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이

수요일 훈련은 평범했다. 스크럼, 라인아웃, 컨택. 태구는 콜을 재현에게 넘겼고, 재현은 그 콜을 정확하게 처리했다. 민재가 "오 오늘 호흡 좋네"라고 했을 때 둘은 동시에 어깨를 으쓱했다. 호흡이 좋은 게 아니라, 다른 경기를 앞두고 몸을 아껴둔 것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빠졌다. 민재가 마지막까지 남아 떠들다, 태구가 "불 내가 끌게"라고 해서야 나갔다. 문이 닫혔다. 라커룸의 형광등 하나가 깜빡였다. 샤워 쪽 물이 완전히 멈추지 않아 타일로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처럼 반복됐다.

재현이 벤치에 앉았다. 유니폼은 반만 벗은 상태였다. 태구는 문을 잠갔다. 잠그는 소리가 둘 사이에 짧고 분명했다.

한참을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태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장이라서가 아니라, 지난 버스에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재현아. 나 오늘 너 안에 들어가고 싶어."

재현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바로 받아치지 않았다. 받아치는 게 습관인데, 오늘은 습관을 끊으려는 얼굴이었다.

"나는."

멈추고, 다시 말했다.

"나는 형이 무릎 꿇는 거 보고 싶었어. 근데 그것도 맞고, 형이 나 밀어붙이는 것도 맞아. 점수 없이 말하니까 둘 다 나와."

태구가 다가가 재현의 앞에 앉았다. 무릎이 재현의 무릎에 닿았다.

"둘 다 되면 안 되냐."

"규칙이 한 명만 하게 돼 있잖아."

"규칙은 장난이었어. 원래."

"장난이 습관 되면 법이야, 형."

태구가 웃었다. 라커룸에서 내는, 작고 쉰 웃음.

"그럼 오늘 법 위반하자. 네가 먼저 하고, 내가 하고. 아니면 반대로. 물어보면서."

재현이 태구의 턱을 잡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긴 날의 손과 달랐다.

"형. 지금 내 무릎 앞에 내려올래?"

태구가 내려왔다. 명령이 아니라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차이가 무릎 바닥의 차가운 타일보다 먼저 느껴졌다. 재현이 반바지를 내리자 이미 선 것이 태구의 입술에 닿았다. 태구가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렇게?"

"그렇게. 천천히. 내가 머리 잡으면 그때 깊게."

태구가 입을 열었다. 혀로 밑에서부터 올리며 삼켰다. 재현의 숨이 흔들렸다. 재현의 손이 태구의 머리에 올라갔다가, 잡지 않고 쓰다듬기만 했다. 쓰다듬다가 태구가 스스로 깊게 삼키자 그때야 손가락이 엉켰다.

"좋아, 형. 존나 좋아. 빼지 마."

태구는 빼지 않았다. 침이 턱으로 흘렀다. 재현이 허리를 밀 때마다 태구의 코가 재현의 배에 닿았다. 이 자세는 진 날과 같았고, 이유는 달랐다. 져서가 아니라, 원해서.

재현이 빠지라고 살짝 당겼다. 태구의 입술이 떨어지며 줄이 길게 늘어졌다.

"형 일어나. 나 아직 안 쌀 거야. 형 하고 싶은 거 해."

태구가 일어서며 재현을 라커에 붙였다. 금속이 등에 닿는 소리. 태구가 재현의 귓가에 물었다.

"손 올려도 돼?"

"올려. 머리 위. 오늘은 네가 물어봐서 더 야하다, 씨발."

재현의 손이 선반을 잡았다. 태구는 그 옆구리를 혀로 훑고,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두 대 쳤다. 세기 전에 물었다.

"이거, 괜찮아?"

"괜찮아. 세 대만. 많이 말고. 오늘은 맞고 싶어서가 아니라 형 손 느끼고 싶어서."

세 대가 내려앉았다. 태구가 그 자리를 입으로 문 다음, 루브를 묻힌 손가락을 안으로 넣었다. 재현이 라커에 이마를 기댔다. 한 마디, 두 마디. 태구가 그 지점을 눌렀을 때 재현이 먼저 말했다.

"넣어. 형 거. 지금."

태구가 콘돔을 찢으며 한 번 더 물었다.

