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킬 뻔한 밤
규칙은 사생활이었다. 팀 앞에서는 그냥 주장과 날렵한 윙이었다. 태구가 재현의 이름을 부를 때는 전술이었고, 재현이 주장을 부를 때는 장난이었다. 둘 사이에 손이 닿아도, 럭비에서는 원래 손이 닿으니까.
문제는 손이 너무 자연스럽게 닿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수요일 나이트 훈련. 태구가 재현의 손목 테이핑을 감아주는 장면은 원래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민재가 물통을 들고 지나가다 멈춰 섰다.
"둘이 왜 이렇게 잘 하냐. 우리 때는 자기 테이프는 자기가 감았는데."
"신입은 감는 법도 몰라서."
재현이 바로 받았다.
"형 손 더러워서 내가 새로 감으라 했거든."
민재가 "오" 하고 넘어갔다. 태구는 테이프를 끊으며 재현의 맥박이 자신의 손가락 밑에서 뛰는 걸 느꼈다. 그 맥박을 팀원 앞에서 느끼고 있는 게, 경기보다 더 아슬아슬했다.
그날 밤 태구의 원룸에서 재현이 먼저 말했다.
"민재 눈 점점 날카로워져."
"저 새끼 눈은 원래 날카로워. 스크럼하프잖아."
"형이 내 허리 만질 때 내가 소리 낸 거 같애. 훈련 중에."
태구가 맥주캔을 내려놓았다.
"소리 냈어?"
"작게. 근데 작게가 제일 티 나."
둘은 웃었다. 웃고 나서 조용해졌다. 숨기는 일이 처음엔 자극이었다. 라커 뒤에 세우는 것, 샤워 칸에서 입을 막는 것, 회식 중 테이블 밑에서 무릎을 스치는 것. 들키지 않는 스릴이 규칙의 양념이었다.
양념이 메인 요리가 되면 배가 탈 수도 있었다.
금요일, 원정 버스. 재현이 창가에 앉고 태구가 그 옆을 차지했다. 주장이 신입 옆에 앉는 건 자연스러웠다. 전술 이야기한다고 하면 됐다. 태구가 태블릿으로 상대 라인아웃 영상을 보여주는데, 재현의 허벅지가 태구의 허벅지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그 접촉이 더 분명해졌다. 재현의 것이 반바지 안에서 천천히 형태를 드러냈다. 태구가 태블릿으로 그 위를 가렸다.
"야, 참아."
"형이 붙여놓고."
"난 다리 둘 곳 없어서 붙인 거야."
"그럼 떼든가."
태구는 떼지 않았다. 대신 점퍼를 둘의 무릎 위에 덮었다. 어둠 속에서 태구의 손이 재현의 허리밴드로 들어갔다. 손바닥이 뜨거워진 것을 감쌌다. 재현이 숨을 코로만 쉬었다. 앞좌석에서 성호가 코 골고 있었다.
태구는 끝까지 가지 않았다. 일부러 느리게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재현이 거의 허리 들 때 손을 뺐다. 재현이 이를 악물고 태구의 어깨를 때렸다.
"형 진짜 쓰레기야."
"버스에서 싸면 네가 쓰레기지. 참아. 이기고 나서 해."
"지면?"
"지면 네가 이 손 빌려 쓰지. 규칙은 규칙이니까."
그들은 이겼다. 이십이 대 십구, 마지막 킥이 골대를 스치듯 들어갔다. 라커룸이 좁은 학교 체육관이라 칸이 거의 없었다. 태구는 재현의 손목을 잡아끌 공간을 찾지 못했다. 대신 둘은 숙소로 갔다. 2인 1실. 운 좋게, 혹은 태구가 명단을 살짝 만진 덕분에, 같은 방이었다.
문을 닫자마자 재현이 태구를 벽에 밀었다. 이긴 날인데 재현이 먼저 손을 댔다. 태구가 눈썹을 올렸다.
"야, 이긴 날은 내 건데."
"버스에서 형 때문에 하루 종일 섰어. 선불."
"선불은 규칙에 없어."
"그럼 레드 카드 꺼낼래, 그냥 형 입 빌릴래."
태구가 웃으며 내려갔다. 재현의 것을 방에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샤워도 안 한 땀 맛이 혀에 찼다. 재현이 벽을 긁었다. 태구는 이긴 날의 방식으로, 깊이를 자신이 정했다. 거의 목에 닿을 때까지 삼켰다가, 재현의 허리를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싸지 마. 침대에서 할 거니까."
"형…… 지금 막으면 내가 진짜 울어."
"울든가."
태구는 재현을 침대에 던지듯 눕히고 옷을 벗겼다. 원정용 얇은 매트리스가 삐걱거렸다. 태구가 재현의 다리를 어깨에 올리고 손가락으로 열었다. 이긴 날의 느림은 여기까지였다. 준비한 각도로 한 번에 밀어 넣었다. 재현이 베개를 물어 소리를 죽였다. 옆방이 민재였다.
태구는 귀에 입을 붙이고 낮게 말했다.
"조용히. 저 새끼 문 두드리면 전술 회의 중인 거야."
허리는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짧고 빠르게 박혔다. 재현의 것이 둘의 배 사이에 끼어 문질러졌다. 재현이 태구의 등을 긁었다. 이긴 날의 주장은 그 통증도 점수처럼 받았다.
거의 끝날 때 진짜로 문이 두드려졌다.
"야 주장, 맥주 남아서. 열 수 있어?"
둘의 움직임이 멈췄다. 태구는 아직 재현 안에 있었다. 재현의 눈이 하얗게 커졌다. 태구가 재현의 입에 손바닥을 덮고, 있는 힘껏 평온한 목소리를 만들었다.
"나 샤워 중이야. 경기는 내일 아침에 복기하자."
"오케이. 재현이는?"
재현이 태구의 손 아래에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태구가 눈을 흘겼다.
"그 새끼는 이미 기절했어. 오늘 많이 뛰어서."
발소리가 멀어졌다. 태구가 손을 떼자 재현이 숨을 폭발시키듯 내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삽입당한 채로, 들킬 뻔한 채로, 완전히 미친 듯이 웃었다.
"형, 우리 지금 개쓰레기 같은 커플이다."
"알아."
태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깊게, 더 천천히. 문이 다시 두드려질 수도 있다는 긴장 때문에 감각이 배로 예민했다. 재현이 태구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고 사정했다. 배가 미끄러워졌다. 태구도 그 조임 안에서 허리를 밀고 따라갔다.
나중에 불을 끄고 누웠을 때 재현이 천장에 말했다.
"형. 들키면 팀 어떻게 돼."
태구가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
"모르겠어. 아마 민재는 놀리고, 감독은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기분 나빠하겠지. 주장과 선수가 사귀면 라인아웃 콜이 공평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숨기는 거야?"
"숨기는 건, 아직은 우리 둘만의 경기고 싶어서야."
재현이 태구의 가슴에 얼굴을 붙였다. 땀이 식고 있었다.
"형은 주장이야. 팀 먼저지."
"팀 먼저야. 근데 너도 팀이야. 헷갈리게 만들지 마."
재현이 작게 물었다.
"오늘 이긴 거, 형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우리 때문이지. 그게 더 골치야."
창밖으로 원정지의 네온이 들어왔다. 태구는 재현의 손목에 아직 남은 테이프 자국을 문질렀다. 숨기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려워질수록, 규칙의 장난은 장난만으로는 안 남았다. 승패가 단순한 밤의 순서가 아니라, 둘 사이에 말을 아끼는 핑계가 되고 있다는 걸, 태구는 그 밤에 어렴풋이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