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의 매듭

비는 수요일에 왔다. 남우는 아침부터 창을 열어 두었다. 늦은 봄비는 처마를 크게 두드리지 않았다. 미경의 문자는 오전 열 시에 왔다. '오늘이요?' 남우는 '오늘입니다. 서두르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그녀는 오후 세 시에 왔다. 우산의 끝에서 물이 떨어졌다. 현관에서 남우가 우산을 받아 접었다. 미경의 머리카락이 귀밑에서 조금 젖어 있었다. 남우는 수건을 가져왔다. 그녀가 얼굴을 닦는 동안, 거실 소파 옆 낮은 탁자 위에 새 로프 두 묶음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무늬 없는 삼베. 배낭의 끈보다 조금 더 옅은 색.

"만져 볼래요?"

미경이 로프를 집어 코에 가져갔다. 섬유 냄새, 아직 사람의 손이 덜 탄 냄새. 그녀는 그것을 손목에 한 바퀴 느슨히 감아 보았다.

"가렵지는 않네."

"풀어서 한 시간 문질렀습니다. 거칠면 안 되니까."

남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미경이 그를 보았다. 예순둘의 남자가 긴장하면 귀 뒤가 붉어졌다. 산에서는 보이지 않던 자리였다.

그들은 차를 먼저 마셨다. 보리차. 남우가 종이 한 장을 탁자에 올렸다. 연필로 그린 그림. 기둥 매듭, 손목의 고리, 가슴을 지나지 않는 선.

"오늘은 이만큼만 하겠습니다. 손목, 그리고 앞가슴을 너무 조이지 않는 선. 손 저리면 바로 말해요. 색깔로 할까요. 노랑이면 조금 불편, 빨가면 당장 풀고."

"말로 할게요. 노랑, 빨강. 그거면 돼요."

"참기 없습니다. 미경 씨가 참으면 내가 모릅니다."

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브라와 속옷까지. 오십팔의 몸이 늦은 오후 빗빛 아래 서 있었다. 남우는 그 몸을 물건처럼 보지 않았다. 산의 능선을 보듯, 어디에 힘이 있고 어디에 쉬어야 하는지를 보았다. 무릎 안쪽의 옅은 혈관, 아랫배의 부드러운 접힘, 젖꼭지의 어두운 갈색. 그는 로프를 집어 손에서 한 번 더 풀어 주었다.

"팔 앞으로."

미경이 두 팔을 모았다. 남우의 손이 떨렸다. 첫 고리가 너무 느슨했다. 다시 풀었다. 두 번째에서 로프가 손목의 뼈 위를 지나며 자리를 잡았다. 삼십 년의 공백이 손가락 마디에서 우물쭈물했다. 그는 혀를 깨물듯 숨을 들이쉬고, 매듭의 방향을 수첩의 기억대로 꺾었다. 세 번째에야 고리가 손목을 아프게 하지 않고 고정되었다.

"어때요."

"이상해요. 나쁜 이상이 아니라. 내 손이 내 손이 아닌 것 같아서."

남우는 남은 로프로 그녀의 팔뚝을 두 바퀴 더 감았다. 간격이 고르지 않았다. 한쪽이 더 빽빽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풀고, 다시 감았다. 미경이 그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서툴러도 돼요. 나는 처음이고, 남우 씨는 삼십 년 만이잖아요."

그 말이 손을 놓게 하지 않고, 손을 천천히 만들었다. 가슴 위로 로프를 가져갈 때 남우는 유두를 피했다. 쇄골 아래, 가슴의 밑선, 등 뒤로 넘겨 다시 앞으로. 하네스라고 부르기엔 소박한 십자였다. 그러나 로프가 미경의 가슴을 아래서 받치자, 그 무게가 달라 보였다. 유두가 공기 중에 스스로 일어섰다.

미경의 숨이 바뀌었다. 남우가 물었다.

"노랑?"

"아니. 그냥... 숨이 여기로 와요."

그녀는 손목이 묶인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이 허공에서 서로를 찾다 말았다. 남우가 무릎을 꿇고 매듭의 여유를 한 손가락 넣어 보았다. 들어갔다. 그는 그제야 그녀의 발목을 만지지 않은 채로, 얼굴을 들어 미경을 보았다.

눈이 젖어 있었다. 울음은 아니었다. 물이 고인 늦은 봄의 땅 같았다.

"왜."

"붙잡혀 있어요. 내가 원해서. 이 나이가 돼서 이런 걸 원해도 되는구나 싶어서."

