 거두는 순간 정수리가 서늘하다. 나연은 그 서늘함을 좋아한다. 있었던 자리가 느껴지는 것. 없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
"거실로. 무릎으로 가."
그녀는 무릎으로 간다. 타일에서 마루로. 마루가 따뜻하다. 오 년 전 첫 금요일에 그는 이 구간을 걷게 했다. 무릎으로 가는 것은 이 년 차부터다. 나연은 그 변화를 기억한다. 걷는 것에서 기는 것으로. 기는 것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속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몸이 먼저 배웠다.
거실 한가운데 카펫이 있다. 회색. 그가 직접 고른 것. 카펫 가장자리에 그녀는 다시 꿇는다. 시선은 아래. 그의 발. 양말의 회색이 카펫의 회색과 비슷하다.
강우는 소파에 앉지 않는다. 그녀 앞에 선다. 서 있는 시간이 길다. 나연은 그 길이를 재지 않는다. 재지 않기로 한 것을 지키는 일이, 금요일의 첫 번째 복종이다.
"손."
그녀가 손을 내민다. 손등이 위로. 그가 손목을 한 번 쥔다. 맥박을 보는 것이다. 오 년 동안 같은 순서. 맥박, 숨, 눈. 눈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봐"라고 하면 본다.
"봐."
나연은 그의 눈을 본다. 짙은 갈색. 그 눈이 그녀를 통과하지 않고 머문다. 머무는 눈이 무섭고 좋다. 로펌에서 사람들은 나연의 눈을 잘 보지 않는다. 문장을 본다. 조항을 본다. 강우만 눈을 본다.
"오늘 밤부터 일요일 여덟 시까지. 너는 내 거야.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왜."
나연의 입이 잠시 멈춘다. 왜. 오 년 동안 이 질문은 처음이다. 알고 있느냐는 물었고, 내 것이냐는 물었고, 원하는가는 수없이 물었다. 왜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진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지고 있다면 오 년 전에 이미 말했을 것이다.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금요일마다 이 타일 위에 왔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이 집의 비밀이 아니라, 그녀의 비밀이다.
"…모르겠습니다, 주인님."
강우가 짧게 숨을 내쉰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구분되지 않는 숨.
"그래. 지금은 몰라도 돼. 무릎은 알고 있으니까."
그의 손이 목줄의 고리를 한 번 잡아당긴다. 가볍다. 가벼운 당김이 척추를 곧게 만든다. 나연은 곧아진 채로 그의 다리 옆에 이마를 기댄다. 허락된 기대임. 오 년 차의 금요일은 이런 작은 허락들로 이루어져 있다. 큰 고통은 토요일이 가져간다. 금요일 밤은 내려놓는 밤이다.
강우의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를 지난다. 빗지 않는다. 확인한다.
"밥은."
"안 먹었습니다. 오는 길에—"
"오는 길에 먹지 마. 내가 먹인다. 몇 번이야."
"죄송합니다."
"사과는 나중에. 지금은 배고프다고 해."
"배고픕니다."
"그래."
그가 부엌으로 간다. 나연은 카펫 위에 남아 있다. 무릎이 따뜻하고 목이 무겁다. 무거움이 자리를 잡아 준다. 로펌의 나연은 서른넷의 변호사다. 조항을 고치고, 문장을 밀고, 회의실에서 가장 늦게 입을 다문다. 그 여자가 지금 이 카펫 위에 없다. 없는 것이 안도다.
안도 밑에서, 아주 얇게, 같은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왜.
나연은 그 질문을 목줄 안쪽에 밀어 넣는다. 금요일 여덟 시다. 질문은 일요일 여덟 시 이후의 것이다. 지금은 무릎만 있으면 된다. 무릎은 알고 있다. 그녀는 아직 모른다. 그 간격이 오 년째 이 현관을 열리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나연은 오늘 밤에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