"나 들어가면, 너는 나중에 들어올 거지."

"들어올게. 형 열어둬."

태구가 재현의 허리를 잡고 밀어 넣었다. 규칙 없이 들어가는 감각은, 이긴 날보다 느렸다. 빼지 않고 안쪽에서 고개만 묻듯 움직였다. 재현의 것이 라커 문에 가끔 부딪쳤다. 태구가 그걸 손으로 감싸 쥐며 허리를 맞췄다.

"재현아."

"응."

"좋아. 너 이 각도 좋아하잖아."

"형이 기억하냐."

"주장인데. 선수 습관은 알지."

재현이 웃다가 신음으로 바뀌었다. 태구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재현이 "더"라고 했고, 태구가 더 했다. 재현이 "잠깐"이라고 했을 때 태구는 진짜로 멈췄다. 이긴 날엔 가끔 무시하고 밀어붙였던 잠깐을, 오늘은 지켰다.

"왜."

"나 쌀 것 같아서. 아직 형한테 안 들어갔잖아."

태구가 천천히 빠졌다. 빈자리가 허전하다고 재현이 엉덩이를 뒤로 밀었다. 태구가 그 허전한 입구에 키스하고, 자리를 바꿨다.

벤치. 태구가 스스로 엎드렸다. 주장이 먼저 자세를 잡는 건 진 날에도 잘 없던 장면이었다. 재현이 뒤에서 태구의 목덜미를 쓸며 물었다.

"형, 나 넣어도 돼?"

"돼. 깊게. 네가 하고 싶다고 했잖아."

"하고 싶어. 형이 물어봐줘서 더."

재현의 손가락이 태구를 열었다. 태구의 숨이 벤치 나무결 사이로 새었다. 재현이 들어가던 순간 태구가 이름을 불렀다. 주장의 낮은 목소리로, 점수 없이.

허리가 움직였다. 재현은 태구의 손을 뒤로 모아 잡지 않았다. 대신 태구의 손가락 사이를 끼워 벤치를 같이 잡았다. 스크럼처럼. 그러나 밀어붙이는 스크럼이 아니라, 버티는 스크럼.

"형 조여. 씨발, 너무 좋아."

"너도. 더 해. 거기."

재현이 전립선을 스치는 각도로 바꿨다. 태구의 것이 벤치와 배 사이에서 미끄러졌다. 재현이 손을 내려 쥐었다. 태구가 "싸도 돼?"라고 물었고, 재현이 "싸. 나도 갈게"라고 했다.

태구가 먼저 손 안에서 터졌다. 조임이 재현을 끌어당겨, 재현도 깊이 박은 채로 허리를 떨었다. 둘의 숨이 같은 박자로 깨졌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물방울 소리가 다시 규칙처럼 들렸다.

재현이 빠지고, 태구의 등 위에 이마를 붙였다. 땀이 등골로 흘렀다.

"형."

"응."

"규칙 없는 거, 더 무섭다."

"왜."

"이기면 형이 원한다고 생각해도 됐거든. 지면 내가 원한다고 생각해도 됐고. 지금은 그냥, 내가 원하는 게 맞나 계속 확인해야 돼."

태구가 몸을 돌려 재현의 얼굴을 마주 봤다. 라커룸 불빛 아래서 재현의 눈은 경기 때보다 어려 보였다.

"그래서 물어보는 거지. 확인이 무섭면, 확인하면서 하는 거야."

재현이 짧게 입을 맞췄다. 혀는 넣지 않았다. 그냥 입술.

"형. 나 형 좋아해. 이긴 날이든 진 날이든."

"나도. 무승부든."

둘은 샤워를 같이 했다. 칸을 나누지 않았다. 태구가 재현의 손목에 남아 있던 테이프 자국에 비누를 묻혀 문질렀다. 재현이 태구의 어깨에 남은 스크럼 자국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나가는 길에 태구가 불을 끄며 말했다.

"규칙은 남겨도 돼. 장난은 장난대로 재밌으니까. 대신 장난 전에 한 번만 묻자."

재현이 가방 스트랩을 어깨에 걸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주장."

그 호칭이 예전처럼 야했지만, 오늘은 야한 위에 대답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알겠어. 물어봐서,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