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여보고 싶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주말을 산과 과천의 집 사이에 나누었다. 북한산 둘레길에서는 회원들 앞에서 한 뼘을 유지했고, 현관 문을 닫은 뒤에는 그 한 뼘을 거두었다. 남우는 이불 커버를 연회색에서 옅은 초록으로 바꿨다. 미경이 웃으며 말했다. "산이 들어왔네요."

잠자리는 매번 조금 더 익숙해졌다. 남우의 입술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이 먼저 떨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경의 손은 그의 것이 완전히 굳기 전에 귀두 아래를 엄지로 문지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십대 후반과 육십대 초반의 몸은 폭우처럼 덮치지 않았다. 대신 비가 스미듯, 같은 자리를 여러 번 적셨다.

어느 밤, 일이 끝난 뒤에도 미경은 바로 옷을 입지 않았다. 남우의 팔 위에서 천장을 보다가, 그의 손가락을 집어 자신의 손목에 둘렀다. 한 바퀴. 두 바퀴가 되지 않는 굵기. 남우의 손가락이 맥박 위에서 멈췄다.

"왜 이러십니까."

"그냥. 잡혀 있는 느낌이 나서."

목소리는 평소보다 작았다. 남우는 손가락을 더 조이지 않았다. 그러나 빼지도 않았다. 미경이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 늦은 봄의 밤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과천의 가로등이 빗줄기 안에서 길게 늘어졌다.

일주일 뒤, 미경의 집이었다. 양재의 작은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이 세 개, 그중 하나가 말라 있었다. 남우가 물을 주겠다고 하자 미경이 말렸다. "이미 죽은 거예요. 그냥 두어요." 죽은 화분을 바로 버리지 않는 사람의 부엌은 깨끗했다. 그녀는 된장찌개를 끓였고, 남우는 밥을 떴다. 그 단순함이 둘 다에게 과했다. 과해서, 식사가 끝난 뒤 설거지를 나누는 동안 말이 없었다.

이불은 남우의 집보다 따뜻했다. 미경이 위에 올라 그의 것을 안에 넣기 전, 그의 두 손을 베개 위로 올려 놓고 자신의 손으로 눌렀다. 장난처럼 보이지 않았다. 남우가 그대로 있자, 그녀는 허리를 낮추며 신음했고, 그의 손목을 더 세게 눌렀다. 절정이 왔을 때 미경의 손톱이 그의 맥박을 아팠다.

불을 끄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남우 씨."

"네."

"이상한 말일 수도 있어요."

"산에서도 이상한 말은 없었습니다."

미경이 웃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바닥을 펼쳐, 자기 두 손목을 그 위에 나란히 올렸다. 힘줄, 나이의 점, 예전에 시계를 차던 자리.

"묶여보고 싶어요."

남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경의 귀가 붉어졌다. 그녀는 손목을 거두려 했다. 남우가 그 손목을 덮었다.

"왜."

질문은 거절이 아니었다. 미경은 조금 오래 침을 삼켰다.

"그 사람하고 살 때, 나는 늘 단정해야 했어요. 교사였고, 엄마였고, 바지 주름이 곧은 사람이었죠. 누가 나를 붙잡아 준 적은 없어요. 붙잡히는 것도 내가 허락한 적은 없고. 그런데 지난번, 남우 씨가 손목을 쥐었을 때... 몸이 먼저 대답하더라고요. 부끄러운 줄 알면서."

남우는 천장 쪽을 보았다. 양재의 천장은 과천보다 낮았다. 삼십 년 전의 공기가 그 낮은 천장 밑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삼십 대 초반, 아직 결혼 전이던 어느 겨울. 직장 선배가 데려간 이태원의 좁은 방. 삼베 로프의 냄새, 손바닥에 남은 섬유 가루, 매듭이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고도 고정할 수 있다는 이상한 배움. 그 방은 오래지 않아 사라졌고, 남우는 결혼했고, 로프는 장롱 위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이사를 세 번 하면서도 그 상자는 버리지 않았다. 버리려는 마음이 번번이 상자 뚜껑에서 멈췄다.

"저, 할 줄 압니다."

미경이 그를 보았다.

"묶는 거요."

"오래전에. 삼십 년은 됐을 겁니다. 지금은 손도 기억 못 할 거예요. 로프도 삭았을 거고."

