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휘슬까지

다음 토요일, 흑돈은 이십칠 대 이십육으로 이겼다. 한 점. 재현의 마지막 트라이와 태구의 컨버전이 끝까지 갔다. 킥이 들어갈 때 태구는 평소처럼 손을 들지 않고, 먼저 재현을 찾았다. 재현이 코너에서 달려와 태구의 가슴에 이마를 들이받았다.

"형 킥, 개쩔었어."

"너가 넣어줘서 찬 거야."

민재가 둘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사랑한다 흑돈! 주장 오늘 사람이냐 기계냐!"

라커룸은 이긴 날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맥주 대신 이온음료가 뿌려졌다. 감독이 다음 주 원정을 공지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갔다. 민재가 문을 열다 말고 태구와 재현을 봤다.

"또 테이핑이냐."

"손목."

"오케이. 오늘은 안 물어본다. 이겼으니까. 근데 너희 둘, 팀 분위기 망치지 않을 정도만 해. 나는 눈 있어도 입은 있거든."

문이 닫혔다. 그 말이 위협인지 허락인지, 둘은 굳이 분석하지 않았다. 성적이 입을 막는다는 태구의 전술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아주 맞는 것도 아니었고.

형광등이 깜빡였다. 태구가 재현의 앞에 서서, 이긴 날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예전처럼 밀어붙이지 않았다.

"재현아. 오늘 내가 해도 돼?"

재현이 유니폼 밑단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돼. 나도 하고 싶긴 한데, 오늘은 형 킥 보고 받아서 지고 싶었어."

"져주고 싶은 거랑 지고 싶은 건 다르다."

"알아. 그래서 말하는 거야. 받아주고 싶어. 형 손 머리 위에 올려. 물어봤으니까 세게 해도 돼."

태구가 재현을 라커에 붙였다. 손이 선반으로 올라갔다. 태구는 목덜미를 핥고, 엉덩이를 세 대 치고, 매번 그 자리를 쓰다듬었다. 재현의 것이 허벅지 사이로 섰다. 태구가 무릎 꿇고 물었다.

"입, 어디까지?"

"깊게. 싸기 전에 빼. 안에 넣고 같이 가고 싶어."

태구가 삼켰다. 이긴 날의 입이지만, 속도는 재현의 숨에 맞췄다. 재현이 "빼"라고 했을 때 바로 뺐다. 루브와 콘돔. 손가락 두 개. 재현이 "됐어, 넣어"라고 하기 전에 태구가 한 번 더 물었다.

"넣어?"

"넣으라고, 주장."

들어가는 각도가 깊었다. 라커가 달그락거렸다. 태구가 재현의 허리를 잡고 밀 때마다 재현이 짧게 받았다. 더, 거기, 좋아. 질문의 잔여물이 신음이 됐다. 태구가 재현의 것을 쥐고 허리를 맞추다, 재현의 손이 선반에서 내려와 태구의 뒷목을 잡았다.

"형, 나 갈 것 같아."

"가. 나도."

재현이 라커 문에 정액을 뿌렸다. 조임이 태구를 끌어당겨, 태구도 깊이 박고 사정했다. 둘은 그 자세로 숨을 고르다 웃었다. 이긴 날의 웃음이었다. 그런데 웃음 속에 무승부 때의 안도가 섞여 있었다.

샤워를 하고, 불을 끄기 전에 재현이 태구의 손목을 잡았다.

"형. 다음 경기 지면, 내가 먼저 물을게. 무릎이든 각도든."

"지면 내가 대답할게. 이기고 싶지만."

"이기고 싶은 이유, 이제 점수만이 아니지."

"원래부터 아니었어. 우리가 점수인 척한 거지."

밖으로 나오니 운동장 조명이 꺼지고 있었다. 잔디 냄새가 라커룸 냄새 위로 덮였다. 태구가 재현의 가방 스트랩을 제자리에 올려주며 말했다.

"민재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새끼 원래 그래. 스크럼하프는 다 알고도 공을 늦게 빼."

"우리가 팀에서 숨는 거, 조금만 더 하자. 숨는 게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아직 우리 경기라서."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대신 형 원룸은 우리 집이라고 부르게 해줘. 숨기는 거랑 없는 척하는 건 다르니까."

"우리 집이다. 양말은 네가 계속 빨아."

"그 규칙이 승패 규칙보다 불공평해."

"불공평한 건 네가 동의해 줬잖아."

버스 정류장까지 나란히 걸었다. 손을 잡지는 않았다. 클리트가 가방 안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발걸음 사이에 났다. 태구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재현아."

"응."

"나 너 좋아해. 이긴 날에도, 진 날에도, 비긴 날에도. 주장으로서가 아니라."

재현이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창피한 척하는 휘파람이었다.

"나도. 윙으로서가 아니라. 그리고 형, 그 말 버스 오기 전에 해서 다행이다. 버스에서 하면 나 또 서."

"그래서 지금 한 거야."

"꼼수."

"전술."

버스가 왔다. 둘은 나란히 창가에 앉았다. 이번엔 점퍼를 덮지 않았다. 허벅지가 붙어 있었고, 그걸로 충분했다. 재현이 창에 비친 태구의 얼굴을 보다가 물었다.

"다음 휘슬 울리면, 누가 주도할지는 점수 보고. 그 전에 한 번 묻는 거, 그거 계속하자."

태구가 손가락으로 재현의 무릎을 두 번 두드렸다. 콜사인 같았다.

"계속하자. 규칙보다 질문이 빠르면 질문이 이긴다."

"질문이 이기면 오늘 밤은 누구 거야."

태구가 웃었다.

"집에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버스가 출발했다. 운동장이 뒤로 밀려나고, 시내의 불빛이 창을 지나갔다. 흑돈의 다음 경기는 일주일 뒤였다. 그 일주일 동안에도 승패는 생길 것이고, 무승부도 다시 올 수 있었다. 그래도 라커룸 문은 잠글 수 있고, 무릎은 물을 수 있고, 레드는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

재현이 태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주장은 창밖을 보다가, 기대온 무게만큼 몸을 기울여 받아주었다. 휘슬은 아직이었다. 휘슬 전까지, 둘의 경기는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