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부스
목요일 밤 열한 시 사십 분. 뉴스센터 삼 층은 야간 당직 한 명과 꺼진 모니터들이 지키는 층이 되어 있었다.
민석이 먼저 2번 부스 문을 열었다. 형광등 대신 콘솔의 작은 램프만 켰다. 적색등은 회로를 내려 두었다. 켜지지 않는다. 켜지면 마스터에 불이 뜨니까. 채원은 복도 끝에서 구두를 들고 걸어왔다. 스타킹 발바닥이 카펫을 밟는 소리가 이 층에서 가장 큰 소리였다.
문이 닫혔다. 패킹이 공기를 잘랐다.
부스 안은 낮과 같은 크기였고 전혀 다른 방이었다. 흡음 스펀지가 벽을 삼키고 있었고, 마이크는 커버를 씌운 채로 스탠드에 매달려 있었다. 채원이 평소 앉는 의자가 그 앞에 있었다. 민석은 유리 너머 컨트롤 쪽이 아니라, 오늘 처음으로 부스 안에 같이 들어왔다.
"한 시간."
그가 손목을 보여 주었다. 열두 시 사십 분까지.
"로그는?"
"야간 라인 점검. 내가 썼어."
채원이 마이크 커버를 벗지 않았다. 벗으면 타액이 묻으니까. 민석이 헤드폰을 그녀의 머리에 씌웠다. 무거운 밀폐형. 귀가 즉시 멀어졌다. 세상의 반이 사라지는 느낌. 민석이 자기 헤드폰을 컨트롤의 토크백에 물리지 않고, 부스 안의 보조 출력에 물렸다. 두 사람의 귀가 같은 회로에 붙었다.
그는 마이크를 켜지 않았다. 헤드폰 마이크만 켰다. 채원의 귓속에서 그의 숨이 바로 열렸다.
"녹음."
신호가 먼저였다. 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드폰 케이블이 쇄골을 따라 내려갔다.
민석이 뒤에서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셋. 방송용 속옷이 드러났다. 단단한 컵. 그는 그것을 내리지 않고 컵 위로 니플을 문질렀다. 채원이 숨을 들이쉬자 그 숨이 양쪽 헤드폰에 동시에 찼다. 자기 숨이 자기 귀에 돌아오는 지연.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가까웠다.
"앉아."
채원이 평소의 의자에 앉았다.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민석이 무릎을 꿇었다. 마이크 스탠드 아래, 뉴스를 읽는 무릎 사이에. 스타킹을 허벅지까지 내렸다. 속옷을 옆으로 걷자 이미 젖어 어두운 선이 허벅지 안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헤드폰 속에서 민석의 목소리가 열렸다. 낮고, 가까웠으며, 일 때의 토크백과 같은 주파수였다.
"한채원 아나운서. 오늘 보도는 이 보지입니다."
채원의 허리가 의자에 박혔다가 떠올랐다. 민석이 혀를 넣었다. 두 귀가 그 소리를 과하게 받았다. 젖은 소리, 혀의 마찰, 숨. 밀폐형 헤드폰은 바깥을 죽이고 안을 키웠다. 채원이 신음을 냈다. 그 신음이 자기 귀를 채웠다. 추했다. 추해서 허벅지가 더 열렸다.
"발음 고운 걸레."
혀가 클리토리스를 눌렀다. 단어가 그 압박과 같이 왔다. 채원의 손이 콘솔이 없는 허공을 집었다가 민석의 머리를 잡았다. 헤드폰이 살짝 어긋났다. 민석이 고쳐 씌우고, 다시 물었다.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갔다. 안이 소리를 냈다. 헤드폰이 그 소리를 부끄러울 만큼 크게 돌려줬다. 채원이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 삼키지 않기로 한 약속.
"이 구멍, 낮에는 단정한 척하고. 지금은 내 손가락에 물어서 안 놓네."
"민석."
