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시의 주트

목요일 밤 아홉 시, 아래층 카페의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성수동의 골목은 월요일보다 덜 급했다. 도윤은 회색 셔츠의 단추를 목까지 잠그고 계단을 올랐다. 밥을 먹었고, 술은 없었다. 서진은 문을 열고, 그의 신발이 벗어지는 것을 본 뒤에야 로프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잠은."

"여섯 시간입니다. 모자란 편은 아닙니다."

"밥. 약. 기분."

"먹었습니다. 약 없습니다. 초록입니다. 서진 씨."

그 호칭이 방 안에 처음 놓였다. 서진은 그것을 받는 손으로 팔 밀리 주트를 집어 가운데를 접었다. 칠 미터. 삶아 말린 지 사흘. 수업용과 다른 냄새, 다른 무게. 사람을 위해 따로 둔 줄이었다.

"상의는 당신이 벗습니다. 내가 벗기지 않습니다. 손목은 앞에서 싱글 칼럼. 가슴은 히시. 타카테코테는 숨이 읽히면 갑니다. 안 읽히면 안 갑니다. 색깔을 내가 자주 묻습니다."

도윤이 셔츠를 벗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스물아홉의 가슴이 스튜디오의 공기에 먼저 닿았다. 젖꼭지가 조금 서 있었다. 추위만이 아니었다.

서진이 무릎을 꿇고 도윤의 손목을 모았다. 고리를 얹고 두 바퀴. 맥박 위를 피해 반 손가락을 비틀고, 하프 히치, 잠금. 검지가 들어갔다. 도윤의 숨이 그 검지에 맞춰 한 번 깊어졌다.

"저립니까."

"안 저립니다."

"색깔."

"초록."

명치 아래에 가운데를 댔다. 맨살이었다. 주트가 하얗게 눌렀다가 분홍을 남겼다. 한 바퀴. 배가 들어갔다. 두 바퀴. 등에서 교차해 어깨로. 서진의 손가락이 겨드랑이 앞을 쓸어 신경다발을 확인했다. 누르지 않는 자리. 그 옆의 자리.

"숨."

도윤이 들이쉬었다. 가슴이 줄을 밀고, 내쉬며 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서진은 앞가슴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 윗변, 교차, 아랫변. 교차점이 명치와 배꼽 사이, 숨이 가장 깊게 드나드는 우물에 앉았다. 두 번째 단을 내릴 때 줄이 젖꼭지 바로 아래를 스쳤다. 도윤의 몸이 한 번 떨렸다.

"노랑 아닙니까."

"초록입니다. 닫힘입니다. 조이면 노랑 할게요."

서진은 등 뒤의 마찰을 반 칸 늦추었다. 닫힘이 조임이 되지 않도록. 그 반 칸이 오늘의 매듭이었다. 기술로 치면 느슨한 하네스였다. 사람으로 치면 정확한 하네스였다.

그는 도윤의 앞으로 돌아왔다. 다이아몬드 너머로 도윤의 얼굴이 있었다. 입이 열려 있고, 눈이 반쯤 감겨 있고, 바지 안에서 자지가 천을 밀어 머리의 윤곽이 나와 있었다. 끝이 이미 젖어 작은 점을 만들고 있었다. 서진은 보았고, 만지지 않았다. 종이에 적은 대로였다.

"타카테코테 가도 되겠습니까. 윗줄만. 손을 등 뒤로 돌립니다. 저리면 바로 말하십시오."

"가도 됩니다."

서진이 앞손목의 싱글 칼럼을 풀고, 도윤의 팔꿈치를 등 뒤로 모았다. 너무 붙이지 않았다. 견갑골 사이에 주먹을 넣을 자리. 윗줄을 상완에 감아 몸통으로 넘기고, 줄기처럼 내려 아랫줄의 자리를 예비했다. 아랫줄은 오늘 안 넣기로 했다. 신경이 지나지 않는 자리만, 이라고 종이에 쓴 그 문장을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상완의 안쪽, 요골신경이 얕게 뜨는 자리를 엄지로 훑고 피해 갔다.

"손가락."

도윤이 등 뒤에서 손가락을 펴 보였다. 색이 좋았다.

"색깔."

"초록. 서진 씨."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만지지 않아도 이걸로 갈 것 같습니다."

"가도 됩니다. 내 손은 안 갑니다. 가도 되는지 묻는 거면, 됩니다."

도윤이 이를 악물었다. 등 뒤의 손이 서로를 쥐었다. 줄이 상완을 먹으며 하얗게 눌렸다가 혈색이 돌아왔다. 서진은 그 순환을 눈으로 세었다. 가슴의 다이아몬드가 숨에 맞춰 오르내렸다. 도윤의 허리가 한 번 앞으로 꺾이고, 숨이 끊기고, 다시 이어졌다. 바지 안에서 몸이 떨렸다. 나온 것은 소리 하나와, 천을 더 적신 얼룩이었다. 정액의 냄새가 주트의 냄새 위로 얇게 떠올랐다.

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도윤의 숨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그다음 등 뒤부터 풀었다. 상완의 줄이 피부를 떠나자 도윤이 아주 작게 소리 냈다. 아쉬움과 피가 돌아오는 저림이 섞인 소리. 가슴의 다이아몬드를 푸니 분홍 빗금만 남았다. 젖꼭지 아래, 갈비의 고랑, 배꼽 위. 사흘을 넘기지 않을 자국이었다. 월요일의 소매 안으로 들어갈 자국이었다.

"물."

도윤이 받아 마셨다. 서진은 담요를 어깨에 걸쳐 주고, 자기는 한 칸 옆에 앉았다. 너무 가까우면 아직 줄 안에 있는 사람을 다시 닫아버리니까.

셔츠를 입고, 물을 더 마시고, 자국을 같이 본 뒤에야 도윤이 말했다. 종이가 시킨 순서였다.

"다음 목록에, 손을 올리고 싶습니다. 들어가는 것까지는 아직. 손이요. 내가 풀린 뒤에 말하는 겁니다."

서진은 서랍에서 그 종이를 꺼내 한 줄을 더 썼다. 손. 다음 세션. 풀린 뒤에 다시 확인할 것.

"다음 목요일 아홉 시." 서진이 종이를 접어 넣으며 말했다. "문은 아직 안 열었습니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서진입니다."

도윤이 일어서기 전에 바닥에 한 손을 짚었다. 무릎이 아직 덜 돌아온 것이다. 서진은 그 손을 잡아 일으켰다. 수업 때의 손이 아니었다. 사람을 일으킨 손이었다.

문을 열자 성수동의 목요일이 들어왔다. 서진은 호칭을 다시 집어넣었다.

"조심히 가십시오, 도윤 씨."

도윤이 웃고 고개를 숙였다. 골목으로 들어가는 등이, 줄 없이도 아직 조금 닫혀 있었다.

서진은 감긴 로프를 코에 가져갔다. 주트와, 도윤의 땀과, 아주 엷은 정액. 그는 그 줄을 수업용과 섞지 않았다. 월요일의 벽에 걸 수 없는 줄. 사람을 위해 쓴 줄.

십 년 만에, 가방 안에 그런 줄이 하나 생겼다. 다이아몬드의 각을 보기 전에 숨을 본 밤이었다. 민재의 문장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문장의 옆에, 오늘 밤의 숨이 한 줄 앉았다.