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아래에서

유월의 첫 비가 늦은 봄의 마지막 비처럼 내려왔다. 아직 습하지 않고, 아직 거칠지 않은, 흙을 깊게 적시는 비. 남우는 아침부터 창을 열어 두었다. 청계산이 빗줄기 속으로 들어갔다. 미경의 문자는 짧았다. '가는 길. 우산 두 개예요.'

그녀는 정오에 왔다. 우산 두 개를 현관에 기대 놓고,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누르지 않은 채 남우의 품으로 들어왔다. 키스가 빗물 맛을 나눴다. 남우가 수건을 가져오려 하자 미경이 손목을 잡아 세웠다.

"나중에. 로프 먼저."

선반의 타래가 세 개였다. 남우는 하나를 풀어 손에서 따뜻하게 만들었다. 미경이 스스로 옷을 벗고 창가에 섰다. 커튼은 걷혀 있었다. 비 오는 열 층의 창은 거울이 아니었다. 세상이 흐려, 몸도 흐렸다. 흐린 채로 선명한 것은 유두의 선, 아랫배의 접힘, 남우를 보는 눈이었다.

"오늘은 발도."

미경의 말이었다. 남우가 무릎을 물었다.

"의자를 뒤에 둘게요. 저리면 바로."

"노랑, 빨강. 기억해요."

그는 손목부터 묶었다. 고리가 한 번에 자리 잡았다. 팔 안쪽을 타고 가슴 밑선을 받치고, 등에서 교차해 허리로. 삼십 년의 공백이 이제는 손의 머뭇거림이 아니라 신중의 속도로만 남아 있었다. 미경의 가슴이 로프 안에서 들어 올려지자 숨이 얕아졌다. 남우가 손가락을 매듭 아래 넣어 보았다. 여유 하나. 그는 무릎을 꿇고 발목을 묶되, 서로를 붙이지 않고 각각을 느슨한 고리로만 남겼다. 넘어지지 않을 만큼, 도망가지 못할 만큼이 아닌, 서 있을 수 있을 만큼.

"어때요."

"비 들려요. 몸보다 비가 먼저."

남우는 그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로프 너머로 손바닥이 배를 감싸고, 아래로 내려가 이미 열린 살을 찾았다. 손가락이 들어가는 순간 미경의 머리가 그의 어깨에 기댔다. 음핵을 로프가 직접 누르지는 않았다. 대신 남우의 손가락이 그 핵을 비의 리듬으로 문질렀다. 창틀을 치는 물소리, 그 간격의 손가락. 미경이 먼저 작게 왔다. 무릎이 접히려 하자 남우가 허리를 받쳤다.

"노랑?"

"노랑 아니에요. 그냥 좋아요. 서 있고 싶어요."

그는 콘돔을 씌우고, 뒤에서 천천히 넣었다. 로프가 손목을 등 뒤로 모으고 있어 미경의 상체가 조금 젖혀졌다. 그 각도로 남우의 것이 깊게 들어갔다. 두 사람 다 소리를 냈다. 창유리에 미경의 숨이 김으로 피었다 지워졌다. 남우가 허리를 밀 때마다 가슴의 로프가 유두 아래를 살짝 조였다. 조임이 아픔으로 가지 않도록 그는 속도를 늦췄다. 늦춘 만큼 마찰이 길어졌다. 미경의 안이 그를 뜨겁게 감쌌다.

"남우 씨, 손. 앞으로."

남우가 손을 그녀의 앞으로 가져와 음핵을 문지르며 넣었다. 빗소리가 커졌다. 유월의 비가 처마를 치기 시작했다. 그 소리 아래에서 미경의 절정이 길게 왔다. 다리가 떨렸고, 발목의 고리가 가볍게 당겨졌다. 남우가 바로 허리를 멈추고 물었다. "빨강?"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더." 그 더를 그는 존중과 함께 밀어 넣었다. 자신의 절정을 참으며 그녀의 등 뒤에 이마를 붙이고, 로프와 살 사이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삼베, 빗물, 여자의 열.

