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의 온기

첫 매듭 이후 두 사람은 더 자주 만났다. 산행이 있는 주말에도, 없는 수요일에도. 남우의 현관에 미경의 슬리퍼가 자리를 잡았고, 양재의 죽은 화분 옆에는 남우가 사 온 숙근 제라늄이 새로 앉았다. 물은 미경이 주었다. 죽이지 않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로프는 서랍에서 나와 낮은 선반으로 옮겼다. 감을 줄 아는 타래가 세 개가 되었다. 남우의 손이 조금씩 기억을 되찾았다. 손목의 고리는 한 번에 자리를 잡았고, 가슴의 선은 등 뒤에서 교차해도 어긋나지 않았다. 미경은 그 능숙함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첫날의 서툼을 가끔 그리워했다.

오월의 끝, 비가 내리지 않는 목요일이었다. 남우가 물었다.

"비 안 와도 됩니까."

"돼요. 비는 핑계였으니까."

그날 남우는 미경을 바닥에 앉히지 않고, 창가에 세웠다. 커튼은 내리지 않았다. 과천의 열 층, 마주 보는 동은 비스듬했다. 그래도 그는 물었다. "보여도 괜찮아요?" 미경이 짧게 웃었다. "누가 봐. 우리 나이의 벗은 몸을 누가 그렇게까지." 그 웃음 안에 체념이 아니라 자유가 있었다.

로프는 손목에서 시작해 팔 안쪽을 타고, 가슴 밑선을 받친 뒤 허리에서 매듭이 되었다. 남우가 무릎을 꿇고 발목까지 내렸을 때 미경이 말했다.

"노랑. 무릎이, 오래 서 있으면."

그는 바로 의자를 가져왔다. 미경을 앉히고, 발목의 로프는 풀었다. 무릎을 존중하는 묶음. 산에서의 습관이 침실로 들어온 것이었다. 미경이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묶인 손으로 볼을 쓸었다.

"그거면 충분해요. 발까지는 다음에."

남우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로프에 묶인 채로 열리는 살의 냄새가 깊었다. 혀를 넣었다. 미경의 숨이 창유리에 김을 서렸다. 그가 음핵을 입술로 감싸 빨자 그녀의 허벅지가 그의 귀를 조였다. 조임이 곧 말이었다. 남우는 그 말을 듣고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같은 자리, 같은 넓이. 미경이 의자 위에서 떨며 왔다. 액이 턱을 타고 내렸다. 남우는 그것을 닦지 않은 채로 일어나, 콘돔을 찢었다.

삽입은 의자에서 이루어졌다. 미경의 묶인 손이 그의 목덜미에 걸렸다. 로프가 목과 손 사이에서 짧아 그를 당겼다. 남우가 허리를 밀어 넣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로프 안에서 출렁였다. 유두가 그의 혀 높이에 있어, 그는 넣으면서 동시에 물었다. 미경의 안이 크게 수축했다.

"깊이... 더."

더 넣었다. 의자가 조금씩 창 쪽으로 밀렸다. 유리에 미경의 어깨가 닿았다. 차가움에 그녀가 몸을 움츠리자 안이 더 조여, 남우가 낮게 신음했다. 그는 한 손을 로프 매듭 아래, 그녀의 음핵 위에 넣었다. 손가락이 젖은 핵을 문지르는 동안 허리는 짧고 깊게 쳤다. 미경이 그의 어깨에 이빨을 남기며 두 번째로 왔다. 남우는 그 이빨의 아픔을 따라 사정했다. 오래. 허리가 저절로 몇 번 더 밀렸다.

풀 때는 언제나 손목부터였다. 문지르고, 물을 주고, 담요. 미경이 그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말했다.

"남우 씨는 리거네요."

"그 말은 처음 듣습니다."

"나도 책에서 봤어요. 바니는 나인가. 토끼. 이상하지. 오십팔 먹은 토끼."

"안 이상합니다. 산에서 느린발이라고 하잖아요. 이름이란 그런 겁니다. 늦어도, 그 이름으로 걷고요."

미경이 그의 손가락을 잡아 자신의 입술에 가져갔다. 삼베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손가락. 그녀는 그 마디를 하나씩 물듯 키스했다. 남우의 것이 천천히 다시 반응했다. 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침대로 옮겨, 로프 없이 서로를 더 만졌다. 미경이 그의 것을 입에 넣었다. 깊이 삼키지 못하고 혀와 손으로 귀두를 감쌌다. 남우는 그녀의 짧은 머리를 쓸며 허리를 올리지 않았다. 참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녀가 입을 떼고 올라타 다시 그를 넣었을 때, 콘돔 너머로도 열기가 선명했다. 미경이 스스로 허리를 원으로 움직였다. 가슴이 그의 손 안에서 무게로 남았다. 절정은 전보다 조용했다. 입을 맞춘 채로, 숨만 나누며.

그 주 토요일이 산행이었다. 청계산, 같은 능선. 회원들 앞에서 두 사람은 물통을 주고받았다. 남우의 팔꿈치가 필요해지지 않도록 미경의 발이 조심스러웠다. 점심 때 김 대리가 말했다.

"요즘 두 분 발맞춰 잘 맞으시네요."

미경이 계란을 건네며 웃기만 했다. 남우는 귤 껍질을 길게 벗겼다. 산 위에서는 로프 이야기가 없었다. 대신 흙냄새와 새잎, 누군가의 무릎 파스 냄새. 하산길에 미경이 작게 말했다.

"손목, 아직 따뜻해요."

남우가 앞을 보며 대답했다.

"로프는 집에 있습니다. 여긴 물만."

그날 저녁 양재에서 밥을 먹었다. 제라늄이 새잎을 올리고 있었다. 미경의 아들이 전화했다. 남우는 베란다로 나갔다. 유리 너머로 미경의 입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밥 먹었냐는 질문, 짧은 대답, 엄마라는 호칭. 전화가 끝난 뒤 그녀가 문을 열었다.

"아직 말 안 했어요. 누구 만난다고."

"안 해도 됩니다. 급할 것 없고요."

"남우 씨는 딸에게 말했어요?"

남우는 고개를 저었다. 인천의 딸은 바쁘고, 손주 사진만 가끔 보내왔다. 아빠 잘 지내시죠. 그 문장에 다른 사람을 끼워 넣을 자리가 아직 없어 보였다.

밤의 잠자리는 로프 없이 깊었다. 미경이 남우의 등 뒤에 붙어 그의 배를 감쌌다. 희어진 가슴털, 나온 배, 파스 자국의 희미한 네모. 그녀는 그 네모를 쓰다듬었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거죠?"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내려가면 됩니다. 지금은 능선 위입니다. 시야가 좋아요."

미경이 그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남우는 그녀의 손목을 뒤로 가져와, 자기 손 안에 넣었다. 묶지 않은 손. 그러나 잡혀 있는 손. 미경의 숨이 그의 등 뒤에서 길어졌다.

늦은 봄이 여름의 문턱을 넘기 전이었다. 비는 자주 오지 않아도, 두 사람의 집 안에서는 늘 어딘가에 마른 로프가 빗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은 초조가 아니었다. 다음 매듭이 어디에 놓일지 아는 사람의, 느린 보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