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의 태클

흑돈 럭비 클럽의 라커룸은 언제나 발 냄새와 소독약과 싸구려 바디워시가 한 데 섞인 냄새였다. 김태구는 그 냄새를 좋아했다. 좋아한다기보다, 익숙했다. 익숙한 건 곧 집 같은 거니까.

문이 열렸다. 유니폼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남자가 들어왔다. 스물일곱이라고 하기엔 턱선이 너무 날카로웠고, 신입이라고 하기엔 눈이 너무 안 죽었다.

"야, 신입. 이름 뭐야."

"박재현입니다. 주장 선배."

태구가 테이프 롤을 던지듯 내밀며 웃었다.

"존댓말 하지 마. 여긴 회사 아니야. 태클할 때 존댓말 하면 내가 더 민망해."

재현이 코로 짧게 웃었다.

"알겠어, 주장."

그 한마디가 걸렸다. 알겠어, 가 아니라 주장. 이름 대신 직함을 부르는 버릇. 태구는 그때는 몰랐다. 그 호칭이 나중에 침대 위에서 얼마나 야하게 들릴지.

첫 연습 경기에서 재현은 태구의 허벅지를 제대로 감아 넘어뜨렸다. 주장이 진흙 바닥에 처박히는 소리에 라커룸까지 함성이 울렸다. 태구는 일어나면서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창피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종류의 충격이었다.

"야 이 새끼, 신입이 주장 태클하냐."

"형이 구멍 열어놓고 뛰길래."

그날 밤 뒷풀이에서 재현은 소주를 물처럼 마셨고, 태구는 옆에서 안주를 밀어주며 자꾸 그 입을 봤다. 입이 거칠었다. 말은 더 거칠었다. 그런데 잔을 받을 때 손가락이 잠깐 닿으면, 그 거침이 전부 거짓처럼 떨렸다.

세 달 뒤, 그들은 시즌 첫 승을 냈다. 재현이 코너 플래그 앞에서 트라이를 넣었다. 태구는 그 등을 숨 막히게 끌어안았고, 라커룸에서 팀원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두 사람은 샤워실 칸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췄다.

물소리가 다 가려줄 거라고 생각했다. 가려주지 않았다. 재현의 숨이 너무 컸다.

"형, 미친 거 아냐."

"너가 먼저 쳐다봤잖아."

"난 태클한 거고."

"그래, 계속 태클해."

첫날 밤은 둘 다 서툴렀다. 태구의 원룸, 세탁 안 한 유니폼이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고, 테이블 위엔 이온음료와 콘돔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재현이 그걸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주장 새끼, 준비성이 경기다."

"꺼져. 네가 허벅지에 멍 든 거 보니까 참을 수가 없더라."

태구가 재현을 침대에 밀어 눕혔다. 재현의 손목을 머리 위로 모으고, 입으로 목덜미의 흙 자국을 핥았다. 경기장 흙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소금 같고, 풀 같고, 남자의 땀 같았다.

"형, 손 놓으면 내가 뒤집어."

"놓기만 해 봐라."

태구는 재현의 젖꼭지를 이빨로 가볍게 물고, 이미 단단해진 것을 손바닥 전체로 쥐었다. 재현이 허리를 들었다. 태구는 그 사이를 손가락으로 벌리고, 루브를 묻혀 천천히 밀어 넣었다. 한 마디, 두 마디. 재현의 안이 뜨겁게 조여왔다.

"씨발, 형…… 거기."

"여기? 주장한테 좌표 찍어."

"더 안쪽. 아, 그냥 박아 임마."

태구가 콘돔을 찢어 끼우고 재현의 허벅지를 벌렸다. 들어가던 순간 재현의 손이 태구의 등 뒤에서 스크럼 잡듯 맞물렸다. 태구는 깊게 밀어 넣고, 빼지 않은 채로 재현의 귀밑에 말했다.

"오늘 이겼으니까, 내가 한다."

재현이 웃었다. 삽입당한 채로, 이마에 땀 흐른 채로, 허리가 접히도록 웃었다.

"그래. 이긴 날은 형 거."

태구는 천천히, 그러나 깊게 움직였다. 재현의 무릎이 태구의 옆구리를 조였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원룸 벽에 울렸다. 재현이 먼저 사정했다. 배 위에 흰 것이 끈적하게 퍼지고, 그 모습에 태구도 허리를 끝까지 박고 숨을 참았다.

숨이 고르고 나서 재현이 태구의 가슴을 밀었다. 뒤집혔다. 주장이 아래에 깔렸다.

"근데 형. 진 날은?"

"뭐."

재현이 아직 젖은 손가락으로 태구의 입술을 문질렀다. 눈은 장난이었고, 손은 전혀 아니었다.

"진 날은 내가 하는 거지. 공정하게."

태구가 코를 킁킁했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재현의 허벅지가 자신의 허리를 고정하고 있었다. 주장의 체급이, 신입의 체중에 눌려 있었다.

"야, 그거 규칙으로 만들면 우리 팀 성적 가지고 섹스 스케줄 짜는 거냐."

"흑돈 창단 이래 가장 동기부여 되는 규칙일걸."

둘은 그 밤을 그렇게 웃으며 끝냈다. 재현은 태구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고, 태구는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긴 날은 나, 진 날은 너. 간단하네."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몇 번의 경기와 몇 번의 라커룸이 더 필요했다. 그래도 그날따라 태구는 다음 주 대진표를 평소보다 오래 들여다봤다. 승패가 점수판의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목을 누가 잡을지의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