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날의 반격

비가 오는 토요일이었다. 흙이 진창이 되고, 스크럼이 미끄러지고, 흑돈은 십이 대 이십사로 졌다. 태구의 판단이 한 박자씩 늦었다. 라인아웃 타이밍을 놓쳤고, 재현에게 공이 가야 할 순간에 태구가 붙잡고 있었다.

휘슬이 울리자 재현은 태구에게 달려오지 않았다. 헬멧을 겨드랑이에 끼고, 빗물을 얼굴에서 훔치며 멀리서 보기만 했다. 그 눈이 말했다. 진 날이다.

라커룸은 조용했다. 진 날의 조용함은 이긴 날의 소음보다 더 컸다. 민재가 "다음에 하자"고 힘없이 말하고, 성호가 수건을 던졌다. 태구는 주장으로서 짧게 말했다.

"내가 라인아웃 망쳤어. 다음 주 훈련 한 시간 더 한다. 불만 있는 놈은 지금 말해."

불만은 없었다. 다들 젖은 채로 나가버렸다. 재현만 남았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유난히 분명했다.

"형."

"알아."

"알아? 뭐를."

태구가 벤치에 앉은 채로 올려다봤다. 재현이 다가와 태구의 두 무릎 사이에 섰다. 비에 젖은 유니폼이 태구의 뺨에 닿았다. 찬 감이 먼저고, 체온이 나중이었다.

"진 날은 내 거. 형이 만든 규칙이잖아."

"내가 만들었어? 네가 그 밤에 우겼지."

"우겼고, 형이 받았고, 지금까지 지켰지. 오늘은 내가 한다."

재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후배의 존댓말이 아니라, 이긴 자의 단문이었다. 태구의 가랑이가 그 목소리만으로 반응했다. 지는 게 이렇게 발기시키는 일인 줄, 시즌 초엔 몰랐다.

재현이 태구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었다.

"무릎."

"야, 여기 바닥 진창이야."

"형이 진창 만든 거잖아. 무릎."

태구가 내려갔다. 주장이 후배 앞에 무릎 꿇는 장면은, 누가 보면 전술 반성회 같았을 것이다. 재현은 반바지를 내렸고, 이미 선 것을 태구의 입술에 갖다 댔다.

"입으로. 이긴 날처럼 잘난 척하지 말고."

태구가 삼켰다. 재현의 것은 가늘고 단단했다. 태구의 것과 달랐다. 재현이 태구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깊이를 재현이 정했다. 태구의 눈이 위로 올라갔다. 재현이 엄지로 그 눈꼬리를 쓸었다.

"형 이런 얼굴, 팀원들 아무도 몰라. 나만 알지."

침이 턱으로 흘렀다. 태구는 주장이 이런 꼴이 되는 게 창피한 줄 알았는데, 창피보다 열이 먼저였다. 재현이 빼고, 귀두를 태구의 혀 위에 올려놓고 멈추었다.

"더 원해?"

태구가 끄덕였다.

"말로."

"……더 원해."

"주장답게 말해."

태구가 잠시 이를 갈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재현아. 형 입 더 써. 부탁한다."

재현이 웃었다. 그 웃음이 잔인하지 않아서, 태구는 더 무너졌다. 재현은 몇 번 더 깊게 밀어 넣었다가 빼며 태구를 세웠다. 벤치에 눕히고, 유니폼을 가슴까지 걷어 올렸다. 태구의 가슴털이 빗물에 젖어 엉겨 있었다. 재현이 젖꼭지를 이빨로 물고 늘였다.

"형 오늘 라인아웃에서 내 타이밍 무시했지."

"했어."

"그래서 졌지."

"그래서 졌어."

"그래서 오늘은 형 엉덩이가 내 거야."

재현이 태구의 다리를 접어 올렸다. 주장이 이런 자세가 되는 건 이긴 날엔 거의 없었다. 재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손가락에 루브를 묻고, 태구의 입구를 동그랗게 문지르다 한 마디를 넣었다. 태구의 허리가 들렸다.

"느려, 임마."

"진 날이니까 느려. 이긴 사람은 서두를 필요 없거든."

두 마디. 세 마디. 재현의 손가락이 태구의 전립선을 정확히 눌렀다. 태구가 욕을 삼키지 못하고 냈다. 재현이 그 소리를 좋아해서,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문질렀다. 태구의 것이 배 위에 맥동했다. 재현은 그걸 쥐지 않았다. 일부러.

"손 안 대. 형 오늘은 나로만 싸."

콘돔을 끼운 재현이 태구의 안에 머리를 밀어 넣었다. 태구가 벤치 가장자리를 잡았다. 재현은 한 번에 다 넣지 않았다. 조금, 멈추고, 조금. 태구가 욕 대신 이름을 불렀다.

"재현…… 다 넣어."

"원하면 더 말해."

"형 한다, 아니 네가 해. 깊게. 제발."

재현이 허리를 밀었다. 태구의 안이 끝까지 열렸다. 벤치가 미끄러워 재현이 태구의 허리띠 구멍에 손가락을 걸어 고정했다. 마치 스크럼 결속처럼. 그때부터는 빠르고 깊었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라커룸 타일에 튀어 올랐다.

태구는 손을 쓰지 못한 채로 사정했다. 정액이 자기 복근 위에 끈적하게 퍼지고, 그 조임에 재현도 허리를 떨며 따라갔다. 재현이 태구의 안에 박힌 채로 앞으로 고꾸라져, 태구의 목에 젖은 이마를 붙였다.

한동안 비만 바깥에서 때렸다.

"형."

"응."

"라인아웃은 다음에 내가 콜할게. 주장이 모든 콜 다 할 필요 없어."

태구가 눈을 떴다. 아직 재현이 안에 있었다. 이 타이밍에 전술 이야기를 하는 후배가, 태구는 싫지 않았다.

"네가 콜하면 내가 창피하냐."

"창피해. 근데 이기는 게 더 중요하잖아."

태구가 재현의 뒷머리를 쓸었다. 진 날의 주도권은 여기까지였다. 섹스는 재현의 것이었고, 팀은 여전히 태구의 것이었는데, 그 경계가 오늘은 조금 흐렸다.

"알겠어. 다음엔 네가 콜해. 대신."

"대신?"

태구가 재현의 엉덩이를 한 대 쳤다. 빠져나가려는 동작에 맞춘 장난이었다.

"이긴 날엔 내가 네 콜까지 다 씹을 거야."

재현이 코로 웃으며 빠졌다. 빈자리가 허전했다. 태구는 그 허전함조차, 진 날의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가치고는 몸이 너무 가벼웠다.

샤워기 물이 찬물로 바뀌어도 두 사람은 한동안 칸을 나누지 않았다. 재현이 태구의 등 뒤에 붙어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형, 져도 존나 섹시하다."

"그 말 민재 앞에서 해봐. 내가 주장직 박탈당한다."

"그럼 라커룸에서만 할게."

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 날의 규칙은, 생각보다 팀의 다음 경기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태구는 다음 주 라인아웃 훈련을 머릿속에서 다시 그렸다. 이기고 싶었다. 이기고 싶어서, 오늘은 무릎을 꿇은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