남우는 일어서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로프 사이로 손바닥을 넣어, 뛰는 가슴을 감쌌다. 미경이 그의 입술을 찾았다. 키스가 깊어지자 묶인 손이 그의 허리춤을 더듬었다. 닿지 않았다. 닿지 않는 것이 그녀를 더 열었다. 남우가 손가락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넣었을 때, 이미 젖은 살이 손가락을 삼켰다.

"여기, 이렇게 많이."

남우의 말이 숨에 섞였다. 그는 음핵을 손가락의 배로 문질렀다. 미경의 무릎이 접혔다. 남우가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묶인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가슴이 로프에 의해 모아진 채 그의 입 앞에 왔다. 혀가 유두를 돌리자 미경이 소리를 냈다. 참지 않은 소리. 남우는 다른 쪽도 똑같이, 천천히, 이빨을 조금만 사용했다.

손가락 두 개가 안으로 들어갔다. 미경의 안은 뜨거웠고, 로프가 손목을 누를 때마다 더 조여 왔다. 남우가 그 조임을 손가락으로 받았다. 엄지는 바깥의 작은 핵을 원을 그리며 눌렀다. 미경의 허리가 떠올랐다. 절정이 빠르게 왔다. 너무 빨라서 그녀가 당황한 눈으로 남우를 보았고, 그 눈 위로 또 한 번의 수축이 이어졌다. 액이 그의 손바닥을 적셨다.

남우는 옷을 벗었다. 발기는 이미 아팠다. 콘돔을 씌우는 손이 로프 때문에 더 서툴렀다. 미경이 묶인 손으로 그의 것을 한 번 쓰다듬고, 다리를 벌렸다. 소파에서 삽입하는 각도는 깊었다. 남우가 천천히 넣자 미경의 숨이 로프와 함께 올라왔다. 가슴의 십자가가 그의 가슴털에 스쳤다.

"움직여 봐요. 내가 못 안아도."

미경의 부탁이었다. 남우는 허리를 밀었다. 빠졌다가, 끝까지, 다시. 로프가 그녀의 숨을 조금 얕게 만들었다. 그는 매듭을 확인하며 속도를 낮췄다. 낮춘 만큼 마찰이 분명해졌다. 미경의 발뒤꿈치가 그의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남우의 치골이 로프와 살 사이에서 음핵을 눌렀다. 그녀가 다시 떨기 시작했다.

"남우 씨, 풀어지지는... 아, 거기."

풀어지지 않았다. 매듭은 서툴렀으나 버티고 있었다. 남우가 그녀의 묶인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고, 허리를 짧게 쳐 올렸다. 미경이 울음 섞인 신음으로 다시 왔다. 안이 그를 리듬으로 쥐었다. 남우는 그 리듬의 한가운데서 사정했다. 시야가 잠깐 하얘졌다. 그는 무너지듯 그녀의 옆에 얼굴을 붙이고, 바로 손목의 고리부터 풀었다.

로프가 미끄러져 내렸다. 손목에 옅은 분홍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남우는 그 자리를 두 손으로 감싸 문질렀다. 문지르고, 입을 맞추고, 손가락을 굽혔다 펴 보라고 했다. 미경이 손가락을 펴며 웃었다. 웃음이 울음에 닿아 있었다.

"저려요?"

"안 저려요. 따뜻해요. 남우 씨 손이 더."

그는 가슴의 로프도 풀었다. 섬유가 남긴 격자 무늬가 오십팔의 피부에 잠시 남아 있다가, 빗빛 속에서 천천히 옅어졌다. 남우가 담요를 가져왔다. 미경을 감싸고, 물을 따라 주고, 자신의 손을 보여 주었다. 손바닥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더 서툴렀습니다."

"서툰 게 보였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능숙한 사람이 나를 다루는 게 아니라, 남우 씨가 나를 묶는 거니까."

두 사람은 소파에 기대 빗소리를 들었다. 미경이 남우의 무릎 위에 풀린 로프를 올려 놓고 감아 주었다. 감는 손이 서툴렀다. 남우가 그 손을 도와 타래를 만들었다. 거실에 삼베 냄새가 남았다. 밥 냄새도, 산 냄새도 아닌, 오늘만의 냄새.

저녁이 되기 전 미경이 말했다.

"다음에도 비 오면 할까요."

"비 안 와도 됩니다. 다만 오늘은 여기까지가 맞았어요. 내 손도, 미경 씨 숨도."

"알아요. 욕심내면 산에서도 미끄러지잖아요."

남우가 그녀의 손목 자국에 다시 입을 맞췄다. 분홍이 이미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그 사라짐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남는 것보다, 다시 묶을 수 있다는 쪽이 더 가까웠다.

창밖의 비가 가늘어졌다. 청계산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도 산은 젖어 있었고, 두 사람의 몸은 산에서보다 더 천천히, 그러나 더 깊이, 같은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