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읽는 구멍

두 번째 목요일은 원고가 있었다.

민석이 버린 대본이었다. 낮에 쓰지 않은 연습용 뉴스를 한 장 출력해 왔다. 날씨, 교통, 짧은 경제. 아무도 방송하지 않을 문장들. 채원은 그것을 클립에 끼워 마이크 앞에 두었다. 이번에는 커버를 벗겼다. 켜지지는 않은 마이크. 그러나 입은 켜진 것처럼 정렬됐다.

헤드폰. 같은 회로. 민석이 컨트롤이 아니라 이번에도 부스 안에 있었다. 의자 뒤에 서서, 채원의 어깨 너머로 원고를 같이 봤다.

"처음부터. 호흡은 낮처럼."

"녹음이에요?"

"녹음. 파일은 안 만들어. 너는 읽기만 해."

채원이 읽기 시작했다.

"오늘 수도권 대기질은 보통에서 나쁨으로 바뀌겠습니다."

완벽한 ㅅ. 완벽한 받침. 민석의 손이 스커트 아래로 들어가 속옷을 옆으로 걷었다. 손가락이 이미 젖은 틈을 한 번 쓸었다. 채원의 다음 문장이 반 박자 늦었다.

"이어서 교통 소식이."

손가락이 들어갔다. 한 개. 채원이 문장을 이었다. 허리는 떠오르지 못하게 의자에 붙였다. 민석의 다른 손이 어깨를 눌러 자세를 낮의 자세로 고정했다. 앵커의 등. 앵커의 입. 아래만 열려 있었다.

"강변북로 가양대교 부근에서 정체가."

두 개. 안을 구부렸다. 채원의 혀가 짧게 떨렸다. ㄹ이 살짝 무너졌다. 민석이 헤드폰 속에서 말했다.

"다시. 그 문장. 정체는 무너지지 않아."

채원이 삼켰다가, 삼키지 않기로 하고, 대신 숨을 문장 앞에 넣었다.

"강변북로 가양대교 부근에서 정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받침이 살아났다. 민석의 엄지가 클리토리스에 올랐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원을 그렸다. 채원의 허벅지가 떨렸다. 무릎은 단정히 모은 척했지만 속은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경제 소식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민석이 손가락을 빼고 콘돔을 씌웠다. 채원을 일으키지 않았다. 의자에 앉힌 채로 뒤에서, 무릎을 조금 열어 넣고, 천천히 들어갔다. 채원의 원고가 흔들렸다. 클립이 빛을 받았다.

"읽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그가 허리를 움직였다. 깊었다. 채원의 다음 숫자가 숨을 타고 갈라졌다. 민석이 멈추지 않았다.

"한채원 아나운서, 숫자도 구멍으로 읽네."

되는 말이었다. 직업이 붙고, 가짜는 붙지 않았다. 채원이 숫자를 다시 읽었다. 천 삼백 이십 원. 완벽한 발음. 안은 민석의 성기를 정리가 안 된 채로 조이고 있었다. 두 개의 입. 위의 입은 일하고, 아래의 입은 일을 버렸다.

"마지막 문장까지."

채원이 날씨 클로징을 읽었다. 민석의 손이 앞으로 돌아와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문장이 끝나기 전에 채원이 왔다. 허리가 의자를 쳤다. 마지막 음절이 신음과 겹쳤다. "내일은"이 "내—일—"로 깨졌다가, 그녀가 이를 악물고 붙였다. "맑겠습니다."

맑겠습니다. 오고 있는 입으로 만든 예보.

민석이 그 문장이 끝난 뒤에야 속도를 올렸다. 헤드폰 속에서 숨이 거칠어졌다. 채원은 원고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클립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민석이 귀에 넣었다.

"뉴스 끝나는 줄도 모르고 싸는 걸레."

채원이 두 번째로 떨었다. 짧았다. 남은 경련 위에 민석이 따라왔다. 콘돔 안에서 맥이 쳤다. 그는 빼지 않고 그녀의 목을 팔로 감쌌다. 조르지 않았다. 목록에 없으니까. 그냥 감쌌다. 앵커의 목을 엔지니어의 팔이 지키는 모양.

헤드폰을 벗겼다. 채원이 원고를 클립에서 빼 반으로 접었다. 선이 반듯하지 않았다. 손이 떨려서. 민석이 그 접힌 종이를 받아 자기 가방의 안쪽 지퍼에 넣었다. 버려질 뉴스. 보관될 더러운 예보.

"물."

"있어요."

채원이 마셨다. 입술이 아직 마이크를 향해 있었다. 민석이 커버를 다시 씌웠다. 타액은 묻지 않았다. 묻지 않게 한 거리. 그 거리가 이 방을 내일의 부스로 되돌리는 동작이었다.

"파일."

"안 만들었어. 버퍼도 비웠어."

채원이 그의 얼굴을 봤다. 콘솔 램프의 작은 빛이 눈 밑을 가렸다. 이 사람은 낮에 자기 ㅅ의 데시벨을 재고, 밤에 자기 구멍의 소리를 헤드폰으로 돌려줬다. 같은 귀였다. 같은 손이 페이드와 허벅지를 만졌다.

"다음 목요일은."

그녀가 말했다.

"유리 너머로 해 봐요. 당신이 컨트롤에 있고 나는 부스에. 낮처럼."

민석이 오래 보지 않아도 될 위험을 계산했다. 토크백은 부스 안에만 들린다. 마스터로 안 새게 패치를 내릴 수 있다. 유리는 입 모양을 통과시킨다. 당직은 다른 층.

"한 시간. 토크백만. 마이크 라인은 다운."

"좋아요."

채원이 구두를 신었다. 스타킹의 위치를 고쳤다. 거울이 없는 부스에서 입을 손가락으로 만져 부은 자리를 확인했다. 내일 가루가 가릴 자리.

복도의 당직 조명이 그들을 동료로 비췄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서연 PD가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야간 편집. 두 사람은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정확한 거리.

"늦게까지?"

서연이 물었다. 눈이 날카롭지 않았다. 그냥 피곤한 눈이었다.

"라인 점검이요."

민석이 말했다.

"내레이션 연습 조금."

채원이 말했다. 두 문장이 겹치지 않게, 그러나 같은 시간을 가리키게.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갔다. 커피 냄새가 남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을 때 채원이 민석의 소매를 한 번 건드렸다. 잠깐. 들키지 않을 만큼.

"다음엔 유리."

"다음엔 유리."

숫자 일 층이 켜졌다. 밖의 공기가 부스와 달랐다. 소리가 너무 많아서, 채원은 잠시 귀가 헐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민석이 택시를 잡아 주었다. 내리기 전에 그가 낮게, 기사에게 안 들리게 말했다.

"사랑해."

창녀는 다음에 얹기로 했다. 거리가 아직 일터의 거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