"그래도요?"

남우는 그녀의 손목에서 엄지를 움직여, 맥박이 있는 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그래도, 배우고 싶었던 사람이 있으면 다시 켤 수는 있겠죠. 불씨 같은 거. 완전히 꺼지진 않더라고요."

미경의 눈이 젖는 것 같았으나, 눈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넣었다.

"아프게는 싫어요."

"아프게 안 합니다. 묶는 건 가두는 게 아닙니다. 붙잡아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남우 씨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젊을 때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경 씨 얼굴을 보면 압니다."

그 밤에는 더 이상 로프 없이, 그저 서로를 안았다. 남우의 발기는 다시 왔으나 그들은 급하게 쓰지 않았다. 미경이 다리를 열어 그를 맞이했을 때, 남우는 그녀의 두 손목을 머리 위로 모으고 한 손으로 가늘게 쥐었다. 힘주지 않은 손. 그러나 분명한 손. 미경의 안이 그 순간에 더 열렸다. 물소리처럼. 남우가 허리를 밀어 넣으며 그녀의 귓전에 말했다.

"이렇게, 우선은."

"네. 이렇게요."

삽입의 깊이가 바뀔 때마다 미경의 손목이 그의 손 안에서 움직이려다 멈췄다. 멈춤이 곧 허락이었다. 남우는 그 허락을 밀어 넣듯, 치골이 그녀의 음핵을 스칠 각도로 낮게, 반복해서 넣었다. 미경이 먼저 몸이 떨렸다. 허벅지가 그의 옆구리를 조였고, 조인 채로 길게 수축했다. 남우는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따라갔다. 사정이 콘돔을 채울 때 그는 그녀의 손바닥 안에 자신의 이마를 묻었다.

새벽 가까운 시간에 미경이 물었다.

"로프는 어디에 있어요."

"과천. 장롱 위. 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열면 냄새부터 날 거예요. 삼베."

"새것으로 해요. 낡은 건... 낡은 사람의 손을 타는 것 같아서."

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경이 덧붙였다.

"나는 낡은 사람이지만, 이 일은 새것이니까요."

그 문장이 방 안에 오래 남았다. 남우는 그녀의 어깨를 덮은 이불을 올려 주며 말했다.

"새 로프, 내가 삽니다. 미경 씨가 색깔 고를래요."

"무늬 없는 거. 너무 예쁜 건 싫어요. 등산 배낭처럼."

남우가 낮게 웃었다. 미경이 그 웃음에 얼굴을 묻었다. 양재의 밤비가 창을 적셨다. 죽은 화분은 베란다에서 비를 맞았고, 산 사람은 이불 속에서 서로의 손목을 느슨히 걸고 있었다.

다음 날 남우는 혼자 동대문 근처의 작은 가게를 찾았다. 간판이 작았다. 로프, 하네스, 가죽. 주인은 그의 나이를 보고도 묻지 않았다. 남우가 말했다. "육밀리, 삼베, 팔 미터 두 묶음. 부드러운 것으로." 주인은 로프를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섬유가 손금을 간질였다. 삼십 년 전의 감이 손끝에서 잠깐 고개를 들었다.

집에 돌아와 장롱 위 상자를 내렸다. 뚜껑을 열자 오래된 삼베 냄새가 났다. 매듭이 풀린 채 감겨 있는 로프, 빛바랜 수첩, 연필로 그린 기둥 매듭의 그림. 남우는 수첩만 남기고 삭은 로프는 버렸다. 베란다의 늦은 봄빛 아래서 새 로프를 풀어, 한 가닥씩 손으로 쓸었다. 섬유가 열렸다. 그는 허공에 고리를 만들어 보았다. 한 번 실패하고, 두 번째에 고리가 자리 잡았다.

휴대폰을 집어 미경에게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짧은 문장만 보냈다.

'로프 왔습니다. 다음 비 오는 날, 산에서 내려와 집 있을게요.'

미경의 답이 곧 왔다.

'비 기다릴게요. 그 전까지는 산. 산에서는 그냥 물통 아저씨로 있을게요.'

남우는 로프를 다시 감아 서랍에 넣었다. 손목이 살짝 저렸다. 나이의 저림인지, 기억의 저림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철쭉은 이미 져 있었고, 대신 비가 올 구름이 청계산 너머로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