"이름 말고. 뭐라고 불러."
채원이 헤드폰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들었다. 갈라져 있었다. 뉴스의 성대가 아니었다.
"주인. 아니. 그건 목록에 없었어요."
"목록에 없는 건 오늘 넣지 마. 있는 걸로."
그녀는 숨을 골랐다. 손가락이 안을 구부렸다.
"창녀예요. 뉴스 읽는 창녀."
"그래."
민석이 일어났다. 진바지를 열고 콘돔을 씌웠다. 채원을 의자에서 돌려 마이크 스탠드를 양손으로 잡게 했다. 스탠드가 조금 흔들렸다. 커버 씌운 마이크가 그녀의 입 앞에 멈췄다. 켜지지 않은 마이크. 그래도 입은 그 앞에 정렬됐다. 직업병.
그가 뒤에서 넣었다. 한 번에. 채원의 신음이 마이크 커버에 박혔다. 소리는 녹음되지 않았다. 헤드폰 안에서만 둘의 숨이 섞였다. 민석의 입이 그녀의 귀에, 헤드폰 패드 바로 옆에 붙었다. 패드 너머로 살이 닿았다.
"온 국민이 듣는 입으로 신음하는 암캐."
허리가 움직였다. 의자가 밀렸다. 스탠드 받침이 바닥에 짧게 울렸다. 흡음 벽이 그 울림을 먹었다. 바깥 복도는 여전히 죽은 층이었다.
채원이 왔다. 스탠드를 잡은 손가락이 하얘졌다. 안이 민석을 조였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목록의 말로 리듬을 유지했다. 걸레. 구멍. 마이크 빠는 년. 되는 말만. 안 되는 말은 콘솔 램프의 어둠 속에 꺼져 있었다.
그가 왔을 때 채원의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대신 한 문장을 넣었다.
"사랑해. 창녀."
순서대로였다. 목록의 순서. 채원이 그 순서를 귀로 받고, 두 번째로 떨었다. 짧게. 남은 것.
민석이 빠지고 콘돔을 처리했다. 헤드폰을 양쪽에서 벗겼다. 세상이 갑자기 멀어졌다. 부스 안의 실제 고요가 돌아왔다. 채원이 스탠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스타킹이 무릎에 뭉친 채로. 민석이 무릎을 꿇고 속옷을 제자리에 올리고 스커트를 내렸다. 블라우스 단추를 잠갔다. 하나, 둘, 셋. 니플이 아직 천을 밀고 있었다.
"물."
그가 작은 병을 건넸다. 채원이 마셨다. 턱이 소리를 냈다. 민석이 그 관절에 엄지를 올렸다. 원을 그렸다. 풀어 줄게, 예전에 말했던 그 동작.
"몇 분."
"십이 분 남았어."
채원이 그의 손목을 봤다. 로그의 한 시간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그러나 플레이는 끝난 쪽이었다. 남은 십이 분은 이 관절과 이 물과, 마이크 커버에 남기지 않은 입 모양을 지우는 시간이었다.
"파일."
"버퍼 비울게. 지금."
민석이 컨트롤로 나가 키를 몇 개 눌렀다. 파형이 없는 화면이 깜빡이고 꺼졌다. 돌아온 그의 손에 케이블 타이 자국이 있었다. 채원이 그 자국에 입을 맞췄다. 더러운 말이 아니었다. 말 없는 입이었다.
복도로 나왔다. 당직 조명이 엘리베이터 쪽만 켜져 있었다. 구두를 신었다. 채원의 걸음이 낮의 걸음으로 돌아갔다. 민석이 한 발짝 떨어져 걸었다. 동료의 거리.
엘리베이터 안에서 채원이 거울을 보지 않았다. 입을 알고 있었으니까. 조금 부어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메이크업이 가릴 것이다.
목요일이 앞으로 더 있다는 것이, 내려가는 숫자보다 더 정확히 몸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