두 번째 절정이 미경에게 왔을 때 그녀는 이름을 불렀다. "남우." 성 없이, 산 아래의 호칭으로. 남우는 그 호칭 안에서 사정했다. 허리가 저절로 밀리고, 손이 로프 매듭을 붙잡고, 숨이 빗소리에 섞였다. 그는 바로 발목부터 풀었다. 무릎을 문지르고, 손목을 풀고, 가슴의 선을 거두었다. 미경이 창가에 주저앉듯 내려앉자, 남우가 담요를 가져왔다. 물, 이마의 입술,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확인.

손목에 분홍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남우가 그 위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오래 묶었습니다. 다음엔 더 짧게."

"오늘은 이 길이가 맞았어요. 비가 길어서."

두 사람은 소파로 옮겨 비를 보았다. 청계산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산이 오히려 가까웠다. 미경이 남우의 가슴털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딸은요."

"다음 달에 민준이 데리고 정식으로 밥 먹자고 했습니다. 미경 씨 이름이 있는 밥."

"아들은 물통 아저씨를 한번 보고 싶대. 산에서. 모임에 끼지는 않고, 주차장에서."

남우가 웃었다. 미경이 그 웃음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우리 나이에 새 사람들이 생기는 게, 애들한테는 복습 같은 걸 수도 있어요. 부모가 아직 몸이 있다는 거."

"있으면 됩니다. 없는 척하는 것보다."

빗줄기가 가늘어졌다가 다시 굵어졌다. 남우의 손이 미경의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가, 아직 젖은 살을 가만히 덮었다. 소유하지 않는 손. 미경이 다리를 조금 열어 그 손을 맞았다. 발기가 다시 오는 것을 두 사람이 동시에 알았다. 서두르지 않았다. 미경이 담요를 벗고 남우의 위에 올라, 로프 없이 그를 넣었다. 새로 씌운 콘돔 너머의 열. 그녀는 허리를 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가슴이 그의 얼굴 위에서 흔들렸다. 남우가 유두를 받아 물었다. 미경의 손이 그의 흰 머리칼을 쥐었다.

절정은 전보다 조용했다. 빗소리가 대신 컸다. 미경이 몸을 숙여 남우의 입술에 자신의 숨을 나누어 주며 왔다. 남우가 허리를 올려 따라갔다. 두 사람의 배가 땀으로 붙었다. 나이의 살과 살. 숨길 것 없는 무게.

나중에 남우는 보리차를 끓였고, 미경은 우산 두 개의 물을 현관에서 털었다. 하나는 그의 것, 하나는 그녀의 것. 접히는 방향이 달랐다. 남우가 말했다.

"다음 주 산행, 우천이면 둘레길."

"천천히 걸으면 괜찮죠."

"무릎은 거짓말 안 합니다."

"손목도요."

미경이 자신의 손목을 보여 주었다. 분홍이 이미 옅어지고 있었다. 남우가 그 자리를 엄지로 쓸었다. 맥박이 손끝에 살아 있었다.

저녁이 되기 전 비가 그쳤다. 창밖으로 청계산의 능선이 다시 나왔다. 새잎이 물을 머금어 더 진한 초록이었다. 두 사람은 옷을 입고,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선반 위의 로프를 함께 감았다. 타래가 동그랗게 자리를 잡았다. 등산 배낭의 끈처럼 무늬 없는 색.

미경이 말했다.

"예순둘하고 쉰여덟이면, 사람들이 만년이라 할 수도 있어요. 남은 것 가지고 뭘 시작하냐고."

남우가 타래를 선반에 올리며 대답했다.

"산도 만년입니다. 그래도 매주 새 잎이 납니다. 우리는 매주 새 매듭이면 됩니다."

미경이 그의 팔꿈치가 아닌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나이의 힘줄이 서로 맞물렸다. 현관을 열자 빗물이 남은 공기가 얼굴을 적셨다. 늦은 봄이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여름이 오더라도, 두 사람의 창가에는 다시 비가 올 것이고, 로프는 서랍이 아닌 선반에 있을 것이고, 물통의 뚜껑은 헐겁게 열려 있을 것이었다.

남우는 우산을 펼치지 않았다. 처마 아래의 짧은 거리에서 미경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가늘고 분명했다.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그 순간 어떤 선언으로 오지 않았다. 다만 손목의 온기와 흙냄새와, 다음 주에도 걷겠다는 보폭으로 와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보폭을 나누어 가진 채, 비가 그친 능선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