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김서연은 소리를 직업으로 삼지 않았다. 시간을 직업으로 삼았다.
뉴스 PD는 초를 쪼개 아이템을 넣었다. 그래서 로그의 반복이 눈에 띄었다. 2번 부스. 목요일 밤 열한 시 사십. 조민석. 한채원. 사유: 야간 라인 점검. 세 주. 네 주째 칸이 비어 있었다. 사고 난 수요일 다음 목요일. 비어 있는 칸이 차 있는 칸보다 더 말이 많았다.
서연은 그 칸을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다. 커피를 들고 서브컨트롤 3으로 갔다. 오후 네 시. 민석이 헤드폰을 한쪽만 벗고 광고 음량을 맞추고 있었다.
"민석 씨."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일 때의 얼굴.
"채원 씨 괜찮아요?"
질문이 로그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민석의 손이 페이드에서 떨어졌다.
"일은 괜찮습니다. 오늘은 이름 안 깨졌어요."
"일은 나도 봐. 일은 괜찮더라고." 서연이 컵을 콘솔 가장자리에 놓지 않았다. 물이 묻으니까. "목요일 로그. 내가 결재란에 있어. 세 주 연속 야간 점검을 같은 두 사람이 하진 않거든. 그리고 지난주엔 안 했어."
민석이 숨을 들이쉬었다. 레벨을 재듯.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안 물어. 뭐 했는지는." 서연의 눈이 피곤했고, 날카로웠다. 사고 나던 밤과 다른 눈. "다만 사고 난 다음에 그 부스에 안 들어간 건, 일 때문이 아닌 것 같아서. 채원 씨 얼굴이 그 주 내내 메이크업으로만 서 있었어."
민석이 헤드폰을 목에 걸었다.
"제가 지킵니다."
"지키는 거 좋아. 들키는 건 내가 막아 줄게. 로그는 내가 다른 사유로 나눠 적을게. 대신." 서연이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 아이가 진짜로 부러지면 나한테 말해. 메인이든 서브든, 입이 먼저 나가면 뉴스가 남아 나질 않아."
민석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가 일이 섞인 숙임이었다. 서연이 나가기 전에 한 줄 더 했다.
"단톡은 내가 내렸어. 클립이랑 그 입 관리 문장. 재발 방지 공지로 덮었어. 이수진 씨한텐 내가 따로 말했어."
문이 닫혔다. 민석은 오래 페이드를 만지지 않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안 떨리게 하는 것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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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은 메이크업 룸에서 그 공지를 봤다. 재발 방지. 프롬프트 이중 확인. 내부 클립 공유 금지. 아래에 서연의 이름이 있었다. 단톡이 조용해졌다. 장난이 죽은 자리는 어색했고, 그 어색함이 숨통이었다.
수진이 거울 옆에서 말했다.
"서연 언니가 칼 뺐네."
"칼이 고마워요."
수진이 채원의 턱을 보지 않고 가루만 쓸었다. 쓸 때 손이 가벼웠다. 채원은 그 가벼움을 받았다.
민석이 점심에 메시지를 보냈다.
서연 PD가 로그 봤대. 내용은 안 물었어. 지킨다고만 했어.
나는요.
너는 내가 지켜. 네가 나를 지키는 것과 같게.
목록, 오늘 다시 쓸까요.
오늘 밤. 빨간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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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다시 백지. 접힌 헌 목록을 펼쳐 옆에 두었다. 단정한 글씨가 조금 번져 있었다. 지갑 안에서 땀을 먹은 것 같았다.
채원이 맨 위에 썼다.
개정. 사고 이후.
신호는 그대로였다. 페이드아웃, 모니터, 녹음. 민석이 한 줄을 보탰다.
사고 직후 이 주, 플레이 금지. 이미 지났으면 다음 사고에도 적용.
채원이 끄덕였다. 실무.
되는 말. 창녀. 걸레. 암캐. 구멍. 싸는 년. 마이크 빠는 년. 아나운서 창녀. 한채원은 창녀. 발음 고운 걸레.
입 계열을 채원이 줄로 그어 지웠다. 빨간 펜. 더러운 입. 온 국민이 듣는 입. 그 입으로 정액. 보류.
"영원히 아니에요. 내가 다시 넣을 때까지."
"네가 넣어."
안 되는 말. 가짜. 자격 없는. 운 좋은 년. 실력 없는. 메인 못 될. 실수투성이. 사고 치는 년. 목소리 역겨워. 발음 더러워. 듣기 싫어. 필요 없는. 버려도 되는. 사랑 안 해. 사랑받을 가치 없는. 가족. 바보. 멍청이.
민석이 한 줄을 추가했다.
입 관리. 그 입 하나 믿고. 공개된 장소에서 들은 문장을 플레이로 재사용 금지.
채원이 그 줄을 오래 봤다. 단톡의 문장이 종이 위에서 빨간 칸으로 옮겨졌다. 옮겨지니 조금 작아졌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작아진 만큼 숨을 쉴 수 있었다.
"목요일."
민석이 물었다.
"다음 다음. 한 주 더 쉬고. 그 주 목요일. 유리는 아직. 같은 방. 헤드폰은 돼요."
"한 시간."
"한 시간. 파일 없음. 서연 언니가 로그를 나눠 적는대. 그래도 한 시간."
채원이 종이를 찍었다. 앨범에 헌 사진 옆에 새 사진이 붙었다. 민석이 헌 종이를 접어 자기 지갑에 그대로 넣었다.
"왜 안 버려요."
"첫 원고라서. NG 난 테이크도 남기거든. 왜 무너졌는지 보려고."
채원이 웃었다. 턱이 소리를 냈다. 아픔이 아닌 소리. 민석이 그 소리에 손을 올렸다. 만져도 돼? 를 눈으로 물었다. 채원이 끄덕였다. 원이 그려졌다. 풀렸다.
침대에서는 넣지 않았다. 키스를 오래 했다. 되는 말은 아직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안 되는 말은 종이 위에만 있었다. 채원이 그의 성기를 손으로 잡고 천천히 움직였다. 민석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문질렀다. 말이 없는 손. 말이 없어서 단톡이 들어오지 못했다. 채원이 그의 어깨에 이마를 붙이고 왔다. 조용히. 삼키지 않고. 민석이 그녀의 배 위에 왔다. 휴지로 닦았다. 눈은 피했다. 옛날 목록의 실무가 몸의 실무로 남아 있었다.
"사랑해."
그가 말했다. 그다음 단어를 얹지 않았다. 순서가 지금은 한 문장만 필요했다.
채원이 그의 손목 자국에 입을 맞췄다.
"다음 다음 목요일에 얹어요."
모니터의 주였다. 속도가 줄고, 단어가 바뀌고, 멈추지는 않은 주. 뉴스의 입은 다시 정렬되고 있었고, 더러운 말은 종이 위에서 대기 중이었다. 프롬프터가 아직 밀지 않은 다음 문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