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날의 주장

스코어는 삼십일 대 십칠. 흑돈이 이겼다. 태구가 마지막 스크럼을 붙잡고 버틴 덕에 재현이 바깥으로 빠져나가 트라이를 넣었다. 휘슬이 울리자 재현이 먼저 태구에게 달려와 헬멧처럼 이마를 들이받았다.

"형 오늘 돌덩이였어."

"너는 구멍으로 잘 빠졌고."

"지금 그 말, 라커룸에서 다시 해."

라커룸은 난리였다. 민재가 스피커를 켜고, 성호가 맥주 캔을 뿌리듯 흔들었다. 태구는 주장이라서 한 명은 말려야 했는데, 재현의 쇄골에 묻은 잔디 자국만 자꾸 보였다. 이긴 날이었다. 규칙은 단순했다.

팀원들이 2차로 빠지고 나서야 공간이 남았다. 태구가 문을 잠그지 않았다. 잠그면 더 수상하니까. 대신 재현의 목덜미를 잡아 가장 안쪽 라커 사이로 밀어 넣었다. 금속 문이 등 뒤에서 가볍게 울렸다.

"이겼다, 재현아."

"알아. 형 눈빛이 이미 주장 모드야."

"주장 모드가 뭔데."

"나 안 놓칠 눈."

태구는 재현의 젖은 유니폼 밑단을 걷어 올렸다. 복근 위에 멍이 세 개. 태구가 그 중 가장 진한 자리를 혀로 눌렀다. 재현이 숨을 들이켰다. 라커룸의 형광등이 둘의 땀을 하얗게 만들었다.

"손 머리 위로."

"여기? 민재 새끼 화장실 가고 올 수도 있어."

"그러면 네가 조용히 하면 돼. 손."

재현이 라커 상단 선반을 붙잡았다. 태구는 그 자세를 한동안 보기만 했다. 날렵한 등, 벌어지는 어깨날개, 아직 테이핑이 남은 손목. 주장의 손이 그 테이핑 위로 겹쳐졌다. 경기 때 감아준 그대로, 지금은 다른 이유로 감았다.

태구가 뒤에서 재현의 반바지를 내렸다. 컵이 바닥에 떨어졌다. 재현이 웃으려다 태구의 손바닥이 엉덩이를 한 대 치자 웃음이 신음으로 바뀌었다.

"이긴 날 특권. 내가 세기 정한다."

"몇 대인데."

"트라이 두 개니까 열 대. 너는 한 개 넣었으니까 다섯은 깎아줄게."

"씨발 수학이 야해."

다섯 대가 차례로 내려앉았다. 손바닥 자국이 금방 붉어졌다. 태구는 매번 친 뒤 그 자리를 쓰다듬었다. 재현의 것이 허벅지 사이로 딱딱하게 섰다. 전립선을 의식한 듯이 허리가 앞으로 나갔다.

태구가 무릎을 꿇었다. 주장의 입이 후배의 것을 물었다. 깊게, 천천히, 침을 듬뿍 묻혀. 재현이 선반을 붙잡은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다.

"형, 입…… 너무 좋아. 빼지 마."

태구는 빼고, 귀두만 혀로 돌린 다음 다시 삼켰다. 재현의 무릎이 접혔다. 태구가 허벅지를 붙잡아 세웠다. 구강의 리듬이 스크럼의 호흡과 비슷했다. 밀고, 버티고, 다시 밀고.

거의 쌀 것 같을 때 태구가 입을 뗐다. 줄이 입술에서 길게 늘어졌다.

"아직. 여기선 안 싸."

"형 진짜 악마야."

"주장이라는 말이야."

태구는 가방 안쪽에서 루브와 콘돔을 꺼냈다. 재현이 그걸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유니폼이랑 같이 싸다니. 철저한 새끼."

"네가 지난번에 라커룸에서 하겠다고 먼저 꺼내놓고."

태구가 손가락 두 개를 재현의 안에 밀어 넣었다. 재현이 이마를 라커에 기댔다. 안쪽이 아직 팽팽했고, 금방 열렸다. 태구의 손가락이 그 지점을 반복해서 눌렀다. 재현의 숨이 짧아졌다.

"말해. 누가 하냐."

"형이 해. 이긴 날이니까. 제발, 그냥 넣어."

태구가 콘돔을 끼고 재현의 허리를 낮췄다. 라커 사이에 끼인 자세라 각도가 깊었다. 들어가던 순간 재현이 이를 악물었다. 태구는 끝까지 밀어 넣고 움직이지 않았다. 재현의 안에서 맥박이 느껴졌다.

"존나 조인다."

"형 말도 조이지 마. 움직이든가."

태구가 움직였다. 처음엔 짧고, 이내 라커가 흔들릴 만큼. 금속 문이 리듬을 받아 달그락거렸다. 재현의 것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태구가 한 손으로 그걸 쥐고 허리를 맞췄다.

"오늘 트라이 넣을 때 생각났어. 네가 코너에서 몸 던지잖아. 그 순간 내가 너 갖고 싶더라."

"그래서 이긴 거야, 꼴려서 이긴 거야."

"둘 다."

태구가 재현의 목덜미를 물고 허리를 빠르게 쳤다. 재현이 먼저 라커 문에 정액을 뿌렸다. 조이는 감각에 태구도 버틸 수가 없었다. 깊이 박은 채로 재현의 엉덩이를 세게 붙잡고 사정했다. 숨이 둘 다 거칠었다. 라커룸 환풍기가 그 숨을 삼켰다.

빠져나온 뒤 태구는 재현의 손목 테이핑을 천천히 풀었다. 피부 위에 테이프 자국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태구가 그 위를 엄지로 문질렀다.

"아프냐."

"경기 때보다 덜 아파. 형은?"

"나는 이긴 날이라 안 아파."

재현이 반바지를 추스르며 태구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다정한 동작이었는데, 입술은 여전히 비릿했다.

"다음 경기는 원정이야. 지면 형 무릎 내가 정한다."

"지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지금은 이겼으니까."

복도에서 민재 목소리가 들렸다. 열쇠 소리. 태구가 재현의 유니폼을 대충 내려주고, 자신은 태연하게 테이프 롤을 집어 들었다. 문이 열렸다.

"오, 주장. 아직 안 갔어? 재현이도 있네."

"테이핑 다시 감고 있었어. 이 새끼 손목 허술하게 감아서."

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의심하지 않는 얼굴. 재현은 라커 문을 등지고 서서, 아직 붉은 엉덩이를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투덜거렸다.

"형이 너무 세게 감아서 피가 안 통한다."

태구가 코웃음 쳤다. 이긴 날의 주장은, 그런 말조차 칭찬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